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모두 결혼한다

1장 결혼 때문에 불안하다

by삼킨

오늘도 또 청첩장을 받았다. 요즘 들어 결혼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그만큼 나이 먹었다는 반증일까. 올해에만 벌써 다섯 번이나 결혼식에 초대당했다. 잠잠하던 단체 카톡방이 웬일로 활발하여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결혼 소식과 함께 '청모' 일정을 정하고 있다. 이 놈의 결혼, 제발 그만들 좀 하면 안 될까. 왜 이렇게 다들 결혼을 해대는 거야?


언론에서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이다, 1인 가구가 천만을 넘었다는 소식을 연일 보도한다. 그런데 내가 체감하는 바는 정확히 반대이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못해 안달이고, 아이를 하나 또는 둘 씩 낳거나 낳을 계획을 갖고 있다. 왜 나는 통계와 반대되는 세상에 살고 있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의 배경을 잠시 짚고 넘어가겠다.


나는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그럭저럭 성적을 내어 4년제 공대에 진학했고,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대기업에 입사했다. 일한 지 7년 정도 되었으며, 누구나 그렇듯 하루 9시간을 꼬박꼬박 회사에 갖다 바친 대가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간다. 일주일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사람은 동료.


내가 속한 슬롯에서, '결혼'은 기본값이다. 성인이라면 응당 해야 마땅한 것이 결혼이다. 실제로 우리 팀 20명 중에 미혼은 오직 나 혼자 뿐이다. 그래서일까, 동료들은 내게 결혼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한다.


"요새 예식장 비용이 많이 올랐다던데, 결혼 늦게 해서 손해 보셨네."

"결혼할 때 신랑이랑 돈 모아서 집 사면 되겠네."

"어차피 결혼할 것 아니에요?"


가끔 동료들이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신랑'을 내 미래에 넣어서 이야기할 때가 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확신이 없는데, 나의 결혼을 기정 사실화 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것이 진리인 것처럼, 내가 언젠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런 대화가 오갈 때마다 연애가 잘 안 풀린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구태여 하고 싶지 않기에 결혼해야죠, 라며 대화를 넘긴다. 그들의 확신은 때로 상처가 된다. 저리도 쉽게 말하는 일을 나는 왜 이루지 못하고 있나.


나는 결혼주의자다. 한창 '삼포세대'니 '비혼'이니 미디어에서 떠들어 댈 때에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평범한 삶을 꿈꾸던 나에게 '입시-취업-결혼-육아'로 이어지는 수순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생애 가이드라인처럼 보였다. 입시와 취업까지 해낸 뒤 이제 결혼이라는 놈을 해치우려 했건만, 이 녀석은 지금까지의 숙제와는 달리 도통 해결될 기미가 없다.


갓 성인이 된 나에게, 어른들은 사람 보는 눈을 기르려면 연애를 많이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조언에 충실히 따라 스무 살 여름에 첫 연애를 시작했다. 대학 동기였던 남자친구는 종종 "우리 나중에 꼭 결혼하자"라고 했다. 그때마다 알겠다며 대답은 했지만 내심 시큰둥했다. 스무 살에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연애를 해야 할 텐데 그 숫자는 터무니없이 커 보였다.


'언젠가 나도 결혼은 하겠지. 그런데 과연 그때까지 너랑 만날까?'


막연한 마음 탓인지 그 애와는 얼마간 만나다 헤어졌다. 그와 백년해로하지 못한 것은 너무 당연해서 많이 슬프지도 않았다. 나는 젊다 못해 어렸고, 사랑할 날은 무궁무진했다. 어린 나는 '앞으로 두 세명쯤 더 만나다, 스물여덟 쯤 만나는 남자와 결혼하면 되겠지'라고 여겼다.


그다음으로 만났던 남자는 여자 문제로 나를 괴롭게 했다. 그는 나를 만나면서도 전애인을 몇 번이나 만났고 그녀와의 연을 끊지 못했다. 사랑한다 속삭이면서 아무렇지 않게 배신하는 것이 연애라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연애로부터 등을 돌린 나는 친구를 만나고, 술을 마시고, 여행을 다녔다. 그 사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어느새 스물여덟이 되었다.


계획 상 스물여덟은 결혼할 만한 남자를 만나고 있을 시기였지만, 여전히 혼자였다. 그때부터 소개팅을 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소개팅으로 만나 연애하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도 금세 안정적인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착각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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