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재능

2장 결혼하려 노력하다

by삼킨

나는 사랑에 영 재능이 없는 게 분명하다.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연애 후 평범한 결혼을 어떻게 포기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아주 깊은 마음 한편에는 '그래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조곤거린다. 조용히 해, 조용히.


사랑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기 시작한 것은 이십 대 후반 무렵이었다. 대학졸업 이후 더 이상 자만추는 불가하다는 생각에 소개팅을 몇 번 했고 남자친구가 생겼다. 한눈에 마음에 쏙 들었던 남자는 몇 달의 데이트 후 단점 투성이 남자로 보였고 둘 사이 만남이 길지 않았던 만큼 버릴 추억도 몇 없어 금세 이별을 고했다. 남자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잘 지냈는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하는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연애를 몇 번 더 반복했다. 소개팅을 통해 몇 번의 데이트 후 정식으로 연애를 시작한 뒤, 몇 달이 지나면 단점들이 너무 크게 다가와 견디기 힘들었다. 만남 자체가 괴롭고 상대에 대해 거부감이 생길 때쯤 되면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헤어지고는 했다. 짧은 연애를 반복할 때마다 우울은 더 거세게 왔고 점차 지쳐갔다. 그러다 불현듯 깨달았다. 아, 나는 사랑에 재능이 없구나.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다 보니 너덜너덜 해지고 있구나.


헤어지고 나서 슬프기보다는 홀가분한 감정을 자주 느꼈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남자친구에게 차마 '나도'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 '헤어지자'라고 한 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던 길, 엄청난 해방감이 나를 덮쳤던 감각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을 어려워하는 이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연애 끝에 결혼하여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늙어가는 것이 기본값인 슬롯에서, 나는 어떻게 버텨내야 할까. 예술가도 전문직도 뭣도 아닌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으로 살고 있는 나의 주변엔 온통 결혼한 이들밖에 없다. 누구를 만나도 연애, 결혼 얘기가 오가고 나에게도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을 스스럼없이 던진다. 그럴 때마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답한다. “때 되면 하겠지.”


나는 내 강아지를 사랑한다. 부모님을 사랑한다. 해가 잘 드는 카페와 작은 서점을 사랑한다. 여름을 사랑하고 수영을 사랑한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나는 사랑을 할 줄 알면서 동시에 사랑을 할 줄 모른다. 그런데 세상은 나에게 사랑하라고 종용한다. 그 안에서 갈피를 잃었다.


나의 평범한 동료들과 친구들은 종종 결혼 준비, 신혼집, 육아 이야기를 쑥덕일 것이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것을 이룬 그들의 대화는 계속해서 나를 찌르고 꼬집어 상처 나게 할 것이다. 완벽히 모든 것을 포기할 때까지, 지금 이 순간에도 깊은 곳에서 '그래도 언젠가 제대로 사랑하지 않겠어?'라며 속삭이는 악마가 죽어버릴 때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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