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분투기(1)

2장 결혼하려 노력하다

by삼킨

지인들의 결혼, 자극적인 SNS, 서른이라는 나이까지 각종 요소들로 인해 결혼에 대한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 나는 닥치는 대로 이성을 만나기 시작했다. 결혼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삶이 완성되고, 더 이상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결혼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필요하고, 상대를 찾으려면 만남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남을 시도했다.





소개팅


다들 알다시피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어린 시절에는 소개팅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다가 그 사람과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연애인데, 연애를 하기 위해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져보려고 시도하는 행위가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스물여덟이 될 때까지 소개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슬롯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가 없겠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소개팅을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연애는 하고 있냐고 물어오면 곧장 "나 남자친구 없어"라고 답했다. 솔로인 상태를 적극적으로 주변에 어필하자, 종종 소개가 들어왔다. 소개팅을 통해 연인으로 발전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애를 하면 마음이 커지지 않아 만나는 내내 이 연애가 맞는지 고심했고,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관계가 끝났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삼십 대가 되자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이성을 찾아주던 친구들도 점점 자신의 결혼식과 임신, 출산으로 인해 바빠졌다. 그들의 관심사는 더 이상 새로운 만남이 아닌, 어떻게 가족을 잘 꾸려갈 것인가로 옮겨갔다. 자연스럽게 소개는 점점 뜸해졌고, 나는 자주 "내 주변 사람들은 다 결혼해서, 소개해 줄 사람이 없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소개팅 앱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것에 한계를 느낀 나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친구가 소개팅 앱을 추천해 줬다. 그녀는 자신도 몇 번 해보았다고 밝히며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 많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앱이라니, 하룻밤의 가벼운 만남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친구도 직접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용기를 얻어 설치했다. 친구가 추천해 준 앱은 여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남자는 대기업 온라인 게임인이나 전문직 또는 명문대생만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몇 장과 함께 직업을 인증하자 손쉽게 가입이 끝났다.


앱은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하루에 십여 개의 프로필이 쏟아졌고 남자들의 사진과 키, 사는 곳, 직업 등을 단숨에 볼 수 있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다음 남자가 나타났고 하트를 누르면 호감을 보낼 수 있었다. 내게 호감을 보낸 남자도 있었다. 나도 그에게 호감을 보내면 서로 매칭되어 번호가 나타나 직접 연락해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이상한 점은, 분명 서로 호감을 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채팅을 보내도 아무런 답장이 오지 않거나 이야기를 조금 주고받다가 연락이 두절되는 일은 흔했다. 알고 보니 소개팅 앱에서 잠수는 매우 흔한 일이라고 했다. 한 번에 여러 명에게 호감을 보내고 연락처를 주고받다 보니, 마음속에 후 순위인 사람을 일방적으로 끊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렇게 변해가는 게 느껴졌다. 적당히 괜찮은 남자와 조금 연락을 하다가 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원래 연락하던 사람을 차단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렇다 저렇다 할 거절의 말도 하지 않은 채 몇 시간째 메시지에 답장을 하지 않고 미뤄두는 내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이상하고 예의 없는 사람이 소개팅 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소개팅 앱을 하다 보면 만남을 가벼이 여기게 된다는 것을 깨닫고 앱은 그만두게 되었다.




동호회


앞서 말했듯 소개팅에도 의문을 갖고 있던 나는 연애를 위해 동호회를 한다는 것에는 더욱 큰 거부감을 느꼈다. 동호회란 본디 좋아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며 시너지를 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 동호회를 오직 이성을 만나기 위해 이용하다니, 뭔가 잘못을 저지르는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이왕지사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하는 동호회에 가입해 보기로 했다.


당시 내 취미는 글과 그림이었기에 둘을 적절히 버무려 그림 에세이를 쓰는 모임에 가입했다. 모임에 인사를 하러 간 첫날, 멤버를 보고 아차 싶었다. 무려 전원이 여자였다!


그림 에세이 모임에서 이성을 만나는 것을 장렬히 실패한 뒤, 다음으로 마작 모임에 갔다. 웬 마작이냐 싶을 수 있지만 전부터 배워보고 싶던 장르였다. 마작 모임은 역시나 전원이 남자였다. 하지만 마작에 진심인 그들의 훈수를 100번쯤 듣다 보니 자연스레 동호회로의 발걸음은 뜸해졌고, 동호회로 이성을 만나는 것은 포기했다.


자, 이제 다음은 무엇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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