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영어 선생님

by무 지 개

"띠링~"

" 초등학생 영어 회화 선생님 구합니다. 영어 회화를 하면서 문법과 단어도 봐주셨으면 해요"


지수가 동네에 과외 알바 구인이 올라오면 알람이 울리게 설정해 두었더니 드디어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수는 알람이 오자마자 빠르게 공고를 확인했다. 과외 장소가 도보로 10분 거리다. 지원자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재빨리 지원 내용을 적어 내려간다.


"아이들이 외국에서 국제학교에 들어갔을 때 영어를 전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이들의 영어 역량을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집에서 모든 대화를 영어로 했습니다. 학교 숙제는 물론이고 선생님과 의논하여 아이의 영어 학습을 도왔습니다. 부모님께서 요청하시는 학습 방법이 있으시다면 그에 맞게 해 드리며, 아이의 성향이나 수준을 고려하여 맞춤형 회화 수업을 하겠습니다"


지수는 대학생 때 초등학교 영어캠프에서 선생님으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여름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돈도 벌고 관광도 하러 온 미국 공립학교 선생님들과 1:1 매칭이 되어 클래스를 같이 담당했었다. 짜인 커리큘럼대로 가르치면 되었기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한창 영어를 많이 쓰고 머리도 말랑말랑했던 시기라 미국 선생님들과 종일 영어로 대화를 해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일은 지수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한들, 한정된 기간 안에 갑자기 아이들이 입이 트이는 일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성취감이 적었다. 그래도 다른 일 보단 시급이 높고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라 용돈을 벌기엔 좋은 일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과외 알바는 용돈을 벌기에 쏠쏠했는데 지금은 딱히 그렇지 않다. 20년 전의 시급과 현재의 시급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물론 스타 강사들의 시급은 넘사벽이겠지만 이처럼 평범한 과외는 시급도 매우 평범하다. 아무래도 학생 수는 매년 줄고 있고 한국에서 영어를 좀 하는 인구수는 20년 전보다 현재가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오신 분들까지도 용돈 벌이로 과외를 구하고 있으니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급은 아쉽지만 그래도 지수에게는 단 돈 만원이라도 버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도보 10분 거리라니!


"안녕하세요, 지원서 잘 읽었습니다. 혹시 만나서 이야기 나눠볼 수 있을까요?"


드디어 연락이 왔다. 지수는 그동안 수십 번 알바를 지원했지만 연락을 받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수의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져버릴 것 같았다. 당락은 알 수 없지만 연락을 받았다는 사실이,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그녀의 지원서를 '읽어' 주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1월의 한파가 몰아치는 날에 지수는 하얀 얼굴에 귀여운 눈, 코, 입을 가진 꼬마를 만났다. 꼬마는 엄마 뒤에 숨어서 지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저 사람이 영어 선생님인가? 하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지수는 아이 엄마에게 남의 아이를 가르쳐 본 일은 대학생 이후로 없지만, 그녀가 어떻게 그녀의 아이들을 영어 조기교육 없이 외국에서 영어를 빠르게 성장시켰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었다. 지수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짜놓은 커리큘럼도 없었고 한국의 영어 사교육은 경험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왔다. 그래도 그녀는 인생에서 일말의 경험이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으로 바꿔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자를 받았다.


"선생님, 언제부터 수업 가능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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