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3초 만에 답하는데, 그의 답은 사흘이 걸립니다

우리의 느린 답에는 AI가 모르는 것이 들어 있습니다

by김영학 코치

AI를 도입하면 일이 잘 될 거라 기대하지만, 막상 사업 성과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회의와 보고와 지시처럼 매일 지나치는 상황을 리더, 팀장, 실무자가 다르게 보고 있고, 아무도 그 차이를 서로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AI로 더 말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글은 출발했습니다.



회의 중에 리더가 묻습니다. "이거 우리도 할 수 있을까요?"

묻는 배경에는 경쟁사가 먼저 시작한 서비스였거나, 어디서 들은 새로운 방식이었거나, 그동안의 여러 경험에 의해 나온 가설과 추정 등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담당자는 답합니다. "확인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는 그렇게 넘어가고, 리더는 회의 직후 AI에게 같은 것을 묻습니다.

3초 뒤에 답이 오는데, 가능하고, 이런 순서로 하면 되고, 이런 점을 유의하면 된다는 답입니다. 그런데, 담당자의 답은 사흘 뒤에 옵니다. 이렇게만 보면 그 직원 때문에 3초가 사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흘 동안 리더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것이 하나 자라고 있습니다. '이 사람, 좀 느리네.' 그리고, 회의 중에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던 담당자의 속사정은 그대로 묵인됩니다.

image.png

이번 글은 그 사흘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리더에게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고, 속도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 끝에서 느린 것을 무능으로 읽는 것 역시 AI 이전부터 갖고 있던 습관이라고 했는데, 그 습관이 AI가 들어오면서 어떻게 하다가 더 단단해지는 지도 함께 보겠습니다.




사흘 내의 답이 느린 것도, 모르기 때문도 아닙니다


먼저 그 담당자가 알고 있던 것부터 보겠습니다.

대개 셋입니다.

하나, 작년에 비슷한 것을 해봤다가 접었다는 것.

둘, 그 이야기를 지금 꺼내면 그때 접기로 결정한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같이 나온다는 것.

셋, 지금 다시 하려면 누구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셋 다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내용을 리더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지나온 길'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아 AI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사흘의 내용 중에 일부입니다. 참고로 AI의 3초에는 위의 세 가지 데이터가 없습니다. 따라서, AI는 없어서 틀린 것이 아니라, 없어서 빠른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가 바뀌었습니다.

AI 이전에는 느린 답이 대개 모른다는 뜻이었습니다. 몰라서 찾아보고, 찾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으니, 느린 것을 '모르는 것'으로 읽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는 것은 AI가 수초에서 수분 내에 메워줍니다. 일반적인 방법, 순서, 유의할 점은 AI에게 묻게 되면 3초 내에 얻습니다. 그런데도 사흘이 걸린다면, 그것은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아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느린 답의 '뜻'이 AI 도입 이후에 바뀐 것입니다.


물론,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몰라서 느린 경우도 여전히 있습니다. 또는, 일부 알더라도 스스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 자신이 부족한 경우에는 말을 꺼냈다가 바카라임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담당자도 자기가 어느 쪽인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확인해 보겠습니다"는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는 말이라, 리더 입장에서는 그 말만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리더에게 잘 보이는 것은 속도 하나뿐입니다.




속도가 태도로 읽힙니다

바카라임 없는 목소리가 유능하게 들립니다


리더가 속도만 보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느리다'는 '소극적이다'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 걸음 더 가면 '잘 모르는 것 같다'가 됩니다. '속도'에 대한 판단이 '업무상 태도'에 대한 판단으로, 다시 '실력 또는 문제해결력'에 대한 판단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넘어가는 과정은 AI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AI 이전에도 자신 있게 바로 답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AI 이전에는 비교할 상대가 옆자리 동료였는데, 지금은 3초 만에 답하는 AI가 또 다른 상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왜 바로 답하는 쪽이 유능하게 들릴까요?

'확신'은 아는 것이 많아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틀렸을 때 잃을 것이 없을 때 나옵니다. 참고로 AI는 틀려도 잃을 것이 없습니다. 틀린 답을 줘도 평가받지 않고, 바카라임지지 않고, 다음 날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따라서, 부담 없이 바로 답하는 것이고, 담당자는 틀리면 그 답에 자기 이름이 붙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답해서 틀리지 않는 것과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일을 피하고자 합니다. 유능함 보다는 무능한 자신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더욱 경계한다고 해야 할까요.


지난 글에서 AI는 사용자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우리가 AI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틀려도 잃을 것이 없는 목소리를, 틀리면 잃을 것이 있는 목소리보다 더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AI의 3초와 사람의 사흘을 같은 저울에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은 지난 글에서 이미 했으니 여기서는 한 줄로 줄이겠습니다. 저울이 다른 것이 아니라, 사흘 쪽에만 들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AI가 소통의 방식까지 바꾼 것이 아닙니다

본래 지켜야 했던 모두와 각자의 원칙이 있었습니다.


