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길 하루에 가서 열흘 눕는다

서두르지 마세요

byAnima

매봉과 남산 둘레길을 걸으려다 비가 와서 코스를 바꿨다.

어제부터 계속 비가 오더니 오늘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한다.

코스를 변경한다고 올린 후 세 사람이 취소를 했다.


참가나 취소는 댓글로만 소통하자고 해놓았지만 자주 나오는 길벗에게는 무슨 일인가 연락을 했다.

전철역에서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고 한다,

심하지는 않아 다행이다.


전철역에는 전광판이 뜬다.

전역을 출발했다, 곧 역에 진입한다 등 미리 알려준다.

이것이 반가울 때가 있지만 급히 서둘러야 할 때는 마음이 급해진다.


전철역 계단에서 급히 내려가다 넘어진 노인과 청년을 본 적이 있다.

들 다 막 승강장을 진입하는 전철에 타려고 서두르다 생긴 사고다.

노인은 한 계단에서 엉덩방아를 찧고도 아픔을 참으며 내려가 기어이 타는 데 성공했다.

그다음 일이야 뻔하다.

병원에 가거나 가벼우면 찜질이나 근육 마사지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한 청년은 거의 내려가서 무릎 꿇었지만 젊어서 그런지 얼굴만 찌푸리고 일어났으나 전철은 놓치고 말았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지금 뛰어가도 전철을 타지 못한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서둘러서 타기도 하고 서두르지 않아서 못 타기도 한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신호등 아래 다음 신호까지 걸리는 시간이 초단위로 뜬다.

두뇌가 좋기도 하지만 참 세심하고 친절하기도 하다.

그것을 보고 걷는 속도를 조절한다.

시간에 따라 여유를 부리거나 빨리 걷다가 뛰기도 하고 다음에 건너자고 단념하기도 한다.


서울에 살다가 오지로 이사를 한 후에 시간 계산 오류로 지각비를 몇 번 낸 적이 있다.

어떤 길잡이는 사과의 말로 넘어가거나 음료수를 내기도 하는데 기본적인 것은 지각비 1,000원을 내는 것이다.

누구는 길잡이는 안 내도 된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지각비 내라고 하면서 길잡이라고 안 낼 이유가 없다.


모임 시간에 늦을 것 같아 문자를 남기고 도착 시간 5분을 남기고 전속력으로 질주할 때가 있다.

역내도 실내인데 실내에서 뛰지 말라는 불문율도 어기고 다다다다 소리 내며 달려서 겨우 도착한다.

그까짓 지각비 1,000원이 무슨 대수냐고 물으신다면, 큰 대수다.

길잡이는 적어도 5~10분 정도 전에는 와있어야 하는데 지각비를 낸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미 숨이 차도록 달려오는 것부터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어떤 때는 지방을 가는 약속에 1시간 30분이나 여유를 두고 간 적이 있다.

시간 착오다.

대합실에서 다음 공지를 내거나 온라인카지노에 올릴 글을 쓰다가 다른 글을 읽는다.

짧거나 길거나 속독으로 읽고 라이킷을 누르거나 보답으로 댓글을 쓰기도 한다.

이러고 있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고 어떤 때는 시간이 모자라기도 한다.


시간 계산해서 빠듯하게 가는 것보다 여유 있게 나서면 하루가 편안하다.

집에서 나올 때는 걸리는 시간보다 20~30분은 여유를 두고 나와야 한다.

빨리 걷다가 다리 아플 일도 없고 서둘러 계단 오르내리다가 위험할 일도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한 번씩은 다친 경험이 있는 것 같다.

산에서 내려오다, 길을 걷다가, 자전거 타다, 운전하다가, 화장실에서, 계단에서 자빠지고 넘어지고 께지고 상처 나고 부러지는 등 다양하다.


지난겨울에는 눈이 쌓여 얼어있는 곳에서 아이젠 미비로 7번을 엉덩방아 찧으며 내려왔는데도 다친 곳이 없었다.

가을산에서 내려오다 마사토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선글라스는 계곡 밑으로 떨어졌는데도 다친 곳이 없었다.


가끔 덤벙대다 의자 다리에 발가락이 부딪쳐서 멍든 적이 있지만 치료할 만큼의 상처가 아니었다.

그래도 입바른 소리 하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매일 오고 가는 지하철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조심하자!


방송에서 목이 터지게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하는, 난간을 잡고 타고 뛰지 말라고 하는 말은 잘 지킨다.

올라갈 때, 내려갈 때도 난간을 잡고 천천히 가면 안전하다.

바삐 가는 사람이 뒤에서 재촉하지만 않는다면.


그런데 한 영상을 볼 때마다 겁이 더럭 난다.

큰 캐리어를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탄 남자가 그만 무거운 캐리어를 놓치고 만다.

그것이 무서운 속도로 내려가 저 앞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여자를 강타하고 구급대가 실어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내가 조심하고 앞을 주시하면 되는데 뒤에서 갑자기 밀어닥치는 공포는 어찌한단 말인가?

그건 범죄라고 조심하라고 강력히 경고문이 붙어있어도 무슨 소용인가?

그 후로 괜히 큰 캐리어를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들을 보면 내 짐인양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저쪽으로 돌아가면 엘리베이터 있는데, 그것 타고 가시면 안 될까요?


이 고달픈 세상이라도 앓다 가기 싫어 앞뒤로 잘 살핀다.

이 좋은 세상에서 서둘러 가기 싫어 게처럼 사방팔방으로 눈을 돌리며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