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전에 모이는 곳은 전철역 안이다.
1호선부터 2, 3, 4, 5, 6, 7, 8, 9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거치지 않은 역이 없다.
자주 가던 곳은 별 어려움 없이 잘 찾아가는데 처음 가는 곳이나 환승역이 멀 때는 쉽지 않다.
시간이 촉박하면 숫자도 안 보이고 어디로 나가는지 몰라 당황하기도 한다.
숫자만 보고 따라가면 되는데 그 숫자를 못 찾아 헤맨다.
환승역이 복잡한 곳은 더 찾기 힘들어한다.
한강공원으로 가기 위해 고속터미널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반포한강공원으로 가려면 8-1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복잡한 상가를 지나 만남의 장소에서 문밖으로 나오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올라가기 전에 화장실과 의자가 있어 먼저 온 사람은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전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도착하기 15분 전에 누군가 전화를 했다.
모르는 전화는 받지 않지만 모임 시간 임박해서 걸려 오는 전화는 십중팔구 길벗들이라 받는다.
전화번호가 입력이 안 된 것을 보니 내 길에 처음 나온 사람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네, 아니마님, 망구인데요. 아직 안 오셨죠?
우리 30분까지 아닌가요?
지금 가고 있으니 의자에서 좀 기다리세요.
의자가 없어요.
8-1로 나가시면 의자가 있으니 앉아서 기다리세요.
굽이굽이 이어진 상가를 지나 도착하니 다 모여 있고 전화한 망구만 도착하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도착했다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엉뚱한 데서 기다리거나 못 찾아서 헤매는 것이 분명하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찾아갈 수도 없어 오기만 기다리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네, 망구님, 어디 계세요? 상가 안에 계세요?
아니, 에스컬레이터 올라가서 위에 광장에.
광장에? 밖으로 나가셨어요?
아니요,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어요.
밖으로 나가셨어요?
8-1로 오셔야 되는데......
이게 8-1인 것 같은데.....
그럼 상가 출입문 나와서 반포한강공원이라고 쓴 쪽으로 나오세요.
8-1만 보고 오세요.
네.
그렇게 대답하고도 10분이 지나서 나타났다.
다 와서 어디를 헤매다 온 건지 모르겠다.
아유, 다 와서 헤매셨어요?
아니, 찾지를 못하면 전화를 해줘야지 이렇게 헤매게 해요?
아까 통화하면서 가르쳐드렸는데......
제가 어디로 나가서 찾아봐야 하나요?
전화를 해야지요!
먼저 전화해서 가르쳐줬잖아요?
그럼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가서 찾아요?
씩씩씩,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횡설수설......
20분 전에 왔는데도 자기가 못 찾고 전화 와서 알려줬건만 늦게 나타나서 사과 한마디 없이 씩씩대며 화를 낸다.
이런 기분으로는 걸을 수 없다.
이렇게는 같이 못 걸으니까 돌아가세요.
하고 쌩~찬바람 내며 일행과 돌아서는데 뒤에 대고 소리 지른다.
아줌마!
왜요? 할머니!
댓글로 항의하세요.
길잡이 30개월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20분 전에 와서 못 찾은 것은 자기 탓인데 중간에 전화해서 자기를 안내하지 않았다고 화를 낸다.
아무리 나이 들었어도 숫자만 알면 찾을 텐데, 누구에게라도 물어봤으면 찾았을 텐데 결국 30분을 헤매다 와서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그대로 돌아가는 길에 또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 기분 짐작이 가지만 내 기분도 엉망이다.
늦었으면 먼저 온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세요.
늦어서 지각비 내라는데 툴툴거리지 마세요.
늦었다고 남 탓하며 화풀이하지 마세요.
다 길 못 찾은 자신 탓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