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Health, One Welfare
2026.07.28 수정 보완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의 궁궐에 오소리가 산다.
빌딩과 자동차, 매연과 소음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 오소리가 살아간다는 사실은 뜻밖이다. 오소리는 주로 밤에 활동하며, 몸을 숨길 수 있는 숲과 굴을 팔 수 있는 흙,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오소리가 발견된다는 것은 그곳에 오소리 한 마리만 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숲과 풀, 곤충과 작은 동물, 물과 흙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2005년 1월 6일 대한민국 정바카라브리핑에 실린 정기상 작가의 글 「서울도심 궁궐생태계 유지를 보고 배우기」에는 서울 궁궐 안에서 원앙, 소쩍새, 붉은배새매, 어치, 꿩, 오소리, 누룩뱀, 족제비 등이 서로 먹이사슬을 이루며 살아간다는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궁궐 담장 밖에서는 자동차 소음과 매연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담장 안에서는 오래된 나무와 숲, 연못과 흙이 보존되어 야생동물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궁궐은 단순히 옛 건축물을 보존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작은 생태계인 셈이다.
이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개발을 제한하고 나무와 숲을 보존하며 사람의 출입과 이용을 일정하게 관리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궁궐에 사는 오소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야생동물은 같은 도시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가.
그 답은 오소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정기상 작가는 겨울철 먹이가 부족해 민가로 내려오는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 올가미나 덫을 놓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바카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간이 오랫동안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해 왔다면, 이제는 동물을 몰아내는 방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도심이나 주거지에 야생동물이 출몰했다는 안전안내문자가 시민들에게 전달된다. 농촌에서는 멧돼지나 고라니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 주민들의 안전과 재산 피해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러나 야생동물이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내려온 이유를 살피지 않은 채 포획과 제거만을 반복한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이와 이동 경로가 끊어질수록 인간과 야생동물의 충돌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궁궐의 오소리는 야생동물이 도시로 침입한 존재라기보다, 인간이 만든 도시 안에 아직 남아 있는 자연의 오래된 주민에 가깝다.
* 붉은 배새매(출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https://species.nibr.go.kr/endangeredspecies/)
서울시 소식지 『서울사랑』 2023년 11월호에는 생태환경운동가 최원형의 글 「‘새’ 관심을 두면 보이는 서울의 새」가 실렸다.
그는 새들이 곤충을 잡아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통해 생태계의 균형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작은 새 한 마리의 삶도 곤충과 나무, 숲과 인간의 삶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을 너무 쉽게 제거한다. 암은행나무에서 떨어지는 은행 열매의 냄새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기도 한다. 가게 간판이나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잘 자란 가로수의 가지를 지나치게 잘라내기도 한다. 은행 열매의 냄새가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새의 배설물이나 울음소리, 농작물 피해와 정전 사고 역시 주민과 기관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준다.
(출처: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편, 새(鳥)로 인한 한전의 피해는 간과할 수 없게 크다. 대표적인 텃새인 까치는 한국에서 사계절 내내 볼 수 있으며 길조로 추앙받아왔다. '까치까치설날은~ '동요에 등장하는 까치는 까마귓과로 사람 얼굴을 구별하고 기억할 만큼 학습 능력과 적응력이 뛰어난 새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영특한 까치가 현재 과수에 극심한 피해를 준다. 환경부는 일정한 조건에서 까치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송전탑과 전신주에 둥지를 틀면서 정전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참고 https://www.yna.co.kr/view/AKR20230120152500530). 나뭇가지뿐 아니라 철사나 옷걸이 같은 물체를 물어다 둥지를 짓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조류 정전사고 166건에 피해가구가 8만 호에 이르고 있어 조류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전은 까치집 제거에만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330억 원의 비용을 지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까치를 없애거나 서식지를 무조건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바카라은 아니다. 까치 역시 생태계의 구성원이며 기본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야생동물이다.
*까치 (참고: 전기신문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487. ).
*물까치 * 어치(산까치)
(출처: 연합뉴스 2023-01-22)
새똥의 폐해를 겪는 지역 주민들과 올림픽 공원 나무들에 떨어지는 새똥으로 인한 수목피해 등이 적지 않지만(참고, 성남 시흥동 백로 참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95747.html)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대안을 간구함이 바람직하다. 새를 없애버리는 행위 등이 초래하는 생태계 파괴행위는 결국 자연재해로 이어지므로 보다 넓은 시각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나무를 베고, 정전을 막기 위해 새를 쫓아낸다. 그 선택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연은 언제나 더 큰 계산서를 우리에게 돌려준다.
궁궐의 오소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오소리만 보호해서는 안 된다. 오소리가 몸을 숨길 숲, 먹이를 제공하는 흙과 풀,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곤충과 새와 작은 동물까지 함께 보호해야 한다.
한 종의 생존은 다른 생명의 생존과 분리될 수 없다.
* 창경궁에 사는 새
(출처 서울특별시 서울사랑 https://love.seoul.go.kr/articles/9874)
서울 궁궐의 생태계를 떠올리다 보니 오래전 제인 구달의 한마디가 다시 생각났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입니다."
