인류세의 징표가 된 닭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by윤혜경

2026.10.02 수정 보완했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식탁에 오르는 닭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면서 인간의 식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고기는 특별한 날에만 먹던 음식에서 일상적인 식품이 되었고, 닭고기는 비교적 저렴하고 조리하기 쉬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인간의 식탁이 풍성해지는 동안, 그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닭의 삶은 오히려 짧아지고 밀집되었다.


1960~1970년대 농가의 마당을 돌아다니던 닭의 삶을 무조건 이상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질병과 추위, 포식자의 위험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닭은 발로 흙을 파고 부리로 먹이를 찾으며, 날개를 펼치고 횃대에 오르고, 햇빛과 어둠의 변화에 따라 쉬는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오늘날 대규모 육계농장의 닭은 전혀 다른 삶을 산다. 제한된 공간에서 수많은 닭이 함께 사육되고, 짧은 기간 안에 출하 체중에 도달하도록 선택교배된 품종과 영양가 높은 사료가 사용된다. 국내에서 통닭용으로 소비되는 육계는 대체로 부화 후 한 달 남짓이면 도축장으로 향한다.


닭이 한 달 만에 빠르게 자라는 것은 성장호르몬 주사 때문이 아니다. 오랜 세월 성장률과 사료효율이 높은 개체를 선택해 번식시킨 결과다. 여기에 정밀하게 설계된 사료와 온도·환기·조명 관리가 더해졌다.


문제는 닭의 몸이 이처럼 빠른 성장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가슴 근육과 체중은 빠르게 늘어나지만 다리와 심폐기관의 발달이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일부 육계는 걷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다리 질환, 심혈관계 이상과 복수증을 겪는다.


닭고기의 생산량과 가격만으로 축산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닭 한 마리가 어떤 공간에서 태어나고, 무엇을 경험하며, 얼마나 짧은 생애를 살았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 인간이 만든 가축의 삶


1) 육계 : 인류세의 흔적이 된 닭

암컷보다 큰 붉은 볏을 달고 있는 수탉 (자료출처: 위키백과)


현재 대부분의 대규모 기업형 농장 닭은 흙을 파면서 먹이를 쪼고, 횃대에 날아오르거나 날갯짓, 모래 목욕을 통한 기생충 제거와 같은 본능적인 행동이 전혀 불가능하다.


<미운 오리새끼> 동화에서처럼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병아리들의 안전을 살피며 날개를 우산처럼 펼치고 닫고를 반복하며 종종 걷던 암탉의 모성애가 가득한 외출 모습은 적어도 대규모 기업형 농장에서는 상상 속의 호랑이처럼 되었다.


출처: 삼성출판사









조선후기 화원화가 변상벽은 어미닭과 병아리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그렸다.

* <어미닭과 병아리>, 변상벽,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101 × 50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출처: 우리문화신문)



닭 우는 소리를 한국에서는 "꼬끼요~, 꼬꼬댁 꼬꼬"로 영어권에서는 "Cockadoodle doo~"로 울음을 흉내 내지만, 대량공급을 위한 기업형 공장사육닭은 동물복지 환경과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몹시 열악한 환경에서 생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서양이 아주 유사하다.


닭들은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살아있는 동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포개어지듯 철망 위에 서서 발가락도 펼 수 없다.


제대로 잘 수도 없고, 항상 낮처럼 환하게 불이 켜진 계사에서 그저 물과 먹이만 먹으며 인간이 목표한 살을 찌우거나 달걀을 최대로 생산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엔 몸짓이 어려운 공간에서 출생 직후 이미 끝이 잘려나간 거친 부리로 자신의 깃털을 생으로 뽑거나 쪼는 정형행동을 한다. 감별을 통해 확인된 수평아리는 대부분 출생 직후 대형비닐에 구겨담겨서 질식사하거나 분쇄기를 통해 대량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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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직후 수평아리는 분쇄기를 통해 폐기되는 모습(출처: 동아사이언스 2021-05-31))




2) 인류세(Anthropocene)의 징표


: 지질시대 분류상 신생대 제4기 현세(現世) 또는 홀로세(Holocene)에서 인류가 만든 산물들이 지구전체지질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인류세(Anthropocene)로 접어든 4대 징표로 플라스틱, 온실가스, 방사성물질, 닭뼈가 있다.


* 닭의 유래: 인도 등 아시아의 들꿩이 BC 6~8천 년에 존재한 인류와 공생을 통해 약 4천여 년 전 사육당해 가축화한 것으로 추정


* 사육장점 : 다루기 쉬운 크기, 뛰어난 번식력, 청각은 예민하나 멀리 도망가지 못하는 짧은 거리의 비행능력 덕분애 포유류

외의 동물 중 유일하게 인간의 가축으로 선택되어 인간을 위한 양질의 단백질 제공


* 자연수명: 8~10년, 야생닭: 20~25년까지도 가능


* 슬롯성: 일부다처제로 무리생활을 하며 사교적이고 호기심이 많음.


