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은 비어 있어도 되는 시간이 아닙니다
AI를 도입하면 일이 잘 될 거라 기대하지만, 막상 사업 성과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회의와 보고와 지시처럼 매일 지나치는 상황을 리더, 팀장, 실무자가 다르게 보고 있고, 아무도 그 차이를 서로 의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AI로 더 말하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 글은 출발했습니다.
기획안이 30분 만에 나왔습니다.
AI가 나오기 전이면 담당자가 일주일은 붙잡고 있었을 분량인데, 지시가 내려간 그날 오후에 벌써 초안은 완성되고, 리더는 "이번 건 빠르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AI가 점차 보편화되면서 이런 반응은 거의 없어졌지만, 이렇게만 보면 AI 덕분에 일이 빨라진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빨라진 부분(단계)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두 달 뒤에 그 기획안은 '세 번째 버전'이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담당자 간의, 팀장과 함께, 다시 또 팀장들의 윗선까지 모아 회의를 여러 차례 진행했고, 담당자가 설명을 그때마다 다시 했고, 유관 부서와 한 번 더 모였지만 현재 실행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자 리더는 "답은 두 달 전에 나왔는데 왜 아직이냐?"라고 묻지만, 담당자는 묵묵부답입니다. 그 이유는 알지만, 그걸 꺼내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만나본 회사들에서 비슷하게 벌어지는 장면입니다.
그럼, 그 두 달 동안 다들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아무도 놀지 않았고, 두 달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담당자가 리더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동안 보낸 시간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는지를 보면 이 시리즈 전체가 하려는 이야기가 거의 다 나옵니다.
일에는 두 구간이 있습니다.
답이 나오는 구간이 있고, 그 답을 납득하고 조정해서 실행에 옮겨 결과가 나오는 구간으로 구분됩니다.
임의로 앞을 '답 구간', 뒤를 '실행 구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답 구간의 '산출물'은 기획안, 시장 조사, 보고서 같은 것이고, 실행 구간의 산출물은 매출과 비용과 이익의 변화 같은 것입니다. 전자는 문서이고 후자는 숫자인 것입니다.
그런데, AI가 단축한 것은 앞 구간뿐입니다.
기획안 초안이 30분 만에 나오고, 시장 조사가 하루 만에 끝나고, 보고서가 한 번에 정리됩니다. 이건 실제로 빨라진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앞 구간이 워낙 극적으로 빨라져서 전체가 빨라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습니다. 리더가 보고 있는 것은 산출물이 나오는 속도인데, 그것을 성과가 나오는 속도로 오해하고 읽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그 일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뒤로 밀린 것'입니다
예전에는 답을 만드는 데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그 일주일 동안 담당자는 자료 조사도 하고, 관련된 내용을 익히고, 아이디어를 짜고, 논리적 흠결을 최소화하는 짜임새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야 했고, 팀장과 "이게 핵심이 맞나"를 두어 번 맞췄고, 중간에 자기 생각도 보태고, 리더에게 한 번은 "이 방향으로 가도 되겠습니까"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답이 나올 때쯤이면 납득도 반쯤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묻고, 중요한 것을 맞추고, 더하는 일(=업무 중 커뮤니케이션)이 실행(안)을 만드는 과정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AI가 30분 만에 답을 내놓습니다.
그러면 그 일을 할 자리가 없어지거나 최소화됩니다. 묻기 전에 답이 나오고, 맞추기 전에 문서가 완성되고, 더하기 전에 논리적 검증은 마칩니다. 앞의 세 글에서 본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회의에서 아무도 묻지 않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함께 정하지 않았고, 아무도 더하지 않았습니다. 그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장면이었지만, 전부 '우리의 답을 정리하는 구간에서 하던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의 일을 AI가 대신해 준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할 시간이 AI 덕분에 사라진 것입니다. 그 덕분에 또 다른 일을 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을 수도 있고, AI 덕에 일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고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은 어디로 갔을까요?
