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어느새 일터로 복귀하는 날이 됐다.
지난 3월엔 분명 ‘너무 힘들다. 도저히 못 참겠다.’ 울면서 뛰쳐나온 회사인데. 그 회사에 똑같은 자리로 다시 돌아가다니. 같은 자리에 뿅 하고 다시 앉아 있는 나를 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도 있었고, 걱정부터 하는 사람도 있었고, 환영부터 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6개월을 쉬다 일하게 되니 솔직히 재밌었다.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뉴스를 보니 오랜만에 도파민이 돌았다. 지금은 불안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았다. 반년 전쯤엔 그렇게 죽고 싶었는데. 일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땅바닥에 코를 박고 널브러졌던 내가 다시 이렇게 앉아 있다니. 이건 살만하다는 신호였다.
10월의 마지막 주.
이때를 차분히 되돌아보면 내 마음속에는 수없이 많은 감정이 가득 차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며 느끼는 즐거움이 따뜻한 충만함 속에 섞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큰 슬픔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기도 했던 것 같다. 감정을 담을 그릇의 양은 분명 정해져 있는데. 내가 느끼는 것 그리고 주변인들이 주는 것들이 쌓이다 못해 매일 같이 바깥으로 콸콸 흘러넘치고 있었다.
어느덧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년이 되는 날에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난 참사 때나 1주기 때는 유가족, 생존자, 현장에 있던 시민, 구조에 임했던 경찰 등 여러 사람을 방송에 모시고 인터뷰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누구를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자리에 초대하는 형식의 인터뷰는 따로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번엔 리포트 형식으로만 나갈 예정이라는데, 갑자기 유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어떤 죄바카라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