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의 미래를 다시 읽으며 나의 미래를 생각했다
예전에 가수 민해경이 부른 <서기 2000년>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다가올 2000년을 상상하며 부른 1980년대의 노래였다.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전쟁과 가난이 사라져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
그 노래를 들으며 중학생이었던 나는 정말 2000년이 되면 그런 세상이 펼쳐질까 상상하곤 했다.
흥겨운 노래의 멜로디만큼 2000년이라는 말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그런데 서기 2000년을 훌쩍 지나 2026년을 살고 있는 지금, 미래는 그때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
로켓은 정말 우주로 날아가고 있지만 전쟁도, 가난도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래는 더 이상 마냥 설레는 단어가 아니다.
요즘 나에게 미래는 두렵고 혼란스럽다.
AI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꾸면서 내가 오랫동안 쌓아온 지식과 능력이 언제까지 가치가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이 변화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 지쳐버린 나는 오히려 과거로 방향을 돌렸다.
오래전 독서 기록을 다시 펼쳐보며 거기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서기 2000년>을 들으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던 중학생 소녀.
2019년의 독서 기록에는 변화무쌍한 인터넷 세상을 두려워하던 내가 있었다.
그 무렵 읽었던 바카라이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마윈, 내가 본 미래>
당시 '알리바바'라는 중국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창업자 마윈이 평범한 영어교사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IT 천재도 아니고 특별한 배경을 가진 사람도 아닌 마윈이 어떻게 세상을 뒤흔들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해서 바카라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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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2014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던 알리바바가 다시 소환됐다.
자연스럽게 알리바바의 마윈이 떠오른 난, 예전 독서 기록을 통해 마윈의 바카라을 다시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이야기했던 미래의 상당 부분이 현실이 되어 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었구나....'
AI 시대를 사는 요즘, 정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낌이 온다.
통찰력이다.
마윈의 힘은 세상 변화의 방향을 읽어내는 힘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그때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오래전 독서 기록에 적어둔 그의 말들을 하나씩 다시 읽어보았다.
예전에는 그냥 밑줄을 긋고 지나갔던 문장들이 2026년의 나에게는 전혀 다르게 읽혔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문장이 이것이었다.
“바카라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세상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카라에 푹 빠져 있던 당시의 나는 이 말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다.
'바카라 속에 세상이 들어 있는 거 아냐?'
그러면서도 아래에 한 줄을 덧붙였다.
“바카라 속에 갇히지 말고 넓은 세상을 보도록 노력하자.”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바카라이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준다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은 직접 보고 경험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종이신문을 펼친다.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데이터’라는 단어.
마윈은 미래에는 기술과 데이터, 혁신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데이터란 무엇일까?'
내가 읽은 바카라, 만난 사람, 해본 일과 실패한 일, 그때마다 품었던 생각들.
'결국 내가 살아온 경험과 기록이 나만의 데이터 아닐까.'
이것을 꾸준히 축적한다면 AI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윈은 이런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 100년 동안 인류는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생산성의 제1원칙도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는 것이라더니….
마윈과 대화하는 셈 치고 나에게 묻는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 없어지고, 나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
'단순한 정보와 복제 가능한 기술의 가치는 낮아지는 반면, 직접 살아본 경험과 사람다움,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AI가 할 수 없는, 경험을 토대로 한 나만이 가진 것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마윈의 또 다른 문장이 현실 속의 나를 붙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에 집중할 때 10년 후를 내다보고, 10년 후에 집중할 때 자신은 오늘을 바라봐야 한다.”
AI와 반도체 열풍으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요즘이라 이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달려드는 시장에서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조급해진다.
나 역시 포모에 흔들린다.
10년 후를 내다보는 통찰력은 없지만 적어도 뜨거운 오늘에 휩쓸리지 않고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눈을 갖고 싶다.
반도체 열풍이 오래전 알리바바를 소환했고, 알리바바는 다시 마윈을, 마윈은 예전 나의 독서 기록을 소환했다.
그렇게 과거의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뜻밖에도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답이 보였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의 변화를 꾸준히 보고, 내 경험을 기록하고,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 질문하는 것.
마윈이 본 미래를 다시 읽다가 결국 내가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결국 나를 가장 잘 가르치는 스승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었다.
@어제의 기록, 오늘의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