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상 생물군 중 0.01%
2013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에 앞장섰던 최재천 교수는 인간과 동물, 자연이 어우러져야 건강하고 행복한 슬롯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을 수십 권의 저서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강조해 왔다.
(출처: 한겨레 2022-08-22
https://flexible.img.hani.co.kr/ Accessed April 30, 2024.)
방송에서 그분의 강의를 들을 때면 대학에서 생명존중 강의를 청강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곤 했다. 그러나 귀국 후 한국 학교에 적응하느라 물밑에서 쉼 없이 발을 젓는 백조처럼 애쓰던 어린 두 딸을 뎅그머니 놓아둔 채 내 길을 찾아 나설 용기는 없었다.
대신 그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지금도 내 바카라장에 꽂혀 있다. 개미에 관심이 많은 손주의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건넬 생각이다. 바카라 속의 다양한 개미 사진만으로도 아이는 놀이터에서 만났던 개미를 떠올리며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바닷물에 뿌리를 내린 숲
* 바닷물 범람을 막아주는 맹그로브 숲
(출처: 동아일보 2019-05-17
https://www.donga.com/ Accessed April 30, 2024)
*호주 NSW주 숄헤이븐의 맹그로브숲
(출처: 한국일보 2023-05-03
https://www.donga.com/ Accessed April 30, 2024)
1990년대 초, 두 아이가 호주의 초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맹그로브(Mangrove) 해안습지를 만났다. 짠물에 뿌리를 내리고 서서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지가 되어주는 맹그로브 숲이었다.
학교의 맹그로브 숲 견학에 보조교사로 참여해 늪지와 숲을 오가는 아이들의 안전을 살폈다. 그 틈틈이 바닷물 위로 드러난 굵은 뿌리 사이를 재빠르게 오가는 작은 생명체들을 바라보며 교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 사방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습지 생물들을 마음껏 관찰하지 못한 아쉬움도 아직 생생하다.
그때는 바닷물 속에 뿌리를 내리고 숲까지 이룬 나무가 그저 신기했다. 갯벌의 작은 생명체를 왜 보존해야 하는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가는 교사의 수업 방식에도 뭉클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당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 역시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재미있는 수업을 시도하곤 했다. 하지만 정해진 진도를 따라 지식을 전달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보충 방송수업까지 해야 했고, 학교별 성적이 비교되는 전국 모의고사 결과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학생들의 이해도를 살피며 반복해 설명하고 기억시키는 동안, 재미있는 수업은 자주 교사의 마음속에만 머물렀다.
다시 시작한 공부
세 번째 해외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맹그로브 숲의 기억도 오래 잊고 지냈다. 그러다 성년이 된 큰딸이 건강을 잃으면서 우리는 다시 함께 대학원에 입학했고, 나는 《인간과 동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오직 반려견에게만 눈을 맞추던 아픈 딸에게 새로운 희망을 세워주고, 가족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화제를 만들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그 공부가 내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나는 동물의 생명과 권리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며 해외 자료와 원서를 원 없이 들여다보았다. 큰딸 역시 과제를 하느라 바빠져 더는 베란다 창가에서 슬픈 눈으로 1층을 내려다볼 시간이 없었다.
최재천 교수는 모든 학문활동의 목적이 '인간이해'에 있다고 했다. 인간의 지배적인 영향이 지구환경을 바꾸는 인류세(Anthropocene)에는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인간과 동물, 자연이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 인간의 행동이 자연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지구상 생물군 중 0.01%
2018년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론 밀로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총량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바이러스를 포함해 지구상의 생물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연구진은 각 생명체에 포함된 탄소량을 비교해 생물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의 탄소량은 약 6천만 톤으로 나타났다. 지구상 전체 생물량의 불과 0.01%였다. 남극의 크릴새우나 지구상의 흰개미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지구에서 가장 압도적인 생명체는 식물이었다. 식물의 탄소량은 약 4천500억 톤으로, 전체 생물량의 82%를 차지했다. 인간보다 무려 7천500배나 많다.
바이러스의 생물량은 인간의 3배, 물고기는 12배, 균류는 인간의 200배로 추정되었다. 또한 지표 아래 깊이 묻혀 있는 박테리아의 생물량은 약 700억 톤으로 추정되지만, 연구진은 이 부분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탄소량을 이용한 생물량 추정은 매우 유용한 분석 방법으로 평가하였다.
(출처: 한겨레)
모든 생명체의 13%에 달하는 박테리아도 식물의 1/6에 불과했다. 또한 지구 표면적의 70%에 달하는 바다에 사는 바다생물량의 비중은 1% 내외이다. 즉 식물 등 대다수 생명체는 육지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지표아래 깊이 묻혀있는 무려 700억 톤의 박테리아는 육지생명체의 1/8에 달한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0.01%에 불과한 인간은 최근 50년 사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농업, 벌목 등 각종 개발 등의 자연파괴행위로 동물의 절반이 사라지게 했다. 이는 결국 6번째 대멸종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를 불러오고 있다.
이 연구의 국제 연구진은
"인간이 모든 야생 포유류의 83%와 식물의 절반을 파괴했다"
고 분석했다.
2018년 기준 전체 생물량 분석에 따르면 인간은 전체 생물량의 0.01%에 불과하지만, 포유류 생물량에서는 인간이 약 36%,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이 약 60%를 차지했다. 반면 야생 포유류는 4%에 불과했다. 조류 역시 약 70%가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였다. 이는 인간의 식량 생산을 위한 활동이 지구 생물 구성을 크게 바꾸어 놓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바다에서는 300여 년에 걸친 포경사업으로 해양 포유동물의 1/5이 겨우 살아남았으며, 육지에서는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의 획기적인 증가로 전체 포유동물은 4천만 톤에서 1억 7천만 톤으로 4배의 증가를 기록한다.
우리는 이 연구결과에서
- 인간의 식량을 목적으로 한 가축사육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검토
해야 하는 시점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 인간은 모든 대륙에서 식량과 쾌락을 목적으로 야생 포유류를 도살하고 말살했다
- 육상식물의 총량이 압도적이며, 대부분이 나무이다
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인간과 동물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을 때에만 인간의 생존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 왼쪽 사진: 흰개미 *오른쪽 사진: 닭(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