없어지지 않고 뒤로 밀렸습니다. 실행에 들어가서야 "이게 왜 이렇게 됐지"가 시작(목표에 대한 조정)되고, 그제야 묻고, 그제야 무엇이 먼저인지(우선순위)를 맞추고, 그제야 각자 "저는 이렇게 봤는데요"(의견 교환을 통한 검증과정)가 나옵니다. 두 달의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앞에서 건너뛴 일을 뒤에서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걸러지지 않는 이유가 둘 있습니다
AI가 만든 답은 불완전합니다.
이건 사람이 만든 답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일은 '정답이 있는 영역이 거의 없습'니다. 그때마다 상황에 맞는 답을 만들어야 하고, 그 답을 만드는 과정도 매번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로 일 자체가 불완전함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문제는 그 '불완전함'이 어디서 드러나느냐입니다.
예전에는 답을 만드는 일주일 동안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어느 정도 걸러졌습니다. 지금은 실행에 들어가서야 검증됩니다. 어쩌면 AI가 도입된 이후의 방식이 훨씬 더 Lean 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은 앞에서 건너뛴 납득을 만드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그 답의 구멍을 실행하면서 찾는 시간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럼, 왜 앞에서 걸러지지 않을까요? 이유가 둘입니다.
첫째, AI를 '끊어서' 사용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받으면 보통 대화가 끝납니다. 그 답이 실행에서 어디서 깨졌는지는 AI에게 피드백하지 않고, 그러니 AI는 자기 답의 구멍을 모른 채 다음 과제에서 또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중간 과정을 AI와 함께 하지 않으니 그때마다 쓰는 AI의 효과는 향상되지 않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경우가 요즘 더 많은 쪽입니다. 왜냐하면, AI와 함께 일한다는 생각을 대부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철저히 '도구'로 봅니다. 그러니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거기서 얻게 된 '일반론'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실행 단계에서 뒤늦게 발견하고, 실망하고, 더 소극적으로 쓰거나, 그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전처럼 그냥 쓰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 답도 일반론이고, 그러면 변하는 게 없습니다. 악순환이 도는 것입니다.
둘째, AI는 사용자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틀린 전제를 주더라도, 그 위에 완벽한 답을 짓습니다. 지난 글들에서 "뭐든 답해주고 반박하지 않는 AI"를 봤는데, 그 성질의 값을 여기서 치르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물었으면 "그 전제가 맞아요?"가 한 번은 돌아왔을 텐데, AI는 사용자가 말하는 것에 대한 검증을 하지 않습니다.
이 둘이 합쳐지면 불완전한 답이 걸러지지 않은 채 실행에 들어갑니다.
이때의 실행은 그 답을 검증하는 가장 비싼 방법이 되면서, 오히려 비효율(비용)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이걸 누군가는 Lean 하게 업무를 하려다 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오히려 이 방식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결국, AI를 잘 모르고서, AI를 사용하다 보니 나타나는 대표적 문제로 자리잡지만, 문제 삼지 않습니다.
대신에 실행 구간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리더가 보는 것은 산출물입니다.
30분 만에 기획안이 올라왔으니 일이 시작됐다고 보고, 어떻게 하면 콤팩트하게 일을 시작해서 마무리지을지도 생각하며 동시에, 이어지거나 파생될 다음 과제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행 구간은 리더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행 구간에 벌어지는 재논의 중에 나타나는 실행 주체 간의 입장 차이, 그에 따른 재설명과 재조정은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때 보통 리더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또는 "잘 진행 중인데, 조금 더 합의안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라는 정도의 내용뿐입니다.
그럼, 왜 안 보일까요?
