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선과 고요의 색

나와 만나는 자리의 형태와 빛

by박현정

‘고요미학’이라는 이름을 정한 뒤에는 그 생각을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지 고민했다. 많은 것을 담기보다 단순하고, 오래 보아도 편안한 형태였으면 했다. 마침 고요미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와 그 안에 담고 싶은 생각을 깊이 이해해주는 파트너를 만났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각을 함께 나누고 다듬으며 심볼이 형태를 갖추었다.


심볼에는 두 개의 수평선과 그 사이를 잇는 부드러운 곡선이 있다. 나는 먼저 두 선 사이의 여백에 마음이 갔다. 바쁘게 움직이다가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처럼 보였다.


제주에서 혼자 걷거나 차를 마실 때 좋았던 것도 그런 잠깐의 틈이었다. 딸의 일과 내 일을 생각하다가도 발걸음을 늦추면 지금 몸이 어떤지, 무엇 때문에 마음이 분주한지 느낄 수 있었다. 나와 만난다는 것은 특별한 답을 찾아내는 일보다, 다른 일을 챙기느라 지나쳤던 내 마음을 다시 살피는 일에 가까웠다.


두 선 사이의 곡선은 그 자리에 머무는 동안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숨을 고르고, 마음에 걸리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금 편안해진 채 다시 하루로 돌아가는 흐름. 부드러운 선 하나가 온기와 안식, 평온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담아주었다. 내가 고요미학에서 마련하고 싶었던 ‘나와 만나는 자리’가 그 작은 여백 안에 있었다.


형태가 정해지자 이번에는 색을 골라야 했다. 그때 떠오른 것은 제주의 밤과 새벽이었다.


제주에서는 별과 달을 보려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주변 불빛이 많지 않은 곳에서 마주한 밤하늘은 검게만 보이지 않았다. 깊은 어둠 속에도 푸른 기운이 있었고, 동트기 전에는 남빛이 더욱 짙게 한동안 하늘에 머물렀다.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며 바라보던, 내가 좋아하는 색이었다.


그 깊이를 공간에도 담고 싶어 검정에 가까운 짙은 남색을 골랐다. 이름은 제주에서 흔히 마주했던 현무암에서 가져왔다. 현무암은 거칠고 단단해 보이지만 빛과 날씨에 따라 조금씩 다른 표정을 드러냈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눈에 남는 그 모습이 좋았다. 현무암을 뜻하는 바솔트와 동트기 전 새벽 하늘의 남빛을 뜻하는 인디고를 합쳐, 고요미학의 색을 ‘바솔트 인디고(Basalt Indigo)’라 이름 붙였다.


두 개의 선 사이에는 잠시 머물 자리를, 짙은 남빛에는 제주에서 오래 바라보았던 밤과 새벽을 담았다. 그 시간을 서울의 찻자리에서도 이어가고 싶다. 하루의 다음 일을 시작하기 전, 차 한 잔을 마시며 지금의 나에게 잠시 마음을 둘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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