어떤 회사든지 '일을 함께 만들어서 되게 하기 위한 소통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지시를 할 때는 '기한과 내용의 합의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지시하는 쪽이 원하는 바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이가 물리적으로 실행 가능 여부가 안 맞는 경우가 갈등이 가장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시를 할 때 이 부분을 염두해야 하고, 만약 지시하는 이가 말하지 않는다면, 어떤 내용으로 언제까지 줘야 하며, 이때 실행까지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또는, '우선순위에 대한 협의부터' 하는 것입니다. 이때 내리는 지시는 거의 다 '새로운 일이거나 상황이 바뀌어서 재조정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기존에 하지 않던 일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할 여력과 기존에 하던 일과의 조정은 필수적입니다.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지시가 내려가고, 그걸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이 하기 위해 AI를 사용하는 것은 결국 실행을 통한 성과로 가는 길을 더 복잡하거나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해야 하는 공식적인 순서가 뒤죽박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암묵적으로 존재하거나,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난처해하는 태도를 갖고 일하면서 리더, 팀장, 실무자 모두가 말 못 할 불편함을 안고 함께 일하는 것입니다.




리더는 답을 들고 기다립니다


AI가 도입된 이후 리더의 일은 묻고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AI와 직원에게 동시에 묻고, 그 답을 들고서 고민 끝에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때 먼저 AI로부터 받은 답이 비록 우리 회사와 조금은 맞지 않더라도, 내용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것이 없어 보이는 답이기 때문에 우선 눈길이 갑니다. 받은 내용 그대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검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번 이러한 방식으로 일을 하다 보면 메시지뿐 아니라, 메신저(AI)에 대해서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회의에서 직원에게 했어야 하는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입니다. 리더가 "이거 할 수 있어요?"라고만 물었으니, 담당자는 "확인해 보겠습니다"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확인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흘이 걸린 것이고, 리더는 그 사흘이 무엇을 확인하는 시간인지를 모릅니다.


그럼, 리더는 구체적 지시와 요구가 담긴 그 말을 왜 안 했을까요?

'언제까지 무엇이'를 말하려면 리더 자신의 요청이 언제까지 어떤 일들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먼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리더도 사람인지라 지나간 모든 일을 기억도 하지 못하고, 미래를 위한 현재의 결정에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단순히 검토해 보자라는 의미로 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부분에서 AI의 즉답은 리더의 고충을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으니, 사흘이나 기다릴 이유가 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왜 회의 중에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어쩌면 습관적이거나, AI가 있다고 해도 AI를 100% 믿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도 나름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비록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AI가 말해준 내용과 부하직원이 갖고 온 내용을 견주어 더 우리 현실에 합당한 내용을 택하거나, 이 둘을 합하거나 둘을 뺀 합리적인 (안)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렇게 생각해서 움직이는 리더라면, 아주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자기가 결정은 하지만, 그 결정과정을 함께 일하는 이들과 같이 꾸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지시 또는 요청할 때 두 가지를 붙이십시오. "다음 주에 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작년에 했던 건과 뭐가 달라졌는지만 수요일까지...." 이렇게 기한과 내용을 붙여서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사흘은 하루가 되고, 하루가 무엇을 확인한 시간인지가 보입니다. 그리고 "확인해 보겠습니다"가 돌아오면 한 번 더 물으십시오. "지금 망설이시는 이유가 뭘까요." 그렇게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바를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AI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AI에게 먼저 물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그래야 합니다. 다만 그 답을 들고 결정하지 마시고, 들고 회의에 들어가십시오. 그러면 사람에게 묻는 말이 바뀝니다. "되나요"가 아니라 "AI는 이렇게 하면 된다는데, 우리한테 걸리는 게 뭘까요." 이렇게 해서 '일반론'은 리더가 들고 가고, 담당자는 우리 조건만 답하면 되니, 그 자리에서 담당자가 검토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사흘에서 훨씬 더 줄어들고, 우리가 낼 수 있는 보다 정확한 답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실무자는 확인하러 나갑니다

그런데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하고 나가서, 맨바닥부터 확인합니다. 작년 자료를 찾고, 그때 관련됐던 사람에게 묻고, 지금의 상황과 조건에 비교하며 맞춰봅니다. 이 과정에서 사흘이 지나가고, 리더에게 보고를 위해 갔을 때는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기다리지 못한 리더가 AI 답을 들고 다음 회의에서 "이렇게 가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부터는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볼 때는 좋은 태도처럼 보일 수 있는 즉시 AI에게 묻고 그렇게 얻은 답을 자기 답으로 내는 것입니다. 이때 빨라 보이고, 리더도 만족하는데, 그 답에는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수많은 상황 속 디테일이 없습니다. 작년에 접은 이유도, 타 부서와 확인해야 하는 여러 일들도 빠진 답입니다. 만약에 그 답이 채택되고, 문제가 생긴다면 그 답을 낸 이도, 주변 분위기도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느린 사람이 빨라진 것이 아니라, 아는 것도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제가 가장 걱정하는 장면입니다.


