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

by영주























1

한 가지를 사랑하느라 분주했지. 사랑하는 일도 힘에 부칠 수 있다는 걸 나는 늘 잊고, 힘들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때까지 몰아세워. 지친 마음은 눅눅 글썽 그렁 축축. 그래도 한 가지를 사랑하느라 그랬으니까.






2 나비란
나비란의 자구를 물에 담가 두었더니, 금세 뿌리를 내렸다. 물과 흙을 가리지 않고, 여기다 싶으면 기어이 네 자리로 삼는구나. 주먹 하나 크기도 안 되는 녀석 안에 얼마나 큰 심지가 있는 걸까. 밀고 나오느라 고생하였는지 모르겠다만, 내 보기에 그 과정이 순하고 고요했으니, 대단해 보인다.






3 열매
가끔 내가 내가 아니면 어떨지 생각한다. 짙은 마음으로 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잘하는 것이 작아 보이고 다른 것이 커 보이는, 이것이 아니라 저것을 잘하고 싶어질 때가 있으니까. 그럴 때, 내 뿌리는 자리 잡은 곳에 더 깊숙이 파고들지 못한다. 갈아엎은 흙에 꽂힌 듯이 흔들, 들썩거린다. 비 맞고, 바람 맞으면서, 단단해질 줄은 모르고, 내가 맺을 열매의 실함과 아름다움을 기대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4

연락이 전혀 없던 Y에게서 요즘 간간이 연락이 온다. 아무짝에 쓸데없는 소리를 몇 마디 나눈다. ㅋ와 ㅎ가 난무하는 창을 보면, 우리가 몇 살인가 싶다. 사실, 철딱서니 없이 낄낄대고 있으면 나이 따위 생각나지 않는다. 간이 된 말 하나 없는데, 싱겁지 않고 재미난다. 그리고 마지막은 축복, 적당한 하루 보내. Y와의 대화는 꽃 같다. 좀 듬성듬성 펴 엉성하긴 하지만, 그렇게 예쁘고 반가울 수가 없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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