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주방에서 배운 원칙과 취향의 경계
아침 일곱 시까지 병동에 환자들이 드실 식사를 올려야 한다. 요양병원 주방에서 일 년 열두 달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한 끼라도 빠뜨려서는 안 되고, 환자의 식이와 이름표가 뒤바뀌어서도 안 된다. 주방의 손과 발은 그 시각을 향해 움직인다.
네 사람이 동시에 일한다. 조리사는 화구 앞에서 반찬을 만들고 국과 죽을 완성한다. 한 사람은 반찬을 종지마다 나누고, 다른 사람은 그 종지를 식판으로 옮긴다. 또 한 사람은 필요한 김치를 잘게 썬다. 맡은 일은 나뉘어 있지만 어느 한쪽이 늦어지면 다른 쪽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같은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작업 순서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동료는 수저부터 놓고 어떤 동료는 김치 종지부터 놓는다. 식판을 한 줄로 길게 펼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줄로 놓는 사람도 있다. 다짐찬을 놓을 식판 서른네 장을 처음부터 모두 꺼내는 사람도 있고, 스물여덟 장이나 서른 장만 먼저 펼친 뒤 나머지를 보충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 나는 그 차이가 몹시 거슬렸다. 수저를 먼저 놓아야 뒤의 작업이 자연스럽고, 식판은 한 줄이어야 이름표와 반찬을 확인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필요한 식판을 한꺼번에 꺼내 놓으면 중간에 손을 멈출 일도 없었다.
내 방식에는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그 이유가 다른 사람의 방식을 틀렸다고 할 만큼 충분하다고 믿은 데 있었다.
왜 저렇게 하지. 저러면 더 불편한데. 내가 하는 방식이 훨씬 빠른데.
아무도 임명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나는 주방 식판배치심사위원장이 되어 있었다.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점수가 매겨졌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손의 순서부터 채점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방식의 이점도 보였다. 식판을 두 줄로 놓으면 좁은 작업대를 덜 차지하고 손을 뻗는 거리가 줄었다. 일부만 먼저 꺼내 놓으면 작업 공간이 덜 복잡했다. 김치 종지부터 놓는 동료도 자기 순서대로 막힘없이 다음 일을 이어 갔다.
반대로 내 방식에도 장점은 있었다. 식판을 한 줄로 펼쳐 놓으면 확인하기 편했고, 필요한 수량을 모두 꺼내 두면 남은 수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든 얻는 편리함과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있었다.
나는 내게 편한 점만 자세히 알고, 상대에게 편한 점은 잘 보지 못했다.
그때부터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어 생각하게 되었다. 식이는 정확해야 한다. 음식이 빠지거나 이름표가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 위생을 지키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보내야 한다. 이것은 누구의 취향으로 바꿀 수 없는 기준이다.
수저와 김치 종지 가운데 무엇을 먼저 놓는지는 다르다. 그 순서가 누락을 만들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막지 않는다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고칠 필요는 없었다.
혼자 일하는 공간이라면 자기 방식대로 하면 그만일 것이다. 주방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한 사람이 반찬을 놓은 자리를 다른 사람이 확인하고, 완성된 식판을 또 다른 사람이 배식차에 싣는다. 내 손에는 편해도 다음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함께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기준을 분명히 하는 일이 중요했다. 내가 불편해서 바꾸고 싶은지, 실제로 실수가 생기거나 작업이 막혀서 바꾸어야 하는지 구별해야 했다. 말하려는 이유를 돌아보면 둘이 섞여 있을 때가 있었다.
식이를 잘못 놓거나 음식을 빠뜨린 것을 방법의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 배식이 늦어지면 어디에서 시간이 걸리는지 살펴야 한다. 다만 원인을 확인하기 전에 낯선 순서부터 탓하지 않으려 한다.
같은 주방에서도 맡은 자리에 따라 급한 일이 다르다. 화구 앞에서는 국이 끓고 반찬이 익는 시간이 먼저 보인다. 식판 작업대에서는 비어 있는 반찬 칸과 아직 놓지 못한 이름표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지금 당장 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상대에게는 다른 일을 마친 뒤 해야 할 순서일 수도 있다.
함께 일한다는 것은 그런 순서들을 맞추는 일이었다. 모두의 손을 같은 모양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과는 달랐다.
나는 여전히 내 방식이 편하다. 다른 순서로 놓인 식판을 보면 손이 잠깐 멈출 때도 있다. 예전 같으면 곧바로 자리를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순서로 일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조금 더 보려 한다.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곳은 없는지, 다음 사람이 움직일 자리는 남아 있는지 살핀다.
고쳐야 할 것이 있다면 그 문제를 이야기하면 된다. 내 방식과 다르다는 사실까지 문제로 만들 필요는 없다.
내일 아침에도 누군가는 수저를 먼저 놓고, 누군가는 김치 종지를 먼저 놓을 것이다. 식판을 한 줄로 펼치기도 하고 두 줄로 놓기도 할 것이다. 서로 익숙한 손의 순서가 하루아침에 같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곱 시가 가까워지면 나는 완성된 식판을 확인할 것이다. 이름표와 식이가 맞는지, 밥과 국과 반찬이 빠짐없이 놓였는지 볼 것이다.
수저를 몇 번째로 놓았는지는 그때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