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나에게 여름은 그저 물이다. 여름이 시작되면 여름의 절반 정도를 물에 담가져 보낸다.
시원한 계곡물, 넓고 짠 바다, 스릴 넘치는 워터파크, 24시간 찜질방,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목욕탕, 집 근처 수영장, 최고급 풀빌라까지 야금야금 즐기다 보면 여름이 그새 끝을 고한다.
풀벌레가 우는 시골 산바카라 길 중턱에는 정갈한 약수터가 하나 있다. 집 근처에 이렇게 맛있는 물이 온종일 줄줄 흐르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고, 종종 물을 떠다 마시곤 한다.
열대야로 잠도 안 오고 아이들과 산바카라 겸 물 뜨러 잠시 들었다가 청춘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흠뻑 젖고 말았다.
때마침 소나기까지 내려서 강물에 입수한 사람처럼 팬티까지 쫄딱 젖고 나니 서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더 크게 웃고 말았다.
물놀이하기엔 멋쩍은 내 나이도, 당장 할 일도, 늦은 시간도, 알 수 없던 어떤 걱정들도 모두모두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물은 모든 것을 별거 아닌 걸로 만들어 버리는 묘한 힘이 있다. 그래서 머리가 어지러울 만큼의 오늘 같은 여름더위에는 물에 푹 담겨 수월히 지나가는 게 좋은 거 같다.
몸속으로 쌓이는 일상 속 거친 잔해들도 가끔 눈으로 물을 토해내고 나면 훨씬 가벼워지듯이.
물이 주는 고요하고 천진한 평화가 좋다.
역시 여름은 하늘만큼 깊고 파라안 물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