“동물을 존중해야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기후 변화나 전염병 창궐 등 직면한 위기에서 살아남을 있다" 고 말한 제인 구달은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동물원에 갇혀 구경거리나 놀이 도구로 이용되는 동물의 삶을 비판하고, 지나친 육식 소비를 줄이며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침팬지의 어머니’로 널리 알려진 환경운동가이자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88)은 2012년 내한했다. 그리고 불법 포획되어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에 이용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제주 바다로 돌아가는 데에도 힘을 보탰다.
제돌이의 방류는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에 인지도가 훌쩍 높아진 바로 그 돌고래 종이다.
인간은 숲을 베고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도시와 농경지를 넓혀 왔다. 그 결과 인간과 야생동물이 접촉하는 경계가 달라지고,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과 같은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인간의 건강만 따로 지킬 수는 없다.
동물이 병들고 환경이 훼손되면 인간의 건강과 안전도 함께 위협받는다. 반대로 인간 슬롯의 건강과 복지가 무너지면 동물의 삶과 환경 역시 온전하게 유지되기 어렵다.
세계는 이러한 연결성을 ‘One Health’와 ‘One Welfare’라는 이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IAHAIO(International Association of Human-Animal Interaction Organizations, 국제인간·동물상호작용기구연합)는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세계 각국의 기관과 전문단체가 참여하는 국제 비영리기구이다. 동물매개활동과 동물매개치료, 동물매개교육, 서비스동물 훈련 등 인간·동물 상호작용 분야의 연구와 실천 기준을 제시해 왔다.
IAHAIO는 2014년에 발표한 백서를 2018년 개정하면서 동물매개중재(Animal-Assisted Intervention, AAI)를 다음 네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동물매개활동(Animal-Assisted Activity, AAA)
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AAT)
동물매개교육(Animal-Assisted Education, AAE)
동물매개상담 및 코칭(Animal-Assisted Coaching/Counselling, AAC)
2018년 개정 백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One Health와 One Welfare의 관점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동물매개중재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참여하는 동물과 사람, 이들을 둘러싼 환경의 건강과 복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다
One Health, 즉 ‘하나의 건강’은 인간의 건강이 동물과 환경의 건강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관점으로 과학자들이 인간과 동물의 질병 과정의 유사점을 발견한 1800년대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 동물은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며 질병과 생태적 위험을 공유한다. 따라서 감염병, 식품안전, 항생제 내성,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는 의학이나 수의학, 환경과학 가운데 어느 한 분야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지역슬롯, 정부기관이 함께 협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2002년부터 2003년까지 확산된 사스(SARS), 2019년 말부터 세계적으로 유행한 코로나19는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One Health는 사람의 건강이 동물과 환경의 건강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사람, 동물, 식물이 함께 공유하는 환경 사이의 상호연결을 인정하는 최적의 건강 결과를 얻는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USA).
국립보건연구원 역시 미래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 환경의 건강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는 One Health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지 역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One Welfare, 즉 ‘하나의 복지’는 동물복지와 인간의 복지, 그리고 환경의 지속가능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관점이다.
인간의 복지가 열악한 곳에서는 동물의 복지 역시 훼손되기 쉽다. 동물학대와 가정폭력의 연관성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동물이 처한 상태는 때로 인간 슬롯의 건강과 안전을 보여주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동물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사람에게도 정서적 안정과 슬롯적 관계, 삶의 질을 제공한다. 사람과 동물의 복지는 서로 경쟁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보호해야 할 가치인 것이다.
One Health와 One Welfare의 관점은 동물매개중재에서 특히 중요하다. 동물매개중재는 사람의 신체적·정서적·슬롯적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참여동물이 스트레스와 피로, 두려움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면 그 프로그램은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과 전문가는 참여자뿐 아니라 직원, 핸들러, 방문객과 참여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동물의 건강과 행동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충분한 휴식과 회피 공간을 제공하며, 동물이 원하지 않는 상호작용을 강요하지 않는 규정과 운영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동물의 미세한 스트레스 신호를 알아차리는 일은 중요하다. 몸을 돌리거나 시선을 피하고, 하품하거나 입술을 핥으며, 자리를 벗어나려는 행동은 동물이 불편함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다.
사람에게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만으로 동물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든 동물매개중재 전문가는 함께 일하는 동물을 단순한 치료 도구나 교육 자료가 아니라 감각과 감정, 선택 의사를 지닌 살아 있는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
서울 궁궐의 오소리는 숲과 흙, 곤충과 새, 작은 동물들이 서로 연결된 생태계 안에서 살아간다. 오소리 한 종만 따로 보호한다고 해서 그 삶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매개중재에 참여하는 개의 복지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교감하는 순간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평소의 건강과 생활환경, 핸들러와의 관계, 충분한 휴식과 선택권까지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궁궐의 오소리와 사람 곁에서 활동하는 동물은 서로 다른 환경에 살지만 우리에게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한 생명의 건강과 복지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건강은 동물의 건강과 이어지고, 동물의 복지는 인간의 삶과 연결되며, 그 모든 생명은 건강한 자연환경 안에서만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서울 궁궐의 담장 안에서 오소리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가는 결국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연을 불편한 존재로 여기고 하나씩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불편을 조정하면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인가.
One Health와 One Welfare는 거창한 국제적 구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무 한 그루를 남기는 일, 새의 둥지를 무조건 없애지 않는 일, 야생동물이 살아갈 길을 마련하는 일, 사람을 돕는 동물의 피로와 마음까지 살피는 일에서 시작된다. 궁궐의 오소리는 오늘도 말없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카지노 글 <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1)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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