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정오-청룡
그는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해는 이미 높이 떠 있었다. 그림자는 짧았고, 공기는 생각보다 맑았다. 밤과 새벽을 지나온 것 같은 감각이 남아 있었지만, 시계는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골목을 몇 걸음 옮기자 빵 냄새가 닿았다. 그제야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고 달콤한 냄새였다. 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빵집 문을 밀었다. 작은 종소리가 울렸고, 가게 안쪽의 공기는 부드럽게 데워져 있었다.
그 사람은 무엇을 고를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에 놓인 빵 하나를 집었다. 손에 닿는 온기가 선명했다. 계산대 너머의 사람과 눈이 잠시 마주쳤다. “봉투 필요하세요?”라는 짧은 질문과 고개를 가로젓는 대답. 동전이 계산대 위에서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밖으로 나와 그는 포장을 조금 뜯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약간의 단맛이 혀끝에 퍼졌다. 그의 인생에서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느꼈는데도,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정오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배고프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걸었다.
포장지를 접으려다, 그림 하나를 발견했다. 푸른 선으로 그려진 용의 형상. 그것은 여의주를 문 채,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단순한 선이었지만 기세가 느껴졌다. 아직 날아오르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한 몸. 그 아래에는 영어로 작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Dragon Bread.
그는 그 그림을 잠시 응시했다. 빵의 달콤한 냄새와 햇빛, 그리고 그 선의 팽팽함이 묘하게 겹쳤다. 몸 안쪽 어딘가가 미세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완전히 고요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숨이 한 박자 멈춘 듯한 상태였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잠시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메시지를 남겼던 상대였다. 벨소리는 굉음처럼 크게 느껴졌다. 그는 전화를 받았다.
“문자 남겼는데, 답장 안 하네요.” 목소리는 가볍게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날이 서 있었다. 그는 일이 있었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상대가 문자를 보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었다는 것도 떠올렸다.
“근처인데, 잠깐 볼 수 있어요?”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선택지를 주지 않는 어조였다.
그는 가슴 안쪽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상대방이 여전히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설명하지 않기로 했던 시간들이 스쳤다. 이번에는 피하고 싶지 않았다. 피하는 대신 서 보기로 했다.
그는 빵을 한 입 더 베어 물었다. 봉투를 접어 주머니에 구겨 넣고는 손에 묻은 설탕 가루를 털어냈다. 햇빛이 더 선명해진 정오였다.
“그래요. 어디쯤이에요.”
말은 짧았고,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뒤 그는 잠시 서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주머니 안에서 종이봉투가 바스락거렸다. 달콤함은 아직 입속에 남아 있었지만, 몸 안쪽에서는 다른 기운이 천천히 방향을 잡고 있었다.
그는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