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삼십 대 되면 끝이야

1장 결혼 때문에 불안하다

by삼킨

온라인 게임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라는 어플이 있다. 어플 안에 부동산, 주식, 예능프로그램 등 다양한 주제의 게시판이 있어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끼리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조회수나 추천, 댓글이 많은 글은 베스트 게시판에 따로 모여있었는데, 꽤 자극적인 이야기가 많아 무료할 때 종종 시간을 때우기 좋았다.


베스트 게시글의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스펙 평가'였다. 미혼 남녀가 키, 재산, 직업 등의 정보를 쭉 나열한 뒤 연애 및 결혼 시장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평가해 달라는 내용을 주를 이룬다. 그런데 남성의 글에는 어떠한 반응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여성의 글에는 선플, 악플, 만나자는 댓글 등 여러 반응이 나타난다. 특히 악플 중에서는 유독 나이에 대한 언급이 많다.


'여자는 삼십 넘으면 끝이다.'

'생물학적으로 노산인데 누가 거들떠보겠냐?'


블라인드의 여론에 따르면 여자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 소개팅도 끊기고 남자들도 기피한다고 했다. 처음 이런 댓글을 읽은 것은 이십 대 후반 무렵이었다. ‘몇 년만 지나면 남자친구 만들기가 곱절로 어려워지는 건가, 결혼해야 하는데 큰일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여자 나이에 대한 반응을 현실에서 접하기도 했다. 소개팅 주선을 열심히 하다 보니 알음알음 소문이 났는지, 거의 남과 다름없는 사람이 소개를 부탁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본인의 사진과 스펙, 원하는 조건을 함께 전달받았는데, 반드시 연하만 원한다는 남자들이 있었다. 나로서는 그런 요구사항을 받을 때마다 온라인의 여론을 현실에서 직접 겪는 기분이었다. 물론 익명 커뮤니티에서 만큼 적나라한 표현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어린 여자가 좋다는 결론은 동일했다.


한 번은 내게 여자 사람 친구의 소개팅을 부탁하며 이렇게 말을 해 온 남자 지인도 있었다.

"얘 서른둘이라 열심히 해야 해. 얼마 안 남았어."

무엇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여자의 나이에 대해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무언가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온/오프라인에서 여자 나이에 대한 반응을 보고 겪으며 나이 먹음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혼자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하이볼을 마시며 뜨개질을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다 시간 낭비처럼 여겨졌다. 1분 1초라도 더 어릴 때 남자친구를 만들지 않으면 영영 결혼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영원히, 혼자.


'영원히, 혼자'라는 두려움은 나를 발로 뻥 차서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들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자주 새로운 만남을 가졌는데, 애석하게도 그 과정은 우울하기만 했다. 처음 보는 남자와 먹는 밥은 어색해서 체할 것 같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만남을 거듭할수록 우울감은 심해졌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기에 노력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인 상태로 서른을 맞이했다.


외려 서른이 되자 반항심이 들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서른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인데, 유독 여성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미는 세상에게 화가 났다. 여자는 서른 되면 끝이라면서, 왜 그동안 남녀는 평등하다고 가르쳤는가. 차라리 처음부터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괜찮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고 알려줬더라면 나는 일찍이 결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규칙은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어느 순간 서른이 가까워졌고, 그제야 여자는 나이를 먹는 것조차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통제할 수 없는 숫자가 결혼 가능성을 좌우한다는 생각은 나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결혼, 그놈의 결혼. 이 망할 놈의 결혼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면서, 슬롯가 정해놓은 마감일을 지키느라 바빴던 나는 결혼에 더욱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전 03화소개팅을 열 번쯤하고 알게 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