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지금의 나를, 십 대 시절의 내가 본다면 어떤 어른일까.
지금의 나를 이십 대의 내가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마흔이 넘은 나는 열일곱 살의 나와 친해질 수 있을까?
적어도 머리가 꽉 막혀서 대화가 안 통하는 어른은 아닌 거 같은데…
재수 없어할지도 모른다.
알 수 없다.
중학교 수업이 슬슬 마무리되면서 아이들의 1학기 성과와 성장을 줄글로 써내려 가다 보니 이만했을 때의 ‘나’가 떠오른다.
올해 처음으로 중학생들을 받아봤는데 덕분에 배운 게 많다.
요즘은 시끄러운 아이들 사이에서 뇌를 살짝 빼두고 생활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아침부터 해야 할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두고, 게임 클리어 하듯 할 일들을 지워 나간다.
할 일들 중간중간에 비는 시간들은 현란하고 다양한 미디어에 취해서 마약중독자처럼 도파민에 절여져 생각 없이 보낸다.
쳇바퀴 같은 주중을 보내고 주말이 되면
영혼의 일부가 재가 되어 하얗게 변해버린 거 같다.
그래도 힘껏 표백제를 넣어 다시 머리를 비우고 새로운 월요일을 기다린다.
좀 더 멍청해진 거 같기도, 생각 없이 단순해져서 편해진 거 같기도 하다.
색을 잃어버린 나날들이다.
그래도 중요한 건 아이들을 보며 또 느낀다. 인생의 어느 시절이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
그때의 내가 지금과 같더라도 나는 그저 나처럼 살아 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