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인데 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틀을 누워 있어도 몸은 쉰 줄을 모른다. 쉼에는 쉼만의 순서가 있다.

by시선
주말 내내 집에 있었습니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보다가 일어났는데, 월요일 아침이 지난주보다 무겁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쉰 자리가 어디에도 없어요. 뭘 해도 밀린 기분이 따라다닙니다. 쉬는 데도 방법이 따로 있는 걸까요?


토요일 오후 2시, 세차를 하겠다고 집을 나섰다. 주차장까지 걸어가 문을 열고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세차장으로는 가지 않았다. 기어는 P에 둔 채였다. 엔진 소리가 발밑에서 올라온다. 통풍구에 손등을 대 보면 미지근하다. 그 5분이 그 주에서 가장 조용한 시간이었다. 세차는 다음 주로 넘어갔고, 다음 주에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집에 있는 주말은 이상하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으니 쉰 셈인데, 월요일 아침에는 어깨가 더 굳어 있다. 사람들은 이럴 때 휴대폰을 탓한다. 쇼츠에는 끝이 없어서 하나가 끝나기 전에 다음 것이 밑에서 올라오고, 안 보려고 엎어 두고도 궁금해서 다시 뒤집게 된다고. 내 손은 화면을 밀어 올리지 않는다. 대신 노트북을 연다. 지난주에 써 둔 원고를 다시 읽고, 문단 하나를 위로 올렸다가 도로 내린다. 읽기만 하겠다고 열었는데 커서는 이미 문장 사이에 들어가 있다. 이것만 고치고, 한 번만 더. 화면을 넘기는 손과 문장을 고치는 손은 하는 일이 다르지만 자세는 같다. 발에는 줄곧 슬리퍼가 신겨져 있었다. 언제든 일어날 사람의 자세다.


신호에 걸리면 기어를 D에 둔 채 브레이크만 밟는다. 차는 서 있지만 앞으로 가려는 힘은 그대로 걸려 있다. 발을 떼면 밟지 않아도 스르르 흐른다. 경사진 곳에서 한 번 뒤로 밀린 뒤로 그 발을 유심히 보게 됐다. 주말의 내 자세가 그랬다. 누워는 있었으나 기어는 D였고, 발은 브레이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문장은 발을 뗀 자리로 흘러드는 차다. 몸이 멈춘 것과 힘이 풀린 것은 다르다. 이틀을 누워 있어도 앞으로 가려는 힘이 걸려 있으면, 그것은 쉰 것이 아니라 정차한 것이다.


새벽에는 한 가지가 더 붙는다. 자다가 시 한 줄이 떠오르면 벌떡 일어난다. 머리맡 수첩에 적거나, 수첩이 안 보이면 휴대폰 메모장을 연다. 적고 나면 그 위에 있던 문장이 눈에 밟힌다. 어제 쓴 글을 열어 토씨를 고친다. 새벽 4시에 한 문단을 지우고 다시 쓴 날이 여러 번이다.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이니 쉬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씨앗을 받아 적는 손과 퇴고하는 손은 같은 손이어도 기어가 다르다. 받아 적는 것은 P에서도 된다. 고치는 것은 다시 D에 넣는 일이다.


차를 제대로 세울 때 손과 발은 네 번 움직인다. 브레이크를 밟은 채 기어를 P로 옮기고, 풋 브레이크를 밟고, 파워 버튼을 누르고, 문을 열고 내린다. 하나를 빼먹으면 차는 서 있어도 쉬지 않는다. 쉼에도 그만큼의 동작이 붙어 있다. 소파에 앉는 일은 그중 첫 동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개 첫 동작에서 멈춘다. 손에 무언가를 든 채로.


지난 주말에 우리가 정말로 차에서 내린 시간은 몇 시간이었을까?


요즘은 토요일 오후에 시동을 끄고 내린다. 소리가 끊기면 손이 먼저 수첩을 찾는다. 그러다 다시 시동 버튼을 누른 날이 여러 번이다. 일요일 오전에는 교회에 간다. 예배 시간에는 수첩도 노트북도 손에 없고, 중간에 일어날 일도 없다. 한 주 가운데 시동이 확실히 꺼져 있는 시간은 그 한두 시간이다. 내 힘으로 끈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으면 꺼지는 것이라, 내리는 법은 교회에서 배운 셈이다. 새벽은 지금도 서툴다. 수첩은 머리맡에 두되 두 줄까지만 적기로 했다. 고치고 싶은 마음은 아침으로 미룬다. 일요일 저녁 9시가 되면 월요일에 열 파일을 띄워 놓고, 읽지도 않으면서 화면 앞에 앉아 있다.


첫째, 쉬기 전에 끝나는 시각을 먼저 정한다. 두 시간이든 삼십 분이든 길이는 상관없다. 시작만 있는 쉼은 자꾸 시계를 보게 만들고, 끝이 정해진 쉼은 그 사이가 통째로 비워진다. 퇴고에는 끝이 없다. 다음 영상에도 끝이 없다. 끝은 내가 정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 저녁에는 10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정해 두는 것부터 해도 된다.


둘째, 쉬는 자리를 일하는 자리에서 떼어 놓는다. 식탁에서 노트북을 열었다면 그 의자에서는 쉬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앉으면 어깨가 먼저 일하던 각도로 돌아간다. 휴대폰이든 노트북이든 다른 방 서랍에 넣는다. 서랍까지 걸어가는 여덟 걸음이 다음 것과 나 사이의 거리다. 거실 바닥에 앉아 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된다.


셋째, 쉰다는 것을 집 안에 한 번 알려 둔다. 두 시간 쉬겠다고 말해 두면 그 두 시간이 허락을 받는다. 아무 말 없이 누워 있으면 누가 부를까 싶어 발끝이 문을 향한다. 흔한 실수 하나. 저녁에 오늘 잘 쉬었는지 채점하는 일이다. 새벽에 어제 쓴 글을 채점하는 일도 같다. 점수가 매겨지는 자리는 이미 일터다.


시동이 꺼진 자리는 잠깐 조용하다. 그 조용함까지가 쉼이다.




▷ 오늘 하나만 : 쉬기 전에 끝나는 시각을 먼저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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