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정오-연어
커피숍은 유리창이 커서 바깥의 빛이 그대로 들어왔다. 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하나 시켰다. 종이컵이 아니라 머그잔에 담긴 커피였다. 잔에서 김이 천천히 올라왔다. 그는 두 손으로 잔을 감싸 쥐었다. 손바닥이 서서히 데워졌다.
상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는 시계를 보지 않았다. 대신 문 쪽을 한 번 보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바쁘게 지나갔다. 누군가는 전화를 하며 웃었고, 누군가는 급히 걸음을 옮겼다. 정오는 여전히 생활의 시간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부른 걸까.
그는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몇 번 굴렸다. 이유를 추측해보려 했지만, 곧 멈추었다. 이미 지나간 관계였다. 제멋대로였고, 자신의 리듬을 강요하던 사람. 늘 타인의 호흡은 뒤로 밀려나곤 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는 종종 설명해야 했고, 조율해야 했고, 받아들여야 했다.
다시는 보지 않을 줄 알았다.
이렇게 다시 앉아 상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과거는 이미 정리된 줄 알았는데, 몸은 다른 기억을 꺼내고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긴장했다. 어깨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커피의 쓴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 느낌을 밀어내지 않았다.
몸의 기억은 생각보다 정확했다. 말로 정리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감각으로 떠올랐다. 누군가의 말투, 시선의 방향, 무심한 농담. 그는 그 기억을 해석하려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록 두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상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오래전과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반가움이 앞선 얼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태도.
그는 아주 미세하게 움찔했다. 그리고 그런 몸의 반응에 또 한번 놀랐다.
하지만 곧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목소리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대가 자리에 앉았다. 코트를 벗는 순간,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은빛 물고기 모양. 길게 몸을 뻗은 형상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연어.
그 단어가 스쳤다.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물고기.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대신, 다시 시작점으로 향하는 존재. 그에게있어 돌아간다는 것은 물러나는 일이 아니라, 지나온 물살을 다시 통과하는 일이었다.
그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함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과거를 다시 마주하는 일도 이와 비슷한 감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피하고 싶지만, 어딘가에서는 통과해야 하는 자리.
그는 상대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휩쓸리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도 아니었다. 다만, 흐름을 거슬러 서 있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연어는 언제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
그는 그 사실을 떠올리며,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조용히 시선을 들었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