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식물
자동차 문을 열었다. 손이 닿은 손잡이는 뜨거운 라면이 담긴 양은냄비 같았다. 7월 한 낮 37℃ 뜨거운 열기로 있는 힘껏 달아올랐다. 하천가 일렬 주차구역이라 땡볕을 조금도 피할 수 없었다. 한낮 세 시간의 주차는 차를 불덩어리로 만든 듯했다. 운전석에 앉으며 한증막에 들어갈 때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더듬거리며 자동차 창문을 사방으로 열고 멈췄던 숨을 크게 쉬었다.
순간 창을 다시 올리고 싶었다. 뒷좌석 선반에 올려놓은 스머지 스틱 때문이다. 자동차 안은 마른 허브 줄기가 풍기는 향으로 가득했다. 밀폐된 상태에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열기에 태우지 않은 스머지 스틱이 향을 피우고 있었다. 향기로운 냄새는 뜨거운 열기가 고마울 정도였다. 창문으로 열기와 함께 향이 빠져나가는 게 아쉬워 뜨거운 향을 서둘러 맡았다.
스머지는 연기나 향으로 정화한다는 의미이다. 스머지 스틱 (Smudge stick) 은 말린 허브나 식물을 스틱처럼 묶어 만든 허브 다발이다. 이것을 불에 태워 나는 연기로 공간의 정화는 물론 향을 즐기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한다. 허브 스틱 끝에 불을 붙인 후 2,3초 후 흔들어 불을 끄면 나오는 연기의 향을 맡는다. 불을 이용하는 것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은 인테리어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향에 불을 붙여 향기를 내는 분향은 종교의식에서 많이 쓰였다. 예식의 장엄함을 돋우고 부정을 쫓으려는 의미이다. 일상에서는 사람의 신체나 음식, 실내 공간의 냄새를 지우기 위해 사용되었다. 의학이 발전하지 못했던 때 악취 때문에 생긴다고 여긴 나쁜 질병을 막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쑥 찜질할 때 맡는 쑥 향과 송편을 찔 때 솔잎을 넣어 나는 솔 향도 일상에서 위로를 얻는 좋은 향이다.
스머지 스틱은 화이트세이지가 기본이고, 다양한 허브를 채취하여 흰 면사로 묶어 사용한다. 허브식물이라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유도화는 태우면 독이 나오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 로즈메리, 유칼리툽스, 장미, 천일홍을 주로 사용한다. 허브는 막 채취한 것을 생으로 사용하고 비가 오지 않아 물을 많이 머금지 않아야 한다. 그런 이유로 주로 오전 9시 전에 수확하여 준비한다.
농장에 심어 놓은 허브 중 핫립세이지, 잉글리시라벤더, 로즈메리, 페퍼민트, 버들마편초를 채취하였다. 강사동료들과 봄에 심은 허브는 여름 태양 아래 잡초처럼 밭을 채웠다. 허브 줄기를 잘라 채취하면 그들이 내는 향이 밭 주변에 가득하다. 바구니에 가득 쌓인 허브 잎 끝을 맞춰 한 손에 모은 다음 마지막에 부드럽고 잎이 넓은 램스이어로 감쌌다. 촉감이 좋다는 이유 말고는 허브로 쓰임이 많지 않은 램스이어가 스머지 스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흰 면사가 없어 주변에 있는 마 끈으로 단단하게 묶어 주었다. 마르면 부피가 줄어 헐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태우기 위해서 2~4주 동안 바싹 말려주어야 한다. 보관할 때는 제습제를 넣어서 보관한다.
땡볕에서 세 시간 넘어 있던 자동차는 의도하지 않게 허브잎 타는 향을 피웠다. 7월 태양과 스머지 스틱은 운전하는 시간을 정화의 시간으로 바꿔놓았다. 습하고 더운 여름에 느끼는 뜨거운 향기는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리라.
여름이 되고 장마철이 오면 높아진 습도와 실내온도로 생화는 빨리 시들고 잘 자라던 분화 식물도 때로는 뿌리가 썩어 나간다. 공기 중에 습도가 많으면 숨어 있는 냄새까지 올라온다. 비 오는 날 커피 향이나 옆집 부침개 냄새가 더 잘 나는 이유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가까이하기 어려운 시기에 향주머니 만들기, 모기퇴치제 만들기 같은 향을 이용해 원예활동을 한다.
향주머니를 만들 때 망사로 된 주머니에 나무껍질이나 마른 식물 잎 줄기를 넣고 필요에 따라 식물 에센셜오일을 섞는다. 새롭고 낯선 향을 맡으며 뇌를 자극하고 식물을 향으로 만나는 시간이다. 향주머니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라벤더향기를, 모기퇴치제는 시트로넬라, 레몬그라스, 티트리, 유칼리툽스 같은 에센셜오일을 사용한다. 만든 향 주머니는 공기가 밀폐된 자동차나 옷장 같은 곳에 두면 향이 잘 머물러 있다.
집에서 허브를 구할 수 없다면 망사 주머니에 굵은소금을 넣고 향이 나는 말린 장미 꽃잎을 넣어 숙성시켜도 은은한 향 주머니가 된다.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방법이다. 소금이 향을 흡수하여 오랫동안 향을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즐겨 쓰는 향수를 굵은소금과 섞어서 담아도 된다.
뜨거운 열기에 물기 없이 타들어가며 나는 세이지, 라벤더, 로즈메리의 우아한 향기는 여름이 주는 뜨거운 선물이다. 비워가며 내어주는 자연의 충만한 향이다. 태양과 그 아래 살아온 허브의 하모니, 어디에나 쓰이며 향까지 간직하게 해 주는 소금, 이들은 세상이 주는 위로이다. 그들이 주는 향기는 더위를 가볍게 하고 지친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불게 한다. 그곳이 어디든 깊은숨을 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