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의 SNS에는 그녀가 만든 요리 사진이 가득하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본인 얼굴이 나오는 사진은 못 찍게 하고(또 그렇게 찍을 만큼 귀여웠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녀 얼굴은 찍어놓고 보면 왜 이렇게 못생겼는지. 셀카를 어느 각도로 해도 안 이쁘다. 그래서 사진을 찍으면 SNS에 올리기는커녕 사진첩에서 일단 지운다. 40대가 되니 뭘 해도 안 이쁜 것 같은 건 사실인 건지 아니면 그녀만의 생각인 건지. 이렇다 보니 올리게 되는 건 얼굴 없는 사진들 뿐이다. 그중에서도 그녀가 가장 공들여 찍어 올리는 건 그녀가 만든 요리 사진이다.
지수는 빵을 굽고 요리를 한다.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하는 것이 요리겠지만 지수는 그것보다 조금 더 하다. 만두는 빚어 먹고 국, 반찬도 직접 한다. 빵은 천연 효모를 키워서 사워도우를 만들어 먹는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도 만들어 먹는다. 그녀가 요리와 빵을 굽는 것을 어디에서 배운 건 아니다. 그녀의 요리 선생은 유튜브와 바카라이다. 지수는 요리하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도 왜 사 먹지 않고 집에서 자꾸 만드는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시장에서 좋은 재료를 사 와서 다듬고 정리해서, 썰고 볶아 상 위에 내놓는 일련의 과정을 매번 할 때마다, 1~2시간이 걸리는 이 과정의 수고로움과 다르게 15분이면 식사가 끝나는 허탈함을 마주할 때마다 그녀는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까지 요리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단순히 전업주부의 의무와 바카라임감 때문은 아니다. 적당히 냉동식품을 사서 해도 되고 요즘은 반조리 제품도 매우 훌륭하다. 그것들을 활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수는 늘 요리를 '더' 한다.
지수는 성과주의자다. 무엇을 해내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얻는 성취감이 그녀에게는 중요하다. '바깥일'이 없어진 그녀에게 요리는 '해내는 일'과 같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어떤 빵을 만들고자 한다면 그것을 공부해서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음식이 제대로 요리되어 나온다면 사진으로 찍어 남겨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먹고 없어지는 음식이라기보다는 그녀가 만들어 낸 성과이다. '바깥일'이었다면 그 성과가 돈으로 이어졌을 텐데 그렇지 못해 그녀는 내심 아쉽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적당한 호기심과 즐거움이 있었고, 가족들이 좋아하니 그만하면 되었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그녀만의 확실한 '성과'가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