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결혼 적령기 재난 대응 매뉴얼을 쓰게 된 이유에 관하여

by삼킨

나는 1996년에 태어난 여성으로 이 글을 쓰는 2026년에 정확히 만으로 서른이 되었다. 경기도 외곽의 도시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4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운 좋게 꽤 이름 있는 회사에 들어갔고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쭉 다닐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내가 얼마나 전형적인 한국식 범생이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재미없는 범생이는 이제 결혼을 하려고 한다. 입시와 취업이 모두 끝났고 나이도 먹을 대로 먹었으니 당연히 짝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여기서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신랑이 없다!


나는 모범생답게 서둘러 신랑을 만들기로 했다. 소개팅을 했고,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이런, 금세 헤어져버렸다. 괜찮다, 이 세상의 절반은 남자니까. 다음 소개팅을 했고, 또 남자친구를 만들었다. 저런, 또 헤어졌네. 그렇게 결혼 활동을 이어가며 어영부영 몇 년이 지나갔다. 그런데 여전히 혼자다.


결혼 적령기라는 말은 대체 누가 만든 걸까? 헛발질을 하는 사이 나이를 차근차근 먹어 서른한 살이 되었고,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 안에 안착했다. 어떤 방식으로 더 노력을 해야 신랑을 만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살을 뺄까? 성형을 할까? 소개팅을 더 많이 할까? 몇 년 동안 뭐 한 거지? 째깍째깍,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는 늘어난다.


인스타그램을 할 때, 혼자 누워 있을 때, 모든 일상적인 순간에 결혼에 대한 불안은 나를 지배했다. 어느 날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올라온 불안을 견딜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화장실 칸 안에 숨어 차가운 벽에 뺨을 대고 숨을 돌리는 꼴이 우습게 느껴졌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 평안한 일상을 망가뜨리는 불안을 줄여야 했다.


결혼 때문에 죽도록 불안했고, 결혼하려 노력하다 더 불안해졌다. 그래서 결혼이 왜 나에게 불안으로 작용하는지 탐구했다. 그리고 불안이 줄어드는 순간을 포착해 차곡차곡 모았다. 이 바카라은 대한민국 스테레오 타입으로 살아온 여성이 삼십 대를 앞두고 어떤 불안을 맞이했고, 그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려 했는지를 담고 있다. 나는 이게 나만이 겪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분명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분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