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는 정확하다. 작업실의 공기는 아직 누구의 숨도 섞이지 않아 얇고 납작하다. 의식이 제 모양을 갖추기 전에 몸을 먼저 문턱 너머로 밀어 넣는다. 몸을 속이는 일이다. 깨어나지 않은 감각은 경계가 없어서 쉽게 물속으로 들어간다.
하루 14시간이라는 커다란 시간의 덩어리. 그러나 물속 바닥에 닿는 순간은 드물다.
손가락은 하루만 쉬어도 쉽게 녹슨다. 그리는 일에도 예외는 없다. 기술과 마음의 각도가 정확히 겹치는 찰나는 그냥 오지 않는다. 지루한 쳇바퀴를 삼사 일쯤 돌리고 나서야 비로소 은밀하게 찾아온다.
루틴이 궤도에 들어서면, 오랫동안 외면하던 그림과 비로소 눈을 맞춘다. 벽에 세워두었던 막막한 그림과 단둘이 남는 시간.
물론 언제나 답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막다른 골목은 매일 나타난다. 그럴 때 내가 하는 일은 그림을 침묵 속에 놓아두는 것이다. 멀찍이 서서 노려본다. 그림은 어느 순간 제 약한 곳을 넌지시 드러낸다. 아, 저기를 손봐야겠구나.
무를 썬다. 양 끝의 어정쩡하게 비스듬한 모서리들을 잘라내야 매끈한 큐브가 된다. 그러나 깍두기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정육면체만이 아니다. 모서리가 어슷하게 잘려 나간, 모자라고 넘치는 조각들이 함께 익어갈 때 진짜 맛이 나온다.
작업실의 시간도 비슷하다. 완벽한 몰입의 순간들 사이로, 멍하게 흘려보낸 어슷 썰 린 마음들이 섞인다. 버려진 듯한 그 쓸쓸한 시간들이 사실은 그림의 깊이를 만들고 있었다.
오전 6시. 서늘한 공기를 씹으며, 오늘도 어슷 썰어진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