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도 아닌 날도

by빛작

날을 만든 사람은

날을 마음으로 들여와

몸을 적셔 본 사람

발로 밟아 빻아 본 사람

손힘을 다해 짜내본 사람

그 즙에 젖어 본 사람이다


날을 만든 사람을

헤아리는 사람은

하루를 등에 메고

한 발씩 디뎌가며

날이 가는 길 따라

나를 던질 줄 아는 사람이다


날 안에서 감사하고

날이 주는 의미를

날 곁에서 곱씹는

나를 갖추는 일이기에

아무 날도 아닌 날도

날로 만드는 사람들


날은 떨림을 품고 사는 날

날은 기다림을 한계 짓는 날

내가 날을 놓지 않은 날

날을 만든 누군가와

날을 거저 얻은 내가

흐지부지 보내지 못하는 날


[빛작 연재]

월 [100일의 보통의 날들]

화 [시장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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