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무. 지. 일상

byAnima

진부해서 참신한 것에 밀렸지만 한때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한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웃고 마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누군가는 발끈하기도 한다.

A형(소세지-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멋대로)

B형(오이지-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멋대로)

0형(단무지-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멋대로)

AB형(쓰리지-지멋대로, 지멋대로, 지멋대로)


여기에서 ’지멋대로‘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순화된 표현이다.

교양 있고 배운 사람들은 쓰지 않는 심한 표현이기에 자제했다.

요즘 내 생활은 단. 무. 지. 일상이다.

혈액형은 그대로인데 젊은 시절의 오. 이. 지 일상은 멀찌감치 물러났다.

단순하게 먹고 무리하지 않게 운동하며 지적인 글쓰기로 하루를 채운다.


어제는 온라인카지노에 올릴 글을 쓰다가 물 한 모금 못 먹고 길벗들과 걸으러 나갔다.

이렇게 살다가는 단순함을 넘어 영양실조로 쓰러지겠다.

쭈그려 앉아 꽃사진 찍다 일어날 때 어쩐지 어지럽더라니......

걷기 전에 먹으러 간 곳이 하필이면 햄버거 가게이다.

양파, 양상추 등 채소가 있고 새우 5마리가 들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한 길벗이 오렌지를 가져와서 부족하나마 비타민 C를 보충했다.

매일 밥만 먹기 싫을 때 가끔 햄버거나 빵을 먹으러 가기도 한다.

며칠 전에 국회의사당 안 북카페에서 먹은, 달콤한 치즈 머금고 호두 머리 얹은 오징어먹물빵이 계속 생각난다.

성수동 창고 카페에 샤인머스캣과 무화과가 어울리는 크루아상도 조만간 먹으러 가야겠다.

냉동실에 있는 완두콩 품은 팥떡이 나를 기다리는데 더 기다리라고 찾지 않는 중이다.

탄수화물 덩어리, 당 덩어리인 빵과 떡은 왜 이리 맛있는 것인지 점심에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나는 달콤한 유혹이다.

점심 때는 단순하게 먹는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무식하게 먹는다.

아침과 저녁을 거르거나 적게 먹는다고 핑계를 댈 뿐이다.

무식 과식으로 배를 가득 채운 다음에 걷기를 시작한다.

길벗들과는 쉬며 놀며 10Km 안팎을 걷고 헤어져도 집에 오면 거의 12Km를 걷는 셈이다.

그렇게 많이 먹어도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벗 중에는 주사를 맞아가며 걷는 사람도 있다.

젊었을 때 무리한 산행으로 무릎을 상해 평지로 내려온 사람도 있다.

무릎을 아끼려고 2~3일에 한 번 정도 걷는 사람도 있다.

나는 주로 평지를 걷기에 아직 무릎에 신호가 오지는 않는데 길벗들이 먼저 걱정을 해준다.

단. 무. 지의 마지막 주자는 지적인 활동이다.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장 두뇌활동을 열심히 한 때는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왜 이렇게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남들이 달리니까 달렸다.

교사라는 직업을 택하고는 학생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서려고 두뇌활동을 열심히 했다.

결혼 생활에서는 스트레스에 더해 어떻게 하면 이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두뇌를 혹사시켰다.


어릴 때 읽으라는 바카라 다 읽고, 자라서 읽고 싶은 바카라 다 읽으니 글이 쓰고 싶어졌다.

마침 동료 교사의 권유가 있어서 글쓰기에 입문하고 치유를 하기 위해 소설집도 발간했다.

온라인카지노에 입문하게 된 것은 온라인카지노에 먼저 입성한 길벗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그 길벗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되든 안 되든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데 정작 그 길벗의 글은 올라오지 않는다. 아는 시인에게 소개해 줬는데 그 사람도 두 편만 올리고 함흥차사, 무소식이다.


매일 온라인카지노에 올릴 글을 쓰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느라고 두뇌 가동 중이다.

옆에 쌓아 둔 바카라들은 하루에 두어 장만 읽으면 어느 하세월에 다 읽냐고 눈을 흘기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게 좋다.

단순하게 먹고, 무리하지 않게 운동하고, 적당히 머리 쓰는 글쓰기가 좋다.


무가 버스 타면서 말했대요.

'저 무임 승차할게요.'

이만 저 단. 무. 지도 무임승차하러 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