넓은 바카라임 범위로 인해 결과만으로는 진척도를 실무 바카라임자만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건 리더의 잘못이 아니라 리더라는 자리가 가진 속성이자 성질입니다. 이때 "AI가 30분 만에 해줬는데 왜 두 달이냐"는 질문이 간혹 나오는데, 그 질문 자체가 준비와 실행의 두 구간을 '같은 저울'에 올렸다는 의미입니다. 30분은 답의 대표 후보군이 나온 시간이고, 두 달은 납득과 검증이 걸린 시간인데, 둘을 하나의 시계로 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은 담당자는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자기도 두 달이 어디로 갔는지 짧게 정리해서 말하기 곤란할 정도로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대표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난감한 입장입니다.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 본인 포함 여러 사람들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요청 또는 지시해서 어떤 산출물을 받으시면 "잘 됐네" 대신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 내용이 실행되려면 누가 무엇을 납득해야 할까요?" 산출물이 아니라 '실행 조건'을 묻는 것입니다. 만약 그 답이 바로 나오면, 기대 이상으로 실행은 짧아질 수 있고, 답이 안 나오면 아직은 곧바로 실행할 만큼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AI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초안을 뽑는 데는 쓰셔도 됩니다. 다만 초안을 받고 대화를 끝내지 마십시오. 앞서 말한 '실행 조건, 유의사항, 구체적인 액션 플랜 등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함께 합니다. 단, 이 과정을 혼자 하기보다는 그때부터 관련된 모든 이들을 논의에 참여시키면 됩니다. 그럼, 실행까지 가서 막힌 자리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적은 시간, 에너지, 비용 등으로 미리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행 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걸 구체적인 내용으로 담아 AI에게 전달합니다. "이 안이 여기서 막혔는데 왜 그런가." 그리고, 처음 물으실 때 한 가지를 더 붙이십시오. "내가 말한 전제 중에 틀렸거나 놓쳤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등의 말을 통해 AI에게 의심을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AI와 그리고 함께 일하는 이들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우리가 가진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참고로 그 노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팀장 자리는 이 상황에서 가장 무거운 자리입니다.
위에서는 빨리 나왔으니 빨리 진행하라 하고, 아래에서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가 올라옵니다. 그 사이에서 '납득'을 만드는 일을 팀장이 맡게 됩니다. 앞의 세 글에서 건너뛴 것 "묻지 않은 것, 정하지 않은 것, 더하지 않은 것"이 실행 구간에서 전부 팀장의 바카라임으로 청구되는 것입니다. 대부분 실행이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을 팀장이 모두 바카라임져야 하기 때문에, 팀장이 가장 곤란합니다.
그런데, 이때 팀장의 설득을 위한 일은 어디에도 남지 않습니다.
기획안을 만든 30분은 산출물로 남지만, 그걸 팀이 납득하게 만드는 데 든 몇 주간의 노력은 아무 데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장의 노력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르고, 팀장 자신도 "이번 달에 한 게 뭐지?"라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됩니다. 해야 할 업무상 과제는 늘고 사람은 그대로인데, AI 덕분에 늘어난 것은 과제별 산출물이고,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함께 하는 모두를 납득하는데 드는 노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리더까지 실행 구간의 여러 일을 보이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 안이 실행되려면 어떤 것들이 우선 정리돼야 합니다"를 산출물과 함께 올리는 것입니다. 그 목록이 길면 길수록, 두 달이 왜 두 달인지가 리더에게 보입니다. 아래로는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사업상 어디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지에 대해 풀어서 설명해줘야 합니다. 납득은 팀장이 설명할 때가 아니라 팀원이 "아, 그래서 그랬군요"라고 할 때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AI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업무상 목표를 실행할 수 있는 형태와 내용으로 만들기 위한 '과제 쪼개기'에 쓰시되, 쪼개기 전에 "이대로 하면 실행에서 어디가 걸리겠나"를 먼저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AI의 말을 맹신하고 자칫 일반론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라도) 실행이 끝나면 어디서 실제로 걸렸는지를 AI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럼, AI와 업무상 히스토리를 공유하게 되면서, 머지않아 AI를 또 하나의 동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 우리 팀의 실행 구간을 AI가 알게 되고, 다음 초안이 달라집니다.
