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월요일

by최물결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들어 올렸다. 띠리리링 6시, 6시 10분, 6시 20분. 십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손으로 눌러 껐다. 나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서 있었다. 달콤한 잠을 깨우는 불청객 같은 녀석. ‘오늘 출근. 실화야?’ 알람이 몇 번이나 울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뜨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지만 마음은 꿈나라에 가 있다. 시계를 보고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십 분 만에 초스피드 화장을 하고 가방에 필요한 물건들을 욱여 넣는다.


월요일 아침은 사람들로 더 붐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 껴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어마 무시한 열차에 몸을 싣는다.

앉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해서 적당한 자리에 서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몇 년째 타는 지옥철은 익숙하면서도 이상하게 낯설다. 출근길에 서 있으면 오래전 또 다른 월요일이 불쑥 떠오른다.


교복 주머니에 손을 넣고 버스를 기다리던 아침.

덜 마른 머리카락를 후두둑 털며 집을 나왔다. 대충 접어 넣은 바카라, 전날 끝내지 못한 수행평가 과제와 시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공부하면 남편 얼굴이 바뀐다.’ 반마다 가훈처럼 붙어 있던 글귀들을 눈으로 머금었다. 선생님의 잔소리는 듣는 둥 마는 둥 나는 공바카라 한편에 시를 쓰고 있었다. 나는 늘 비슷한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오늘 하루가 시작되면 어떻게든 흘러가겠지만 시작되기 전까지는 모든 게 버겁게 느껴졌다.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 글을 써서 대학을 가겠다고 했지만 담임 선생님은 “그걸로 정말 대학 갈 수 있냐”라며 되물었다. 나는 어떻게든 증명해야 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고 잘할 수 있다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뭐라도 썼다. 쓰고 싶은 생각이 꿈틀대면 종이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고 마침내 한 편의 시가 완성됐다. 마음 한쪽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내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어른이 된 지금 출근하는 월요일도 그때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쿵쾅쿵쾅 심장이 뛰었다. 시계가 8시 58분에서 59로 넘어갔다. 이럴 때는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으로 무조건 뛰어야 한다. 가빠지는 호흡소리와 함께 구두굽 소리 여러 개가 부딪힌다. 체면이고 뭐고 없이 냅다 뛰는 모습이 급식 먹으러 뛰어갔던 옛 모습과 닮아있었다. 바쁘게 계단을 올라가며 대리님 과장님, 차장님과 숨 가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이미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확인해야 할 메일, 회신 메일, 미뤄둔 업무와 다시 이어서 해야 하는 문서들. 몸은 출근했는데 마음은 아직 바카라상 앞에 도착하지 못한 것처럼 멈춰 있었다.

학생 때 모르는 문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면 회사에서는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오 일분 차인데”

지각을 하면 교실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선생님은 지각한 애들의 발바닥이나 엉덩이를 때렸다. 지금은 애들을 왜 때리냐 하지만 당시 맞는 일은 당연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맞는 거고 잘 못했으니 체벌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온갖 엄살을 다 떨며 아악 소리를 힘껏 내질렀다.


교복과 사복. 학생인 나와 온라인 게임인이 된 나.

달라진 것은 그뿐이었다. 제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변한 게 있다면 그때는 혼나면 끝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무 일 없는 척을 할 줄 알아야 했다. 나는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이다. 나는 나를 여전히 미완성인 채 세상 앞으로 밀어낸다.

허리를 곧추세우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방금 탄 커피를 한 모금 쭈욱 들이켜며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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