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요리를 열심히 한다. 전업 주부가 된 이후에 그녀가 가장 힘쓰는 일이 바로 요리다. 지수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지 않고 시장에 간다. 예전에는 온라인 마켓이나 대형 마트에서 장을 봤지만 재미 삼아 서울의 주요 시장에 가서 장을 본 이후에는 쭈욱 시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영업 멘트가 부담스러워 장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다양한 식재료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상인들과 한번 말을 트게 되니 그들과의 대화가 즐겁기까지 했다. 마음속으로 '얼마예요?'라고 수도 없이 연습하던 시간을 지나 지금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농담까지 주고받는 인간미 넘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시장에서 과일, 채소, 고기, 생선을 구경하고 장을 보고 오면 족히 2~3시간은 걸린다. 집에 돌아와 장 본 것을 정리하고 조금 쉬나 싶으면 아이들이 와서 간식을 챙기고, 그리고 바로 저녁을 차려야 한다. 하루가 거의 요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돈을 못 버는 이 일이 이렇게나 바쁘다니. 사실 그녀 자신도 왜 이렇게 요리에 '몰두'하는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녀가 요리를 매우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도 아닌데. 반조리 음식을 사거나 간편식을 사다 먹어도 될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지수는 그것이 그녀의 성실함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녀는 뭐든 열심히 한다. 그녀 앞에 주어진 것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습관으로 굳어진 신념이었다. 현재 포지션이 전업주부인 그녀가 가장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바로 요리인 것이다. 요리를 열심히 하다 보니 바카라이나 유튜브를 찾아보게 되고 시장에서 구해 온 식재료를 어떻게 맛을 내야 할지 고민을 한다. 단순한 조리법을 넘어서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영양과 맛이 궁금해지고 그것이 확장되어 재료가 농장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 생태계까지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식문화가 매우 다양하진 요즘 시대에 걸맞게 SNS를 열면 다양하고도 특색 있는 레스토랑이 무수히 나온다. 지수는 그중 관심 있는 한 곳에서 식당 스태프를 구하는 게시물을 보게 되었다. 지원을 할까 말까를 99번까지 고민 후 그녀는 드디어 지원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게시물을 자세히 보니 그곳의 가치와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지원자가 작성해야 할 질문 10가지가 있다. '허걱!' 거의 에세이 수준의 글이 나올 만한 분량이다. 식당 스태프에 지원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지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마음을 다잡고 1번 문항부터 천천히 써보기로 한다. 질문은 최근에 무슨 요리를 했는지, 어떤 식재료로 주로 요리를 하는지로 시작해서 동료와 일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이 무엇인지와 같이 매우 다양했다. 지수의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술술 써진다. 질문에 대한 답을 쓰다 보니 지수는 점점 이 식당에서 꼭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신념대로 '최선을 다해' 지원서를 작성하고 이메일 전송 버튼을 눌렀다.
아, 진짜 될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