그럼 실무자는 리더의 질문에 그 자리에서 당장 말하지 못했을까요?

(1) 기한이 없으니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할 수 없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가 가장 안전한 말입니다. 그 외에 할 수 있는 말로 (2) "작년에 그거 해봤다가 접었습니다"는 접기로 결정한 사람 앞에서 하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우리 회사의 히스토리를 말하면 때로는 변명이 된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지나온 길을 꺼내면 누군가의 결정을 꺼내는 것이 됩니다. 어쩌면 리더가 내린 과거의 패착이 드러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확인해 보겠습니다"로 넘긴 것입니다. 참고로 이것은 실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 자리에서는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뒤에 꼭 상황에 맞는 한 문장을 붙이시기 바랍니다. "혹시 언제까지 내용이 필요할까요? 또는, 어떤 부분을 위주로 보면 좋을까요?" 혹은 우리의 과거를 되짚을 필요가 있다면, "작년에 비슷한 걸 해봤는데 이런 이유로 접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수요일까지 보고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리더가 무엇을, 왜, 언제까지를 말하지 않기 때문에 실무자가 언급하는 것입니다. 사흘을 3초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흘이 왜 필요한지를 3초에 말하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이 있으면 리더는 기간에 관계없이 그렇게 말하는 실무자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AI 답으로 섣불리 결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AI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리더의 지시와 요청에 대한 확인을 AI와 같이 합니다.

작년 자료 또는 리더의 요청에 관련된 우리 데이터를 넣고 "그때와 지금, 달라진 조건이 무엇인가"를 물으십시오. 그리고 리더가 받았을 법한 일반론을 AI에게 같이 물어서 "이 답이 우리 회사에서 안 될 이유"를 먼저 받아두십시오. 리더가 그 답을 들고 들어올 때, 거기에 붙일 선결 조건이 이미 손에 있는 상태로 대화가 진행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팀장은 왜 사흘이나 걸렸는지 압니다

그런데 설명할 자리가 없습니다


팀장은 왜 사흘이 걸리는지 압니다.

작년에 접은 것도 알고, 누가 접었는지도 알고, 담당자가 무엇을 확인하러 갔는지도 압니다. 그런데 회의에서 리더의 요청에 대응으로 이 부분을 설명하면 '안된다는 식의 변명'이 됩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접었던 건이라서요"는 리더에게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설명하지 않으면 담당자가 느린 사람으로 남습니다.


그럼, 팀장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무자가 리더의 말을 그대로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신 받아주는 것입니다. 실무자의 입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가 나온 즉시 확인의 범위와 기한을 정해주거나 리더에게 물어 정리해 주는 일입니다. 리더가 '언제까지 무엇이'를 안 줬으면, 그것을 그 자리에서 대신 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담당자는 맨바닥부터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리더는 사흘이 지연이 아니라 확인의 시간이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 한 문장을 보태십시오. "작년에 한 번 접은 건이니 조건이 달라졌는지만 보면 됩니다. 수요일까지 드리겠습니다." 바로 범위와 기한이 담겨 있습니다. 리더에게는 "지연이 아니라 확인입니다"가 되고, 담당자에게는 "어디까지만 보면 된다"가 됩니다. 변명이 아니라 범위를 정하는 말이라서 변명으로 안 들립니다.


그리고, AI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팀의 '지나온 과거상의 여러 내용'을 보안상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AI에 넣어두는 것입니다. 작년에 무엇을 해봤고 왜 접었는지를 정리해 두면, 리더가 AI에게 물어도 일반론이 아니라 우리 맥락이 붙은 답이 나옵니다. 그러면 3초짜리 답에 작년의 우리의 상황과 사건 등이 들어가고, 사흘이 하루로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빠른 답을 하나 더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느린 답이 왜 느린지를 미리 넣어두어 정확성을 키우는데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반복되면 기준이 됩니다

AI에서 빨리 답을 얻는 것이 실력이 됩니다(?)


이러한 모습이 한 번으로 끝나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회의마다 반복되고, 팀마다 번지면 그것이 '관습'이 됩니다. 참고로 관습은 빈도와 범위로 결정되고, 글에서 밝힌 회의 속 상황도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때부터 벌어지는 일은 둘입니다.