* 지능: 영징류에 뒤지지 않을 만큼 영리하며, 특히 인식이나 추론과 유추력은 7세 아이의 수준으로 알려짐

(출처: 연합뉴스 2017- 01-04/ 조선일보 2017-01-05).

- 숫자개념 갖춤

- 갓 태어난 병아리도 양의 차이 분별 가능.

- 간단한 연산 가능

- 시간 차이 인지

- 목적을 위해 '속이는 능력'이 뛰어나서 혹자는 마키아벨리적 슬롯성으로 주장

- 서열을 정해서 먹이를 쪼는 등 자기인지 능력을 갖추었으며 두려움, 기대, 분노 등 복잡한 감정을 느낌

- 의사소통 능력 탁월: 다양한 시각적 변화를 통한 의사표시가 가능하고, 구애부터 위험신호까지 최소

24가지 다양한 울음소리 가능

- 어미 암탉의 다양한 모성애적 특성


* 호흡 : 몸무게 1kg 당 한 시간에 739ml의 산소를 소비하고 714ml의 이산화탄소 발생


* 체온조절이 어려움 : 땀샘이 없어 체온 발산이 어려우므로 폭염에 특히 취약


* 도축 양: 닭은 도축이 가장 많이 되는 동물.

- 한국 연간 10억 마리

-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660억 마리 이상 도축


*용도: 닭싸움이나 종교위식 목적으로 키우다가 헬레니즘 시대 이후 식용으로 키우기 시작

- 육계: 식용

- 산란계: 달걀 생산 목적

- 관상용 또는 반려동물

로도 선택된다.



◾ 관상용 닭의 예

* 버프 코친 반탐 * 라이트 브라마 *골든 캠파인
*실버 스펜글드 햄버그 *쿠쿠 브라마 *은수남

*버프 폴리쉬 *금수남 *프리머드록

*버프 브라마 * 화이트 실키 반탐 *살몬 페버롤

*백등종 긴 꼬리 *백머리 폴리쉬 *이사 브라운


*연산 오골계 *실버 브라켈 *블랙 오스트랄로프

(사진 출처: 에코팜 농장 관상닭 https://eco89.com/ Accessed May 29, 2024)




◾ 육계 (肉鷄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

국내 육계는 부화된 지 1개월이 지나면 시장에 출하되는 치킨(chicken)이 된다. 대부분 배터리케이지(battery cage)나 공장형 창이 없는 계사(무창계사: 환경 자동조절 계사)에서 사육된다.


케이지계사 시스템(cage housing system)으로 케이지를 포개 얹은 상태여서 본능적인 날갯짓에 필요한 공간이나 닭이 오르기 좋아하는 횃대가 갖춰지기 어렵다. 한정된 계사 공간에서 적은 사료로 닭을 빠르게 살찌워야 농장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출처: 한국일보 2022-03-05).


국내 닭고기 1인당 소비량은 1980년 2.4kg → 2023년 19.9kg로 증가했으며 OECD 27.5kg보다는 낮다.


2023년 한 해 국내 육계 도살량은 10억 3500만 마리에 이르며 크기별 사용은 다음과 같다.


• 5호 육계(500g) : 삼계탕용

• 7~9호 (700~900g) : 치킨용

• 10호(1kg) : 백숙, 닭 볶음탕 용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3 통계)


대부분의 국가가 글로벌 축산업체로부터 닭 종자를 수입하므로 통닭용 육계 종자의 크기는 국가별 차이가 거의 없다.


미국이나 브라질의 경우 닭 가슴살 부위 소비가 많아서 보통 부화 후 40~43일이 지나 2.5kg~2.9kg 크기로 출하된다. 한국에서는 소비자가 닭을 통째 소비하는 경향이 커서 닭 사육비용과 마리당 가격을 고려할 때 부화 후 29~33일이 지나서 1.5kg 크기의 닭이 출하된다.


즉 국내 닭 판매업자들이 소비자의 취향과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닭을 덜 키워 출하한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닭 1마리의 통째 소비를 원하는 국내소비자의 구매의욕이 당기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출하시기를 앞당긴다고 설명한다. 닭강정 제조나 식당용 부분육은 수입산 소비가 많다(출처: 동아일보 2015-03-09).


• 대량생산을 위한 유전자 조작, 약물첨가사료, 성장호르몬 주사

기업형 동물농장에서 성장률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유전자 조작과 사료의 약물 첨가이다. 이러한 기업형 농장시스템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에서 시작되어 국내에도 도입되었다.


