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 가격에...?

by무 지 개

4인 가족이 한 달내 입주가 가능한 월세를 구하는 일은 예상대로 어려웠다. 동네가 좁혀진 뒤 지수는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동네는 빌라촌이었는데,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지수에게는 완전 다른 세계였다. 골목을 돌 때마다 과연 이 동네에서 차를 가지고 다닐 수 있으려나 싶었고, 레이아웃은 빌라마다 천차만별이라 어질어질했다. 구축 빌라는 구축 아파트와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뭐랄까, 구축 빌라는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것 같달까. 아파트는 구축일지라도 넓은 주차장과 편의시설 덕분에 약간의 성형을 한 느낌인데 그에 비해 빌라는 너무 초라했다. 지수는 경단녀가 된 이후로 미용실이며 쇼핑이며 돈 들어가는 모든 것을 끊고 스스로 매우 검소하게 살았지만, 주거지 만큼은 남에게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구축 빌라 앞에 서자 처음으로 그녀의 인생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모님, 여기는 신축인데요 평수가 좀 작아요. 한번 보시겠어요?"

신축이 별로 없는 동네인데, 애들 학교와도 매우 가까운 곳에 신축 빌라가 하나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중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화장실 천장에는 샤워 후 젖은 몸을 말려주는 온풍기가 설치되어 있고, 주방은 지수가 꿈꿔왔던 빌트인 가전이 촤라락 설치되어 있었다. 평수에 비해 주방이 넓게 빠진 것이 아주 맘에 들었다. 지수는 팔짱을 끼고 뭐 요즘 당연히 이 정도 퀄리티는 있는것 아니겠냐는 듯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속으로는 난생 처음 새 집에 입주하는 건가 하며 흥분으로 가득찼지만.


"그런데 집이 4명이 살기엔 좀 좁네요"

가격은 지금까지 본 집 중에 가장 비쌌지만 평수는 제일 작은 것이 문제였다. 이제 청소년인 아이들 둘과 20평대에 살기엔 아무리 신축이라 할지라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마땅한 매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월세가 한 두푼이 아니다보니 지수는 자꾸만 "이 가격에" 라는 꼬리표를 붙이게 되었다. 이 가격에 이 평수가 말이 되나? 이 가격에 인테리어가 왜 이래? 이 가격에 주차장이 왜 이렇게 좁아? 구축 빌라만 보다 반짝반짝한 신축을 본 지수의 마음은 평수는 더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그녀는 신축빌라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이들이 친구를 데려오면 아일랜드 식탁에서 우아하게 간식을 만들어줘야지와 같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결국 지수와 허 부장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신축을 계약하기로 했다.

"이 집으로 계약 할께요"

"아, 사모님 그런데 이 집은 신탁 계약이예요. 괜찮으시죠?"

"신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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