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어색함

by에티텔
Allegory 2.jpg이효연, 알레고리 2, 아사에 유채, 116.7x91cm, 2025

전시 지원금을 받기 위해 면접장에 선 일이 있다. 면접장의 조명은 언제나 지나치게 서늘하다. 서늘한 벽에 투사된 화면 속 내 그림보다 내 얼굴의 수줍음이 먼저 도드라지는 곳. 오래전, 그 자리에서 한 심사위원이 던진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얹혀 있었다.


“이 그림에는 작가만의 특별한 필체가 보이지 않네요.”


그 순간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입도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내 그림 속 수많은 붓질과 그 붓질을 만들어온 수많은 날들을 한순간에 지워버린 것은, 사실 심사위원의 뾰족한 지적보다 내 안에서 덜덜 떨고 있던 위축감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작가라는 직업에 은근히 두둑한 베짱이나 당당한 포즈 같은 것을 기대하곤 한다. 세상의 질문 앞에서 “제 그림은 원래 이런 건데요” 하고 턱을 치켜올릴 수 있는 배짱. 하지만 그때의 나는 내 삶에서도, 내 그림 앞에서도 나를 주인공 자리에 세워두지 못하던 방황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래서 질문 앞에서 당황한 사람처럼, 얌전히 작아질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헤밍웨이가 남겼다는 한 문장을 만났다.

“문체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어색함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오랫동안 멈춰 있던 시계태엽이 찰칵, 하고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 어색함.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문장이나 유행하는 필체를 능숙하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감추려 해도 끝내 남고야 마는 그 사람만의 어긋남. 잘하고 싶어서 애쓸수록 오히려 드러나는 서투른 고집.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한 사람의 필체인지도 모른다.


필체라는 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그어 넣는 화려한 선이 아닐 것이다. 남들의 눈에 매끈해 보이려고 애쓰다가도 끝내 다듬어지지 않은 채 남아버린 붓끝의 머뭇거림. 완벽한 풍경을 그리면서도 내가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어떤 모서리. 다른 사람이라면 지나쳤을 작은 어긋남.


내 필체는 어쩌면 그런 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나는 그때의 나에게, 그리고 그 까다로운 조명 아래의 세상에게 고개를 들어 말할 수 있다.


내 그림에는 나만의 필체가 있다고.


그것은 누군가가 알아보기 쉬운 특별한 기호도, 한눈에 선언할 수 있는 스타일도 아니다. 오래도록 그림을 그리며 끝내 버리지 못한 나만의 머뭇거림,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앞에서 조금 오래 멈추는 마음,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것을 그냥 두고 보는 습관 같은 것.


주인공이 되는 일은 배짱을 튕기며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아니었다. 내 안의 어색함까지도 “이게 나야” 하고 가만히 품어주는 조용한 선택에 가까웠다.


내 붓질은 여전히 조금 쑥스러움을 탄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쑥스러움도 지워야 할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나와 함께 그림을 그려온 하나의 결이라는 것을.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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