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신성하다는 소는 왜 쓰레기를 먹고 있을까?

죽일 수 없고, 키우기는 어려운 난제

by비주류여행자

2005년, 첫 인도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라자스탄의 작은 도시 바랏푸르에서 케올라데오 국립공원을 찾았다. 고요한 아침이었다. 하얀 안개가 내려앉은 국립공원 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서 흰 소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왔다.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는 나를 지나 다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혔다. 2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공기와 안개, 그리고 하얀 소 한 마리를 또렷이 기억한다.


2026년 9월, 나는 다시 인도를 여행하고 있다. 이번이 벌써 일곱 번째 인도 여행이다. 이번에 머무는 곳은 라자스탄의 주도 자이푸르. 델리, 아그라와 함께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도시다.

화려한 궁전과 성채가 있고,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그만큼 볼거리도 많지만, 골목으로 몇 걸음만 들어가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또 다른 인도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그날도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길 한가운데 쓰레기 더미에 소들이 서 있었다. 먹을 것을 찾는지 비닐봉지를 헤집고 있었다. 썩은 음식물과 비닐, 플라스틱 포장지가 한데 뒤엉켜 있었다. 소는 그 속에 얼굴을 파묻고 무언가를 계속 씹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21년 전 바랏푸르에서 만났던 그 하얀 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질문 하나가 생겼다.

인도에서 소는 정말 신성할까?

신성하지만 거리에서 살아가는 소, 인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소다.

힌두교 문화에서 소는 오랫동안 생명과 풍요를 상징해 왔고, 오늘날에도 인도의 여러 주에서는 소의 도축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한다. 그런데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묘한 광경을 반복해서 만나게 된다. 그토록 신성하다는 소들이 왜 거리에서 쓰레기를 먹고 있을까.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우유 생산국이다. 수많은 소와 물소가 농가의 생계와 거대한 낙농산업을 떠받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소가 평생 경제적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유 생산량이 줄어든 소가 있고, 농업이 기계화되면서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게 된 수소도 있다. 경제적 가치는 떨어지는데 계속 키우려면 사료비가 든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도축할 수도 없다. 일부는 소 보호시설인 ‘가우샬라(Gaushala)’로 보내지지만 모든 소를 수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거리로 나오는 소들이 생긴다.

더 복잡한 경우도 있다. 거리를 돌아다닌다고 해서 모두 주인 없는 소는 아니다. 주인이 있으면서도 사료비를 아끼기 위해 낮 동안 밖에 풀어놓는 경우도 있다. 배가 고픈 소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다. 그리고 도시에서 가장 쉽게 먹을 것을 찾을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쓰레기 더미다. 소는 플라스틱을 먹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소가 비닐을 좋아해서 먹은 것도 아니다. 버려진 비닐봉지에는 음식물이 들어 있고 포장지에는 음식 냄새가 남아 있다. 소는 먹이를 찾다가 음식물과 함께 비닐과 플라스틱까지 삼킨다.

문제는 그것들이 소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추위에 조금씩 쌓인다. 플라스틱 이물질이 반추위에 쌓여 건강을 해치는 문제는 수의학 학술지 Veterinary World의 2018년 종설에서도 다뤄졌다. 사진 속 소도 그저 배가 고팠을 것이다. 그런데 그 소가 먹을 것을 찾은 곳은 초원이 아니라 쓰레기장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신성하다’는 말이 조금 다르게 들렸다.

신성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죽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먹이고 돌보는 것일까. 소를 신성하게 여기는 나라의 육류 수출 이야기는 여기서 조금 더 복잡해진다. 소의 도축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인도는 동시에 세계적인 소과 육류 수출국이기도 하다.

처음 들으면 모순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인도가 대규모로 수출하는 고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암소 고기가 아니라 주로 물소고기, 카라비프(carabeef)다. 인도 농산물·가공식품 수출개발청(APEDA)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4~25 회계연도 물소고기 수출은 약 125만 톤, 약 40억 6천만 달러였다.

한쪽에서는 소가 종교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물소가 거대한 낙농업과 육류산업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디쯤에서 경제적 가치를 잃은 소들이 도시의 쓰레기 더미를 뒤진다.

하지만 나는 이 모습을 단순히 ‘인도의 모순’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종교와 전통. 동물보호와 도축 규제. 농가의 생계와 낙농산업. 급격한 도시화와 쓰레기 문제.

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은 문제들이 길가의 쓰레기 더미 하나에서 한꺼번에 만난다. 어쩌면 내가 인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순간 때문인지 모른다. 유명한 관광지에서는 보이지 않던 슬롯의 모습이 아주 평범한 골목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타지마할이나 화려한 궁전보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소 한 마리가 이 나라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다시 21년 전의 소를 생각했다.


2005년 바랏푸르. 하얀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오던 흰 소 한 마리. 그리고 2026년 지금의 자이푸르. 플라스틱과 음식물이 뒤섞인 쓰레기 더미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소들.


2005년의 국립공원과 2026년의 도시 골목은 서로 다른 환경이다. 두 장면의 차이만으로 인도 전체의 변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여행에서 나는 예전과 다른 것들에 자꾸 눈길이 간다. 넘쳐나는 자동차와 쓰레기, 빠르게 소비슬롯로 들어가는 도시들, 많은 내국인 관광객으로 가득 찬 관광지,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인도만의 오래된 풍경들. 더 잘살게 되는 것과 더 좋은 슬롯가 되는 것은 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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