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여러 개를 굴린다는 것의 진짜 무게
주간 점검을 하다가 손이 멈췄다. 서비스 상태 표에 빨간불이 두 개 떠 있었다.
혼행노트 스튜디오 1주일째 다운 — 실행 스크립트 소실
미드나잇라디오 1주일째 다운 — 자동 실행 미등록
일주일째. 나는 그동안 그게 죽어 있는 줄도 몰랐다. 매일 컴퓨터를 켰고, 다른 걸 만들고, 잘 돌아간다고 믿었다. 그런데 두 개는 조용히 멈춰 있었고,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알려줄 사람이 없었으니까. 이 시스템의 주인이자 관리자이자 유일한 직원이 나 하나였으니까.
이 장은 AI로 만드는 게 쉬워진 시대에 아무도 잘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다. 만드는 건 쉬워졌지만, 굴리는 건 여전히 어렵다.
AI로 뭔가를 만들면 도파민이 나온다. 어제 없던 게 오늘 생기니까. 그래서 자꾸 새로 만들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다. 주식 리포트를 만들고, 채널을 만들고, 앱을 만들고, 대시보드를 만들고… 어느새 열 개가 넘었다.
문제는 이거다. 만든 건 사라지지 않는다. 계속 살아 있으려면 계속 돌봐야 한다. 앱은 스토어 정바카라이 바뀌면 대응해야 하고, 자동화는 연결된 외부 사이트가 응답을 늦추면 멈추고, 서버는 어느 날 조용히 꺼진다. 만들 땐 하나였지만, 굴리는 부담은 열 개가 동시에 쌓인다.
혼자 열 개를 굴린다는 건, 열 개가 각자 조용히 고장 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고장은 요란하게 오지 않는다. 화면이 폭발하지 않는다. 그냥… 멈춘다. 초록불이었던 게 조용히 회색이 된다. 당신이 다른 데 정신 팔린 사이에.
원인을 따져보니 두 가지였다.
첫째, 점검이 사람 몫이었다. 나는 "가끔 생각날 때"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사람의 "가끔"은 믿을 게 못 된다. 바쁘면 건너뛰고, 잘 되고 있다고 믿으면 안 본다. 하필 그 두 서비스는 내가 매일 쓰는 게 아니어서 눈에 안 띄었다.
둘째, 죽어도 티가 안 났다. 그 서비스들은 조용히 백그라운드에서 도는 종류였다. 화면에 안 떠 있으니, 멈춰도 아무 신호가 없었다. 은행 잔고가 줄어드는 건 알림이 오지만, 내가 만든 자동화가 멈추는 건 아무도 안 알려준다 — 내가 알림을 안 만들었으니까.
교훈은 명확했다. 사람이 점검하면 안 된다. 점검을 자동화해야 한다.
나는 그 뒤로 "헬스체크"를 붙였다. 어려운 말 같지만 개념은 단순하다. 일정 시간마다 각 서비스가 살아 있는지 자동으로 확인하고, 죽어 있으면 나에게 알림을 보내는 파수꾼을 하나 두는 것이다. 사람이 기억해서 볼 필요가 없다. 파수꾼이 대신 지켜보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만 나를 부른다.
이게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전까지 나는 AI에게 "만드는 일"만 시켰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건 AI에게 "지켜보는 일"도 시키는 것이었다. 만드는 것만큼이나, 만든 걸 감시하는 것도 자동화의 대상이다. 오히려 혼자 여러 개를 굴리는 1인 운영자에겐 이쪽이 더 중요하다.
더 깊은 교훈은 따로 있다. 나는 한동안 "시스템 열 개를 굴린다"를 은근히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그중 둘이 일주일째 죽어 있었다면, 나는 사실 여덟 개를 굴린 것이고, 심지어 그 사실조차 몰랐다. 관리되지 않는 열 개보다, 확실히 살아 있는 세 개가 낫다.
AI가 만드는 걸 쉽게 해줄수록, 이 함정은 커진다. 만들기 쉬우니 자꾸 늘리고, 늘릴수록 관리는 허술해지고, 어느새 절반이 좀비가 된다. 그러니 새로 만들기 전에 물어야 한다. "지금 있는 걸 다 제대로 돌보고 있나?"
1. 만들었으면 "파수꾼"부터 붙여라.
새 서비스·자동화를 만들 때, 같이 시켜라:
이 서비스가 살아 있는지 [30분/1시간]마다 자동으로 확인하고, 멈춰 있으면 나한테 [알림 방법]으로 알려주는 점검 장치를 함께 만들어줘. 가능하면 죽었을 때 자동으로 다시 살리는 것까지.
"자동으로 다시 살리기"는 생각보다 쉽게 붙는다. 많은 시스템이 "꺼지면 다시 켜기"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2. 상태를 한눈에 보는 판을 만들어라.
여러 개를 굴린다면, 전부의 상태(초록/빨강)를 한 화면에서 보는 대시보드가 있어야 한다. 흩어져 있으면 반드시 뭔가를 놓친다. 나도 이걸 만들고 나서야 좀비를 조기에 잡기 시작했다.
3. "만든 목록"을 문서로 남겨라.
무엇을 만들었고, 어디서 돌고, 어떻게 다시 켜는지를 적어둔 목록. 이게 없으면, 몇 달 뒤엔 자기가 뭘 만들었는지도 잊는다. (경험담이다.) 실행 방법을 안 적어둬서 서비스가 죽었을 때 되살리는 법을 몰라 헤맨 게, 위의 그 '일주일'이었다.
4. 늘리기 전에 세어라.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규칙을 하나 둬라. "지금 돌아가는 것들이 다 초록불인가?" 아니라면, 새로 만들지 말고 먼저 고쳐라.
AI는 만드는 걸 쉽게 해줬지만 굴리는 걸 쉽게 해주진 않았다. 만들었으면 지켜보는 파수꾼부터 붙여라 — 고장은 요란하지 않고, 조용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