하나, 사흘이 필요한 사람이 사흘을 말하지 않게 됩니다. 아는 것을 꺼내는 대신 AI 답을 그 자리에서 냅니다. 그럼 답은 빨리 나왔지만, 그때부터 그 답이 실제로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때의 생기는 병목을 문제로 보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저에 AI가 주는 답의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 AI에서 빨리 답을 받아오는 것이 실력이 됩니다. 앞서서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곧 업무상 태도를 넘어 실력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AI를 누가 더 잘 다루느냐가, 누가 얼마나 더 AI를 통해 답을 빨리 낼 수 있는가로 결정되고, 이 맥락이 누가 일을 잘하느냐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성과는 다른 문제이지만, 앞의 과정이 일사천리로 깔끔하게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실력이 드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일종의 AI 뒤에 숨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일을 잘한다'의 기준은 일에서 얻으려는 성과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성과는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AI에게 빠른 속도로 답을 얻는 것이 꼭 답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성과에 긍정적 영향은 줄 수 있어도 성과 개선에 직접적 요인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빨라진 것은 답이 나오는 앞 단의 구간뿐이고, 그 답이 우리 회사에서 되는지는 검토를 하는 사흘 쪽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AI와 속도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궁극적인 성과와 무관한 것을 재는 것이고, 회사는 엉뚱하게도 그렇게 잰 것을 키우게 됩니다. 회사의 역량이 성과 향상을 위한 다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나아지는 모습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쩌면 속도 향상이 매우 쓸데없는 접근일지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따로 묻지 말고

셋이 한 자리에서 동시에 묻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무엇을 바꾸면 될까요?

지금 모습은 이렇습니다. 리더는 리더대로 AI에게 묻고, 담당자는 담당자대로 확인하러 가고, 팀장은 팀장대로 AI로 답을 하나 더 만듭니다. 셋 다 AI와 따로 대화합니다. 그래서 리더의 3초와 담당자의 사흘이 따로 놓이고, 따로 놓이니 비교됩니다. 따라서, 당장에 바꿀 것은 그것들을 모두 한자리로 모으는 것입니다.

image.png

회의에서 묻고, 그 자리에서 AI에게 같이 묻습니다.

일반론은 그 자리에서 같이 받는데, 3초면 됩니다. 그 위에서 담당자가 답합니다. "작년에 이런 이유로 접었습니다. 달라진 건 이것 하나인데, 그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팀장이 범위와 기한을 정하고, 리더가 결정 시점을 말합니다. 남는 확인에만 사흘이, 아마 하루가 갑니다. 3초와 사흘이 '비교'가 아니라 '순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AI를 회의에 참석시켜 실시간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입니다.


3초 먼저, 그 위에서 하루.

이것이 AI를 '도구'가 아니라 '참여자'로 두는 첫 장면입니다.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각자 자신의 업무를 위해 따로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더 '밀착'해서 일하는 것입니다. 회의에 AI를 들이고, 셋이 같이 묻고, 그 답 위에서 사람이 할 말을 하는 것. 그러면 느린 답 안에 든 것이 그 자리에서 나오고, 리더는 속도가 아니라 내용을 보게 됩니다.




당장의 유의할 점은...

리더는 일을 줄 때 '언제까지, 어떤 내용이'를 붙입니다. 실무자는 "확인해 보겠습니다" 뒤에 무엇을, 왜, 언제까지를 붙입니다. 팀장은 그 자리에서 범위와 기한을 정해줍니다. 셋 중에 누가 하던지 전부 AI가 대신할 수 없는 말이고, 의식한다면 누가 하던지 다음 회의부터 당장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럼, 우리 회사가 지금 속도로 사람을 읽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한 가지만 보시면 됩니다. 지난 회의에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뒤에 "왜냐하면"이 붙은 적이 있었는지. 한 번도 없었다면, 사흘 안에 든 것이 회의에서 나올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그 사람은 사흘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정리하면

AI는 3초 만에 답하는데 그의 답은 사흘이 걸린다는 것은 그 사람이 느려서가 아니라 사흘 안에 AI가 알 수 없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럼,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안 바뀐 걸까요?


바뀐 것은 모르는 것을 메우는 속도이고, 안 바뀐 것은 느린 것을 모르거나 무능한 것으로 읽던 습관입니다. 그 습관 위에서 가장 바카라임 없는 AI의 목소리가 가장 유능하게 들리고, 그것이 반복되면 AI에서 빨리 답을 얻는 것이 실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자체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성과와 큰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따라서, 고칠 것은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따로 묻던 것을 한자리에서 같이 묻는 것입니다.


그런데, 빨리 답을 얻는 것이 실력이 되면 회사는 속도와 사용량 등을 재기 시작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AI 사용량을 집계해 평가에 반영하기로 한 회사의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쓰는 양은 늘었는데,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전 05화결과물은 좋은데, 누구의 실력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