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어버이날에도 길벗들과 걸었다.
어버이날은 어머니날만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한 아버지 측에서 들고일어나 슬쩍 끼워준 거야. 미국은 어머니날만 있어.
공휴일로 만들어 주든지 없애든지, 평일이라 서로 부담이야.
나는 스승의 은혜 노래와 부모님 은혜 노래가 헷갈리더라. 이거 부르다 저거로 넘어가 버려.
모두 은혜가 하해 같아서 그런 가봐.
학생 때 마더 오브 마인(Mother of mine) 팝송도 부르고 다녔잖아.
이제 꽃 꽂아드릴 부모님도 다 돌아가시고 애들은 꽃이나 사들고 들어올까 모르겠네.
애들이 꽃다발 사 오면 좋긴 좋더라. 프사로 저장해 놓고 오래 봐야지.
우리 애들은 무조건 돈이야, 내가 물건 사 오는 것 싫어하는 것 아니까.
평일이라 내일이나 모레 휴일에 점심이나 같이 하는 거지, 뭐, 대단한 거 안 바라.
이제 대부분 부모님을 여읜, 자식들의 어버이가 된 사람들이다.
장성했지만 남들 다하는 결혼을 하지 않은 자식, 결혼을 앞둔 자식들, 결혼은 안중에도 없는 자식, 결혼해서 손자를 안겨준 자식들, 나가면 함흥차사, 오면 오나 보다 가면 가나보다 하는 짜식들도 있다.
한편 손주들 보면서 못 나오는 사람들에 비하면 오늘 나온 사람들은 팔자 중에 상팔자라고 한다.
결혼도, 2세 낳는 것도, 어버이 섬기는 것도 다 자기 몫이지 우리가 걱정할 것이 아니라 한다.
집으로 오는 길, 꽃집에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부모님에게 드릴 카네이션이나 꽃다발을 사려는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애들 어릴 때는 유치원에서 아기단풍 같은 손으로 만든 색종이 카네이션을 들고 왔었다.
선생님들이 거의 만들어 주며 얼마나 남의 부모를 위해 애썼을까.
언제까지 인조꽃을 달아드렸는지 모르겠지만 며칠이면 시들어버릴 꽃은 사오지 말라는 엄마 말에 꼬작꼬작 손으로 만들었던 기억도 난다.
커서는 그래도 꽃을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해 카네이션을 아예 화분째 들고 왔는데 얼마 못 가 시들어버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근로자의 날이 그 시작이다.
힘겹게 일하고 하루만이라도 쉬라는 날인데 가장들은 기꺼이 가족들 데리고 나들이 가는 날이다.
어린이날은 애들이 없어 지나가는 집이 있고 선물과 용돈을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버이날은 부모님께 드릴 선물과 꽃, 용돈을 생각하고, 부모님 사진을 보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스승의 날은 가르침을 준 은사님을 생각하는 날이다.
해준 것도 없는데 꽃다발을 안겨주고 스승의 은혜를 불러주고 한 손에 다 못 든 선물을 자동차 앞까지 옮겨준 학생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돌아가셨을 나의 스승님에게는 그렇게 못 했는데......
5월에는 근로자의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심지어 내 생일까지 있다.
큰딸은 내가 퇴직한 후에도 계속 어버이날은 물론 스승의 날과 생일을 같이 챙겨주곤 했지만 요즘은 강아지 데리고 살기 바쁘다.
어버이날도 지나고, 스승의 날도 지났다.
이제 내 생일 하나만 남았다.
괜히 가정의 달에 태어나가지고 신경 쓰게 만드는구나.
얘들아, 생일에 몰아서 하려고 조용하구나.
난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해도 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