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결혼하려 노력하다
로테이션 소개팅
로테이션 소개팅의 존재는 이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다. SNS에서 스크롤을 넘기다 보면 종종 후기가 눈에 들어왔고, 그때마다 ‘이렇게 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앱이나 동호회로도 남자친구를 만드는 것에 실패한 나는 절박한 마음으로 로테이션 소개팅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쇠뿔도 단김에 뺀다는 마음으로 바로 한 업체에 신청서를 넣었다. 사진과 직업, 나이를 보고 참여 인원을 선별하는 곳이었다. 상대방도 나와 비슷한 연령대, 직업을 가진 사람들 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안심이 되는 듯했다.
미팅 당일, 약속 장소로 향하는 내내 나를 사로잡은 생각은 ‘오늘 나오는 여자 중에서 내가 제일 못생기고 나이도 많으면 어떻게 하지?’였다. 미팅 장소에 도착 한 뒤에도 눈은 남자가 아닌 여자들을 쫓기 바빴다. 짝을 찾으러 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습게도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았다.
로테이션 소개팅의 룰은 간단했다. 15분 대화, 이후 파트너 변경, 8명과 진행으로 총 2시간의 일정이었다. 뒤로 갈수록 지친다는 후기를 읽고 각오를 하고 갔음에도 뒷사람으로 갈수록 정말로 기진맥진해졌다. 어쩐지 소개팅 특유의 긴장감보다는 전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일정이 끝난 뒤 마음에 드는 이성 2명을 메모해서 운영진에게 제출하면, 서로 매칭이 될 경우 연락처를 공유해 준다고 했다. 8명의 남자들이 작성할 16개의 이름 중 내 이름은 몇 개나 될까 궁금했다.
결과는 한 표였고 매칭은 되지 않았다. 이후 다른 업체로 한 번 더 해보았지만 역시 매칭되지 않았다. 게다가 표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자존감을 엄청나게 깎아먹었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이 호감을 독과점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로테이션 소개팅도 그만두었다.
결혼정보회사
최후의 보루는 바로 결혼정보회사, 일명 결정사였다. 몇 백만 원의 돈을 써야 하기에 지금까지 한 모든 방식들 중 가장 회의감이 드는 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고민을 들은 지인이 조심스레 자신의 결정사 가입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결정사라고 특별히 다를 것 없고, 인맥 넓은 사람에게 소개팅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해 보라고 권했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는 것이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마침 상여금이 들어오기로 예정되어 있어서, 지갑을 들고 결정사 문을 두드렸다.
가입은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들은 총 여덟 번의 만남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계산해 보니 대략 한 번에 몇 십만 원 꼴의 만남이었다. 대신 원하는 조건을 설정하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으니 일반적인 소개팅보다 잘 맞는 사람과 매칭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앞섰다.
그렇게 진행하게 된 결정사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매니저는 나의 만남 횟수를 차감하기에 혈안이 된 사람 같았다. 제공받은 프로필을 거절하면 전화가 걸려왔고, 끈질기게 설득을 시도했다. 원하는 사람만을 소개받기 위해 큰돈을 지불하고 가입한 결정사인데, 그녀는 나를 빨리 치워버리고 싶은 짐덩이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었고 굉장히 신중했다. 결정사라는 시장에 돈을 지불하기까지 각자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횟수를 차감하며 열심히 만나다 보니, 어느새 회원권 만료가 목전인 상태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 애쓰는 모든 과정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면 그와 나눈 대화 속에 잘못된 부분이 있었는지 하루 종일 고민했고 혹시 외모 때문인가 싶어 거울을 보기가 싫었다. 반대로 내가 상대를 거절할 때에도 혹시 이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짓눌렀다. 만남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입맛이 없어 며칠을 굶었고 회사 일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결혼 활동' 이외의 모든 시간은 무의미한 일로 느껴져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다가도 자괴감이 들었다.
미래의 외로움이 무서워 결혼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결혼하려고 노력하는 행동은 현재의 우울을 만들었다. 둘 사이에 딜레마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 공부를 했던 것처럼,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봤던 것처럼, 결혼을 똑같이 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을 진학이나 취업과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이 맞을까? 다들 좋다고 찬양하는 이 결혼이라는 녀석을 더 자세히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정말 해야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