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모 보이콧

1장 결혼 때문에 불안하다

by삼킨

어느 날부터 인스타그램 피드에 일명 '결정사툰'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주로 삼십 대 여성이 남편감을 찾아 헤매는 내용을 웹툰 형식으로 다루고 있었다. 읽어보니 작가는 일주일에 두세 건씩 소개팅을 했으며 심할 땐 하루에 두 명까지도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결혼정보업체뿐만 아니라 소개팅어플, 동호회 등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더니 '삼십 대 여자 시집가기'와 같은 릴스가 우후죽순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시집가기 릴스들은 대부분 삼십 대 초중반 여성들이 로테이션 소개팅, 와인파티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애인 만들기에 도전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 실망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정확히 서른이었던 나는 이런 영상을 보며 공포에 사로 잡혔다. 서른이 넘었음에도 짝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그들의 모습은 썩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 '혼자여도 행복해요'가 아닌 '혼자여서 미치겠어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특정 영상을 오래 시청하면 관련된 콘텐츠를 계속해서 띄워준다. 덕분에 나의 피드는 대부분 소개팅, 솔로파티, 결혼, 또는 연애 관련 내용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온 세상이 나에게 당장 결혼하라고 촉구하는 것 같았고, 이 초조한 여자들은 내 현재이자 미래였다.




SNS에 지나치게 빠져들면 타인의 가장 행복하고 특별한 순간을 나의 평범한 일상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전에는 이 말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명품백이나 고급 호텔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고 나는 자괴감 같은 것 안 느끼는 사람이라며 자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피드에 올라오는 결혼식, 신혼여행, 친구 커플의 사진이 눈에 띄면 괜히 속이 부글거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러움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안절부절못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짝을 찾았다는 그들의 피드는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점점 친구들의 게시글을 구태여 확인하지 않게 되었다. 결혼과 관련된 영상이 뜨면 스와이프 하여 넘겨버렸다. SNS가 현재의 내게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어플을 지워버렸다. 차라리 눈에 띄지 않으니 나았다. 적어도 불안을 일시적으로는 틀어막을 수 있었다.


SNS를 멀리해도 현실은 차단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 스몰토크를 나눌 때 대화 속에 연애, 결혼, 육아에 관한 내용이 조금만 들어가 있어도 우울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는 한 끊임없이 이런 주제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쉬지 않고 결혼을 해댔고 아이를 낳았으며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어느 날은 한 동료가 어린이날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 전부터 휴가를 쓰겠다고 했다. 그 말에 크게 흔들렸다. 아이를 키우며 정상적인 삶을 사는 동료와 달리 독신인 내가 비정상인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가슴 쪽이 옥죄는 것처럼 답답하고 눈물이 고여 황급히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화장실 칸막이에 이마를 대고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힌 뒤, 사무실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은 척 업무를 이어갔다. 결혼과 관련된 키워드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만큼 궁지로 몰린 듯했다.


당연스럽게도 청첩장 모임이나 결혼식에 가는 것은 더 큰 고역이었다. 누군가의 '청모'에 초대받으면 죽도록 가기 싫어하면서도 마땅히 거절할 말을 찾지 못해 억지로 끌려다녔다. 그러니 청첩장을 받으면 그날로 쓰레기통 행이었다. 남들은 이리도 자연스럽게 하는 결혼을 나만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결혼과 관련된 모든 문화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을 차단하는 것은 SNS를 차단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연애하고 결혼하는 친구들에게서 죄다 멀어지자니 주변에 남는 사람이 없었다. 안 그래도 외로운데 더욱 고립될 것 같았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특정 키워드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줄이고 실제 삶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아야만 했다.


이때부터 나는 결혼이라는 주제로부터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기혼자들이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대화에 끼지 않고 혼자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괜히 주식을 뒤적거렸다. 친구들이 나의 연애를 물어오면 "알아서 할게"라는 말로 선을 그었다. 또, 연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친구들은 의도적으로 피했다.


고조되는 불안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불안의 근본 원인인 '결혼'을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결혼만 하면 이 모든 불안이 해소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결혼을 향해 분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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