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에는 죄가 없다

by정아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느낀 것이 있다.

“성격이 안 맞아서” 갈등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확실히 이혼 사유 조사한 자료나 통계를 보면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했다는 커플이 많기는 하다. 그 영향일까? 사람들의 갈등이 정말 '성격 차이' 때문일까, 그 관점이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치자. 그럴 경우 해결 방향을 어떻게 도모해야 할까?

‘성격 차이’로 접근하면 갈등의 해결 방향 모색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첫째, 성격 차이로 접근하면 해결 방향이 너무나 어렵다.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뜻한다. 그러니까 타고난 성질을 포함하는 말이다. 타고난 성질과 품성이 맞지 않다니. 그러면 해결이 가능하지가 않다. 그러니 '성격 차이'를 말할 땐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전제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라는 분석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라고 말하는 것과 동의어가 아닐까.


둘째, '성격 문제'로 접근하면 공동체 안에서 최소한 어느 한 사람은 성격이 나쁘거나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야 마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 아이는 공격적인 성향을 가졌어', '저 사람은 성격이 이상해' 등 성격을 문제 삼으면 해결바카라은 한 가지밖에 남지 않는다. "저 사람 성격을 바꿔야 해." 그런데 타고난, 고유의 성격 특성을 바꾸는 일이란 거의 불가능하거나 최소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내 생각대로 상대방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해결의 주체가 갑자기 상대방이 되어 버린다. 상대방은 아무 문제 의식이 없는데? 내 생각대로 상대를 바꾼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의 해결바카라이 될 수가 없다.


그래서 '갈등'에 '성격 차이'로 접근하는 시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해결을 어렵게 하는 해석인 것은 분명하다.


해당 개인에게는 타고난 성격을 바꿔야 하는, 불가능하거나 폭력적이 될 수박에 없는 해결바카라밖에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에게는 타고난 성격을 바꿔야 하는, 자신의 고유함을 지워야 하는, 그런 일이 되어 버린다. 누군가가 '네 성격이 문제이니 성격을 바꿔'라고 한다면, '아 성격을 바꿔야겠구나' 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공동체에서 나가는 것을 선택하게 되기 쉬운 것이다. 타고난 것을 바꾸라는 방향의 해결바카라은, 상당 부분 폭력성을 포함하는 해결바카라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갈등에 대해 맨 먼저 필요한 것은 '인식 전환'이다.

성격 차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나 문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접근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를 때리는 아이가 있다면 ‘네가 문제야’가 아니라 ‘때리는 행위’만 문제 삼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다른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라는 규칙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가 지키면 되는 것이다. 이 공동체의 행동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삼을 수 있다.,성격이 어떻든,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삼고 그 '행위'에 대해서만 담백하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성격 운운하지 말고.


또 모두가 만들어가야 할 ’문화‘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때리는 행위'가 용인되는 것은 때리는 행위를 용인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접근해 보는 것이다.


교실에서 '때리는 행위'가 발생했을 때 "때리면 안 돼!" 라는 말이 열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다면 어떨까? 때리는 아이를 열 명이 달려가 말리고 맞는 아이를 열 명이 달려가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지속적으로 때리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일단 한 명이 열 명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 행위를 문제 삼는데 계속 혼자만 그 행위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폭력이 발생하는 곳에서는 그 폭력을 용인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려서 이기는 아이가 있을 때 모두가 그가 두려워하고, 심지어 그를 멋지다고 여기고, 그렇게 폭력이 우대받는 문화에서는 계속 때리는 아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런 행위가 용인되는 문화가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개개인의 성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아이가 때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의 '행위'이지 그의 '성격'이 아니다.


성격에는 죄가 없다.

그의 성격도 나의 성격도 문제가 없다.

각자의 성격적 특성은 아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각자의 성격에 모난 면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나 모난 면을 조금씩은 갖고 있다.


각자의 모난 면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각자의 성격적 측면은 수용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의 규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으니까.

모두가 만들어가는 문화를 통해 해결의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까.


아. 나는 아무래도 이상주의자가 맞나 보다. ㅎㅎㅎㅎㅎ


"현대 슬롯의 개인화는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의 실패를 오롯이 개인의 바카라임과 선택의 문제로 전환시킨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개인의 내면적 질환이나 부적응으로 오인되기 쉽다."

(주1)


주1> 지그문트 바우만, 『액체 근대』, 한길사, 105쪽.

표지 이미지> Image by Artturi Mäntysaari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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