평가는 만든 것으로 받습니다
실무자 자리에서 시간의 무게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만드는 데 일주일, 통과시키는 데 사흘이었다면, 지금은 만드는 데 30분, 통과 및 실행시키는 데 두 달입니다. 산출물을 올리고 나서 설명하고, 고치고, 다시 설명하고, 유관 부서를 만나고, 또 고칩니다. 일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일의 무게중심이 바뀐 것입니다. 참고로, 이건 실무자가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산출물 안에 없거나 부족한 것을 나중에 동료로부터 만들어 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평가는 산출물로 받습니다.
30분 만에 만든 것은 눈에 보이는데, 두 달 동안 통과하는데 들인 노력은 일로 쳐주지 않습니다. 게다가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더 많이 그리고 잘 만들라는 압력이 옵니다. 그러니 실무자는 만드는 쪽에 시간을 쓰고, 통과시키는 단계는 "원래 오래 걸리는 것"으로 치부하게 됩니다. 어쩌면 실무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지 모릅니다.
그럼, 왜 통과가 그렇게 오래 걸릴까요?
사실, 이런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원래 통과하고 실행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AI가 주는 여러 오해로 인해 마치 엄청 빨라져야 한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산출물 안에 받는 사람이 납득할 재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AI가 만든 답은 일반론에 가깝고, 작성하는 실무자는 그와 관련된 경험과 감각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 여기에 대해 컨펌할 수 있는 경험자가 요구하는 것은 "우리 회사에서 이게 되나?"인데, 거기에 맞춰진 답은 산출물에 없습니다. 그러니 통과 및 실행 과정이 모두가 납득 가능한 답을 만드는 과정이 되고, 그게 두 달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올리실 때 한 줄을 붙이십시오. "이게 실행되려면 제가 모르는 게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뭘까요." 그 질문이 통과 과정을 앞으로 당깁니다. 실행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하자는 의미로 모두가 받아들이게 되고, 어쩌면 두 달 뒤에 들을 말을 지금 듣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AI는 이렇게 쓰시면 됩니다.
만드는 것은 AI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다만 올리기 전에 "이걸 받는 사람이 쉽게 납득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AI에게 물어 시작 때의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실행 구간 단축을 미리 시도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통과 과정에서 받은 지적을 AI에게 다시 넣으십시오. 지난 글에서는 AI가 짚어준 것을 사람에게 가져가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반대입니다. 사람이 짚어준 것을 AI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 산출물이 일반론에서 우리에게 맞춰진 결과물로 만들어질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여기서 이상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리더 쪽에서는 빨라 보이니 더 벌입니다. 과제가 늘고, 늘어난 과제마다 실행 구간이 막혀서 나타난 병목 현상 때문에 조직이 마비 직전까지 갑니다. 그런데, 리더는 성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실행력이 부족하다'라고 읽습니다. 원인을 정확히 반대로 읽는 것입니다. 실행이 안 되는 이유는 '납득과 검증이 뒤로 밀린 것'인데 조직 및 개인 역량 문제로 보고, 당장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위한 해결바카라은 또 AI 쪽으로 갑니다. 더 빨리, 더 많이 하자고 닦달합니다.
그런데, 같은 시간에 아래쪽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돕니다.
