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우다이푸르

3부. 다시 찾은 인도: 2026년 우다이푸르

by비주류여행자

2026년 9월, 델리에서 12시간 기차를 타고 우다이푸르에 도착했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은 채 우다이푸르역에서 오토릭샤를 타고 올드시티로 향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직접 보고 방을 잡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호텔 다섯 군데를 돌아다니며 방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같았다.

“No room.”

뭐지?

아고다와 부킹닷컴에는 분명 방이 있다고 나오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갑자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근처 카페로 들어가 달달한 스위트 라시 한 잔을 주문했다.

이번에는 고집부리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부킹닷컴으로 바로 2박 예약!

우다이푸르는 한때 한국인 여행자들에게도 무척 인기 있던 도시였다. 신혼여행지로도 이름을 알렸고, 한국인 여행객들로 북적이던 시절에는 한국 식당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거리에는 인도 내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나지만 한국인은 물론 유럽 등에서 온 외국인 여행자는 예전보다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래 계획은 우다이푸르에서 최소 4박, 길면 일주일 정도 머물며 쉬어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중충한 날씨에 며칠 동안 이어진 여행의 피로와 스트레스까지 겹쳐서인지 아내는 그냥 2박만 하고 떠나자고 했다.

그래도 우다이푸르에는 내가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처럼 지내는 현지인 친구들이다.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길을 걷고 있는데 아홉 살쯤 된 여자아이 두 명과 그 아이들의 엄마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집까지 이어졌고, 어느새 나는 그들의 집에 앉아 짜이를 얻어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들의 엄마는 어린 딸들이 외국인 여행자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영어를 익히기를 바랐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었다.

이후 내가 인도를 다시 찾을 때마다 우다이푸르에 들러 그 가족을 만났다. 몇 년 동안 만남을 이어가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친구를 넘어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어렵게 숙소를 잡은 뒤 샤워부터 했다.

1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왔으니 몸도 제법 피곤했다. 오후 5시에 친구 가족을 만나기로 하고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아홉 살이었던 꼬마는 어느새 스물두 살의 숙녀가 되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직접 만난 것이 거의 10년 전.

그동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종종 안부를 주고받았지만, 화면 속에서 보는 것과 이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재미있는 변화가 하나 생겼다.

아침까지만 해도

“제발 이제 집에 가자.”

라고 하던 아내가 우다이푸르의 가족들을 만난 뒤에는 이곳에 조금 더 머물고 싶어 했다.

“여기 조금 더 있으면 안 돼?”

이튿날에는 그들과 함께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고 우다이푸르를 걸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 인도 여행을 하며

“나는 다시는 인도에 안 올 거야!”

라고 말하던 아내에게서도 다른 말이 나왔다.

“다음에 다시 오자.”

그 가족과의 만남은 아내에게도 다시 인도를 찾고 싶은 이유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호수와 궁전도 좋았지만, 내가 우다이푸르를 거듭 찾았던 이유는 그 가족이었다. 오래전 시작된 인연을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이어갔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0화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