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유효할까

by빛작

기억에 머문다면 원칙으로 굳어질지 모른다. 기억 후에 더 이상의 경험이 쌓이지 않았다면 기억은 고정되는 것 아닐까.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리고 같은 기억을 꺼내고 다시 적용시켜 선입견을 만들어내던 때가 있다. 그 선입견은 새로운 상황을 접하기도 전에 결과를 고정시키기까지 한다.


기억과 새로운 정보가 쌓이려고 하는 그 사이의 공간은 더는 흐르지 않는 생각이 고이게 될 것이다. 기억을 꺼냈을 때 새것으로 바뀌지 않고 제자리를 채우는 하나의 자신만의 기억, 고정관념이 될 뻔했다. 처음의 기억이 그 자리를 벗어나면 안전하지 않게 느끼게 되었으므로.


5월 15일,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보내고 왔다. 주소를 적고 봉투의 무게를 다는 담당자에게 빠른우편으로 보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기억에 의존하여 안전한 줄 알다가 낭패를 볼 뻔했다. 한 달여 전, 시와 수필을 다듬기 시작했다. 설명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가르치려 드는 문장을 골라냈다. 삼사일 간격으로 눈에 띄는 글의 어색함은 끝나질 않았다.


글을 묵히자, 며칠 후 열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부린 게 화근이었을까.


신춘문예 공모전을 둘러보던 중 마감일만 확인하고 접수방법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는 줄 알았는데 우편접수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마감일 전날에 알게 되었다. 당일로 빠른우편으로 편지를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유효한 줄 알았다. 하루 전에 다급해진 나는 3주 동안의 퇴고를 전날에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있었다.


불안해진 나는 우체국에 도착 소요에 관한 문의를 했다. 이제 당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었다. 출력한 원고를 들고 한달음에 우체국으로 갔다. 표지를 챙기고 원고를 순서대로 정돈하고 있는데 우체국 담당자는 주소부터 내면 접수가 빠르다고 했다. 오후 다섯 시에 봉투를 부쳤고 다음날 들어갈 수 있겠다며 담당자는 대신 안도해 주었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아니, 계속 쓰는 일만 하면 되었다.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나를 가로막고 있는 판단을 거두어야 하겠지. 불편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상황을 보지 말고 사실과 정보를 대하는 나를 보아야 하겠다. 보통의 어느 날 작은 기억이 의미로 남았으니, 나는 그 의미를 알면 되겠다.


[빛작 연재]

월 [100일의 보통의 날들]

수 [다시 만나고 싶은 코치]

목 [빛나는 문장나무]

토 [아미엘과 함께 쓰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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