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문을 열었다

4장-정오

by바다별다락방




그는 모든 것을 그 자리에 두었다. 흔들림도, 또렷함도, 질문도, 대답도. 굳이 더 붙잡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더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오래도록 그는 생각으로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었다. 무엇이 왜 그런지 따져보고, 이름 붙이고, 구조를 만들고, 순서를 세웠다. 이해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었다. 정리하면 흩어지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그 방식은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그렇게 무너지지 않았다. 복잡함을 도식으로 바꾸고, 감정을 문장으로 바꾸며, 불안을 이성의 언어로 옮겨 적었다.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느끼기보다 먼저 설명하고 있었다. 파도가 오기도 전에 높이를 계산하고, 흔들림이 오기도 전에 의미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분석하지 않아도 자신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남았다. 머릿속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을 따라가지 않아도 안전했다. 그는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몸의 감각이 가벼워져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일은 대단한 결심은 아니다. 다만, 방 안에 머물러 생각만 이어가던 시간을 잠시 멈추는 일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는 숨을 들이마셨다. 바깥의 소리는 생각보다 요란하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소리,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의 엔진음, 어딘가에서 닫히는 문소리. 그것들은 해석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문장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들이 그의 전부가 아니었다. 발바닥이 바닥을 딛는 감각이 먼저였다.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이 먼저였다.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생각보다 단순했다.


이동은 설명이 아니라 접촉이었다. 관계는 정리된 문장 위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눈을 들고, 몸을 움직이고, 서로의 숨이 스치는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멈추는 일이 아니라, 밖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는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온라인카지노북은 소설도 에세이도 아닌, 마음의 창에서 꺼내온 감각을 적어 내려간 기록입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며 자신의 감각이 머무는 지점을 천천히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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