사료를 적게 섭취해도 가슴살이 두툼한 닭품종으로 1946년에 개발된 Broiler브로일러는 7주 만에 약 2.3kg로 자라는 육계이다. 예전보다 성장 속도가 2배나 빨라서 육계는 12주 즉 3개월마다 출하된다. 이는 미국의 예이고, 우리나라는 더 작은 사이즈의 닭을 더 빨리 출하한다.


2차 세계대전 전부터 양계를 전업으로 삼은 유럽 대도시 근교의 농민들은 최초의 기업형 축산농가로 변신하여 햇볕이 비치지 않은 실내의 닭에게 필요한 Vit.D를 사료에 추가하여 달걀과 닭고기의 대량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형 농장의 생산성 향상 목적으로 제공되는 '닭 1마리당 A4 용지 한 장 크기 정도'인 좁은 공간에서 4~6주 머무는 동안 본능적인 날갯짓조차도 불가능해진 닭들이 스트레스로 서로를 쪼고 시체를 먹으며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대량생산의 문제점이 심각해졌다.


이후 영양이 강화된 사료공급으로 닭 성장이 속도를 내고, 설파제와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는 보다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서의 닭의 생존 유지에 도움을 주었다. 공장에서 갓 태어난 수천 마리의 병아리들은 백신주사를 맞고 성장이 느리면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한다.


(출처: 오마이뉴스)


• 부리절단(beak trimming)

부리사용으로 파생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세계적인 사료회사와 제약회사가 과학자의 도움으로 닭의 '자동부리절단기를 특허발명하면서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부리절단(부리 다듬기)의 목적은 깃털 쪼기(feather pecking), 식우증(feather fressen 털 먹기), 카니발리즘(cannibalism : 상대의 살을 쪼거나 먹기) 발생을 예방하여 닭의 생산성 향상에 있다. 한냉 부리 자르기와 고열 부리 자르기가 있으며, 자른 부위에서 많은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육계는 출생 당일에, 산란계나 종계는 6~10 일령에 실시하며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부리 자르기를 안내하고 있다. 물론 마취나 진통제 없이 고통이 수반되는 부리절단이 시행된다.


*암평아리 부리 자동제거기(출처: 아시아경제 2010-11-04 )



• 잠 안 재우기

<어젯밤 당신이 먹은 치킨은 한 달 동안 못 잔 닭이다>는 2022-03-05 한국일보의 기사제목이다. 특히 70여 마리의 병아리를 몰아넣은 1평 크기 공간의 케이지가 쌓인 계사는 창문도 없다. 이런 케이지가 쌓아 올려진 배터리 계사는 배설물로 인한 암모니아 냄새가 독하다. 24시간 불을 켜두고 잠을 안 재우며 사료를 계속 먹여 50g의 병아리가 한 달 만에 몸무게 1.5kg의 닭이 된다.


어두워지면 본능적으로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습성의 닭을 위한 횃대는 설치비와 관리비 문제 그리고 닭의 부상에 따른 비용 문제 등으로 아예 없다. 생존경쟁에서 뒤처져 출하되지 못한 닭은 닭 공급사로부터 받는 인센티브와 직결되는 사료요구율과 생산 지수 유지를 위해 죽임을 당한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부터 육계산업이 닭가공회사와 닭공급 농장으로 계열화되면서 '인공 점등'을 사용해서 단기간에 살찌우는 방법을 선택해 왔다.


병아리 부화 후 29~33일간 키워 납품 후 계사 내부 청소에 2~3주가 필요한 농가들은 인건비와 사료비, 약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는 오히려 지원을 줄이고 상대평가를 도입하고 있어 정작 육계농가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과정에 대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치킨프랜차이즈 회사의 계열사가 정해주는 대로 공급받은 병아리를 키워 납품하면 1kg당 120원이다.


출하 시 닭 1마리당 1.5kg의 무게이니 농가의 최소수입은 닭 한 마리당 1개월 양육비가 180원인 셈이다. 여기에 시세보너스, 사료보너스 등 인센티브가 추가된다(출처: 한국일보 2022-03-05).


*32 일령으로 출하 직전의 닭이 모인 육계농장(출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


*1970년대 이전에는 1개월령의 꽁지 빠진 미성년닭은 한창 사춘기의 안 예쁜 모습으로 기다리면 예쁜 깃털의 성계로 성장했다. 이젠 속성으로 성장 중인 닭이 채 자라기 전에 시장의 수요형태에 맞춰서 성계 취급을 받으며 출하된다.



다음 편은

◾ 산란계(달걀생산을 목적을 사육되는 닭)에 대한 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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