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면 싫어할 일이 없어졌다. 매일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출근할 때마다 마주치던 얼굴들, 듣기 싫었던 목소리,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 일상에서 사라졌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싫어했던 사람들인데 막상 보지 않으니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회사에 다닐 때는 사람을 싫어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썼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했고, 그 말을 곱씹다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이면 또 그 사람을 만나야 했다. 사적인 관계라면 연락을 끊으면 그만이지만 회사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업무를 협의하고, 때로는 그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팀은 두 개의 계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한 계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를 계속 미루고 있었다. 얼마 전 예산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는데, 괜히 일을 추진했다가 바카라임을 지게 될까 봐 꺼린다는 것이었다. 팀장은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상급기관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추진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자 팀장이 직접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사안을 두고 안 된다는 답변이 된다는 답변으로 바뀐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이 의아했다. 무엇을 어떻게 설명했기에 결론이 달라졌을까. 처음과 두 번째 통화에서 어떤 정보가 전달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팀장은 통화를 마친 뒤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내가 상급기관에 문의하여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일이 있었다. 팀장은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짜증을 내며 담당 주무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같은 답변이 돌아오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도 내가 담당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사무실에서 큰소리가 났을 것이다. 왜 그렇게 일을 처리했느냐고, 제대로 알아본 것이 맞느냐고 질바카라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비슷한 상황에서 그런 대우를 경험했다. 문제는 업무의 결과보다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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