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byAnima

얼마 전에 010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니마 씨죠?

네, 그런데요. 누구시죠?

아, 여기 신한카드 배송하는 사람인데요.


카드 신청한 적 없어요.


카드가 발급돼서 나왔어요.

주소 확인 좀 하려고요.

발급 신청한 적 없으니 끊을게요.

검사를 사칭한 전화도 무시하고 끊었는데, 신한은행과는 거래도 안 하는데 카드 배송이라니 정신이 있니, 없니?


전직 교사인 어느 길벗은 모두 하라는 대로 하고 은행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택배 기사가 오기에 물어봤더니 보이스피싱 같다고 해서 중단하고 모든 카드와 은행 거래를 중지시켜 버렸다고 한다.

이제 인터넷 뱅킹도 안 하고 입출금도 직접 은행 가서 한다.

망할 것, 보이스피싱 때문에 일상이 불편하겠다 했더니 남는 게 시간이라 괜찮다고 한다.

6이나 2로 시작하는 전화나 ‘국제전화, 국제전화’ 외치면서 01로 시작되는 전화는 받지 않는데

010으로 오는 전화는 가끔 받는다.

걷기 전에 연락하는 길벗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요즘은 ‘문자를 보내주세요’ 하고 보낸다.

다시 전화할 일이면 문자라도 할 것이고 홍보 전화라면 안 올 것이다.


얼마 전에 인두와라라는 외국인이 카톡을 보냈다는 글을 쓴 적 있는데 며칠 전에도 외국인이 카톡을 보냈다.

내가 읽기도 전에 삭제해서 두 개의 삭제 흔적만 남아 지워버렸다.

그래도 카톡은 묵음으로 해놓아서 안 보고 넘어갈 수도 있고 삭제할 수가 있다.


며칠 전부터 한 남자로부터 계속 카톡이 온다.

여행사 따라 부산 여행을 했을 때 단체 카톡방에서 나를 저장해 놓았나 보다.

자기가 걷기 밴드를 개설했으니 나오라는 얘기다.

나 역시 길잡이를 하고 있기에 시간이 없다고 했더니 어느 모임이냐고 물어서 답을 해주었다.

자기도 오래전에 가입하고 나가다 안 나가는 카페라고 반긴다.

그럼 언제 한 번 나오라고 했더니 그러마고 끊었다.


그 이후로 매일 좋은 말, 바른말 동영상을 보내며 안부를 묻는다.

고맙지는 않지만 예의상 고맙다고 하다가 두 번째부터 보고 나가기, 세 번째도 보고 나가기 한 후에 아직 안 온다.

다시 오면 차단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화번호 안다고, 카톡 주소 안다고 이런 짓 하는 것이 제일 싫다.

지난번 전철에서 통화하던 중늙은이와 참다못한 노인 사이에서 언쟁이 있었다.

통로를 막고 앉아서 큰소리로 통화하는 것을 보고 다른 데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앞에 있던 노인이 통화 좀 그만하라고 하니 무슨 상관이냐고 대들어 주먹다짐 일보 직전에 또 한 남자가 말리며 다른 칸으로 데리고 갔다.

전철 안이 너무 고즈넉해도 대화하기 곤란해 소곤거리지만 지나치게 큰소리로 대화하거나 통화하면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


카톡 왔숑이나 전화벨 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란다.

원래 소리에 민감하긴 하지만 특히 전화 오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그래서 집에서는 음량을 아주 작게 해 놓거나 진동으로 해놓는다.

전화 올 일도 많지 않고 꼭 필요한 전화는 내가 다시 걸면 될 일이다.


어둠 속에 벨이 아니더라도 백주대낮에 울리는 벨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새가슴이다.

단지 벨소리에 놀라는 것인지 미지의 그와 나눌 대화를 걱정하는 것인지는 잘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