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생을 구경하다 들킨 내 모습

by강아

강의를 들을 일이 있어 옆 동네에 다녀왔다. 원래는 점심을 줬는데 오늘은 주지 않아서 근처 국밥집에 갔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 한 바퀴를 돌았고, 그래도 자리가 없어 두 바퀴째에 겨우 주차했다. 가게 주인이 친절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피아노를 쳤다. 녹턴 13번과 토카타를 쳤다.

테니스를 가는 날이었는데 알고 보니 등록한 반이 고급반이었다. 입장할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전문 테니스 선수 같았다. 테니스 치마에 니삭스와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윌슨 백팩에는 라켓이 두 개씩 꽂혀 있었다. 서로도 이미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역시나 모두 경력자들이었고 나는 그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날이 좋아 그냥 카페에 가서 치즈케이크를 먹고 왔다.


최근에는 글도 읽기 싫어 영화를 보고 있다.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봤는데 중간중간 연극 장면이 너무 많이 삽입돼 있어 흐름이 자꾸 끊기는 느낌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로리타>를 봤다. 이것도 원래 바카라으로 읽으려다가 포기하고 영화로 접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여자애의 심정도, 남자의 심정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결국 누가 더 나쁜지를 따지기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리고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했다. 다들 사랑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내게는 지난 연애와 헤어짐이 일종의 방어기제로 남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시작해도 언젠가는 끝날 거라는 생각이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


원래도 염세적인 편이라 삶 자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때로는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삶의 부조리를 알면서도 그럼에도 삶을 긍정한다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결론을 내린 것도 아니다. 단지 오늘 눈을 뜨고, 내일 또 눈을 뜰 뿐이다.

이제 쉰 지 두 달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인지 다시 일을 시작할 엄두는 여전히 나지 않는다. 계속 이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다만 하루라는 시간이 온전히 주어졌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살아도 죽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 피아노를 치고, 영화를 보고, 날이 좋으면 카페에 가서 치즈케이크를 먹는다. 그렇게 살아도 하루는 흘러간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에 죄바카라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쉬는 것이 죄라면 태어난 것에도 죄바카라감을 가져야 할 테니까.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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