실행에서 AI와 함께 만든 답이 깨지는 것을 몇 번 겪으면 AI 또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더 소극적 태도로 쓰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다음 답도 일반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또 실망 루트를 타게 됩니다. 그렇게 괴면 아이러니하지만 위는 AI를 더 밀고, 아래는 AI에서 더 물러나는 것입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같은 도구를 두고 서로 다른 기대를 하고 있고, 그 기대의 어긋남이 실행 구간을 더 길게 만듭니다. 위는 더 많이 시작하고, 아래는 더 적게 하는 것을 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어긋남은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리더는 리더의 입장에서 "왜 이렇게 느리지?"라고만 생각하고, 실무자는 "어차피 AI 주는 답은 우리에게 안 맞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둘 다 입 밖으로는 내지 않습니다. 몰라서 그러는지, 아님 그게 문제라고 보지 않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앞에서 안 하면 뒤에서 더 비싸게 합니다
지난 글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공감과 이해를 만드는 일은 우리가 원하는 답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실행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답을 만드는 과정으로 놓고 보면, 당연히 인간보다 AI가 뛰어납니다. 따라서, AI가 맡고 있던 그 자리는 애초에 답을 만드는 자리가 아닙니다. 공감과 이해를 사용자와 함께 만들기 위한 자리인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좋은 것은 모두가 AI와 각자 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 모든 대화에 AI와 함께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럼, '납득'과 '검증'은 결코 생략될 수 없으며, 미리 하면 할수록 실행은 더욱 큰 힘을 갖는다는 말이 다르게 이해됩니다. 앞에서 안 하면 뒤에서 하게 되고, 뒤에서 하는 것이 훨씬 비쌉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하는 납득은 문서 한 장과 대화 몇 번이지만, 뒤에서 하는 납득은 회의 네 번과 버전 세 개와 두 달입니다. 두 달이라는 시간값입니다. 빨라진 것이 아니라 값을 뒤로 미룬 것이고, 미룬 값에는 더 무거운 이자가 붙습니다.
두 가지를 하시면 됩니다.
하나는 재는 기준을 바꾸는 것입니다.
산출물이 나온 시점이 아니라 일이 끝난 시점을 재십시오. 지난 분기에 시작한 과제가 몇 개인지가 아니라, 그중에 끝난 것이 몇 개인이며, 언제 어떤 상태로 마쳤는지를 보시면 됩니다. '시작한 수'는 답을 만들어 검증하는 구간의 속도이고, '끝난 수'는 실행 구간까지 합쳐서 확인한 속도입니다. 만약 둘의 차이가 크면, 그 차이만큼 이 지금 뒷 단계에서 치르고 있는 값입니다.
다른 하나는 AI와의 대화를 끊어서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답을 받고 대화를 끝내지 마십시오. 실행에서 깨진 것을 AI에게 돌려주고, 처음 물을 때 "나 또는 우리가 틀리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뭔가"를 같이 묻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AI와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AI를 더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답 구간에서 실행 구간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것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실행에서 깨진 것이 다음 답에 들어가고, 그래야 AI가 우리 회사의 지나온 길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럼 다음에 함께 만들 답이 우리 회사의 답에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확인하면서 효과 및 효율 모두 개선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답은 30분 만에 나왔는데 일이 두 달째인 것은, 실행이 느려서가 아닙니다.
앞 구간에서 하던 납득과 검증이 뒤로 밀렸고, 실행하면서 동시에 하려다 보니 병목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AI를 끊어 쓰기 때문에, 그 답의 구멍이 실행에서야 드러나게 됩니다. 게다가 AI 덕분에 위는 더 많은 일을 벌이고, 아래는 AI 때문에 더 소극적 태도로 임하면서 실행 구간의 병목이 더 증가하게 되고, 어쩌면 AI 도입 전보다 더 길어졌을지 모릅니다.
이때의 실행하는 두 달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앞에서 건너뛴 것을 뒤에서 몰아서 하는 시간이 되면서 더 큰 비용을 치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AI로 무엇을 더 많이 시작했는가에 집중하기보다는, 끝난 것까지 세면서 AI에 대한 올바른 사용법의 학습과 동시에 AI가 우리의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을 차용하며 AI와 AI 사용자 모두가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두 달이 걸려 일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자리가 옵니다. 평가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결과물은 좋은데 그것이 누구의 실력인지 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