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게 하나도 없지만.

by무 지 개

될 것 같던 아니, 당연히 되겠다고 생각했던 식당 스태프 자리에도 답이 없다. 지수는 실망하면서도 서운했다. 식당 스태프를 뽑는데 10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써서 내라고 한 곳이었다. 이력서는 물론이거니와 A4용지 두 장을 빼곡히 적어 낸 에세이와 같은 글을 제출한 곳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 플랫폼을 자처하며 좋은 식재료와 그것의 가치를 전달하는데 앞장서는 곳이라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었다. 그 흔한 거절 이메일도 안 보내는 곳이라니. 세상을 위한, 사람을 위한 가치를 최우선을 하는 곳이라고 홍보를 하면서 스텝 지원자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니 눈길마저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산의 초록빛이 점점 옅어지고 코끝에 닿는 공기가 쌀쌀해지는 날씨가 되었다. 해는 짧아져 6시만 되어도 제법 어둑어둑한 날씨가 되었다. 지수는 이런 계절이 좋다. 여기에 비가 올랑 말랑 한 날씨라면 금상첨화이다. 어둠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이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버린다. 마음속에 일렁거리는 잡다한 먼지들이 부유하지 않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지수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괜찮다고. 그냥 괜찮다고 어둠이 말해주는 것 같다. 테이블에 초 하나를 켠다.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초가 지수의 얼굴 앞까지 환하게 비춘다.


지수는 소소한 개인 일상을 올리던 SNS를 조금 확장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 하고 있는 살림에 들어가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력이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벌 때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슬롯적으로 '공식적인 노동력으로' 평가받지 못하니, 스스로나마 이걸 공식적인 '일'처럼 대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SNS를 포트폴리오처럼 만들어서 그녀가 하는 일을 기록하고 공유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비공계로 운영하던 개인 SNS는 그대로 나 두고 살림 위주의 포스팅을 할 계정을 하나 더 만들었다. 잘 나가는 계정들을 둘러보니 이 세계 또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걸 통해 돈을 벌려면 하루 종일 폰을 잡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지수는 휙휙 지나가는 영상들에 눈이 돌아간다. 폰트, 영상 배치, 멘트들이 화려하다. 요새 AI를 잘만 다루기만 하면 이런 건 착착 만들다고는 하지만 따라 해보려니 막막하다. 지수는 시작이 반이라고 작게 시작해 보기로 한다. 목표가 인플루언서가 되어서 떼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일단 그녀의 일을 공유하는 것이니. 하루에 하나씩만 올려보기로 한다. 먹고사는 게 아직도 막막하고 하는 것마다 잘되는 건 없지만. 지수는 그래도 발차기를 하고 있다. 살아있으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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