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한 번 일어나고, 되감기는 여러 번 일어난다.
회의에서 말을 잘못 꺼낸 지 사흘째입니다. 남들은 벌써 잊었을 텐데 저만 그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봅니다. 자려고 불을 끄면 더 또렷해집니다. 다음 날 회의에서는 입을 열기도 전에 목이 마릅니다. 이 되감기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경쟁 발표 중간이었다. 화면에 띄운 글자와 내 입에서 나온 말이 달랐다. 앞줄에 앉은 심사위원 한 사람이 펜을 내려놓았다. 나는 그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읽었다. 남은 4분을 다 쓰고 인사를 했다. 복도로 나오니 손바닥이 젖어 있었다.
그날부터 사흘을 그 장면과 함께 다녔다.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으면 그 슬라이드가 먼저 올라온다. 밥을 먹다가 젓가락이 멈춘다. 불을 끄고 누우면 그 장면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고, 내 입은 그때 하지 못한 말을 소리 없이 움직인다. 사흘 동안 나는 그 발표를 스무 번쯤 다시 했다. 스무 번 모두 결과는 같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접어 그대로 가방에 넣은 적이 있다. 그날은 급했고, 밖에서 털 시간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가방을 여니 제안서 모서리가 울어 있었다. 우산은 벌써 말라 있었다. 정작 젖은 것은 옆에 있던 종이였다. 실수를 되감는 사흘도 그렇다. 그 장면은 그 자리에서 끝났고, 물기는 그다음에 오는 일들로 옮겨 간다. 다음 회의에서 마르는 목, 결재판을 앞에 두고 길어지는 침묵, 전화를 걸기 전에 멈추는 손. 지난 일은 고쳐지지 않고, 옆에 있던 일이 젖는다.
우산을 가방 밖에서 한 번 털면 물기는 거의 떨어진다. 동작 하나에 삼 초면 된다. 그 삼 초를 건너뛰는 까닭은 시간에 있지 않다. 젖은 우산을 펼쳐 털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본다. 그래서 접어서 안으로 넣는다.
지난주에 우리가 접어서 가방에 넣은 우산은 몇 개였을까?
요즘은 사흘이 하루로 줄었다. 내가 단단해져서가 아니다. 발표가 끝나면 복도에서 수첩을 꺼내 두 줄을 적는다. 틀린 말 하나, 다음에 볼 자리 하나. 그러고 나면 그 장면은 수첩에 남고 물기는 가방 밖에 떨어진다. 그래도 지난달에는 한 장면을 이틀 데리고 다녔다. 아직 하루를 더 줄이지는 못한다.
첫째, 되감기가 올라오면 그 장면을 종이에 두 줄로 옮겨 적는다. 무엇을 틀렸는지 한 줄, 다음에 어디를 볼지 한 줄이면 넉넉하다. 머릿속에 있는 동안 그 장면은 매번 조금씩 길어지고, 종이에 옮기면 두 줄에서 멈춘다.
둘째, 되감기가 시작되는 순간에 몸을 먼저 움직인다. 일어나서 물을 받아 오거나 창문을 한 번 열고 닫는다. 앉은 자세로는 같은 장면이 끝까지 돌아가고, 무릎을 펴면 중간에 끊긴다. 저녁에 한 번 해 보면 차이가 손에 잡힌다.
셋째, 그 자리에 있던 사람 한 명에게 물어본다. 그날 그 대목이 눈에 띄었는지 가볍게 물으면 대개 기억하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나 혼자 스무 번 본 장면을 남들은 한 번도 다시 보지 않았다.
그 장면은 수첩에 남는다. 오늘 밤까지 따라오지는 않는다.
▷ 오늘 하나만 : 그 장면을 종이에 두 줄로 옮겨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