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7

by영주
























1 요즘 좋아하는 이야기


° 지난밤에 지나간 태풍이 한 일에 관한 이야기
밖에 나가니 날씨가 꽤 선선했다. 지난밤의 태풍 덕이라고 했다.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간 태풍. 드세지 않았어도 태풍은 태풍이었나 보다. 고여 있던 뜨거운 공기 덩어리를 깨, 흩어 놓았다 했다. 끝 모르고 혹독해지는, 갈수록 기고만장한 무더위의 기세를 꺾다니. 여태 몰랐던 비바람의 다른 면, 진심의 한 면을 본 것 같다.

° 간식을 받아먹는 어떤 개에 관한 이야기
어떤 개는 사람의 손가락을 물지 않으려고 거리를 조절해 가며 조심조심 간식을 받아먹는다고 했다. 여러 번 입을 달싹거려 이빨 끝으로 간식을 가볍게 낚아채듯 가져간다고. 상하지 않게 하려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날카로움을 안다.

° 눈을 감은 채 제자리걸음 하는 이야기
눈을 감고 제자리걸음을 한 후에 눈을 떠보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얼마간 벗어나 있다고 한다. 정렬이 무너진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그로 인해 발생한 방향. 부정적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어떤 마음이든 반드시 방향을 가진다는 뜻으로 들린다. 생채기 없이 매끈하게 정렬한 마음이 과연 있나. 갓 태어난 아기도, 이미 마음이 굴곡졌을 텐데. 눈 감은 듯 캄캄한 생활에서 제자리걸음 하는 듯해도, 내가 향하게 되는 나다운 방향이 반드시 있다.

° 가만가만 손 흔드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안녕!" 인사한 후에 등 돌리지 않는 사람.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떠나는 이를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 떠나는 이가 언제 돌아볼지 모르니, 돌아볼 때 볼 것이 없어 마음이 허전해지지 않도록, 어쩌면 가만가만 손 흔드는 사람. 떠나는 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의 안녕을 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한다.






2

엉망이어도 사랑할 수 있지. 따지고 보면, 나만큼 엉망인 게 있느냔 말이지. 엉망인 나를 사랑하고, 엉망인 내가 사랑하고. 뭐, 그래도 어찌 저찌 그럭저럭이거든. 이 정도면 난 괜찮은 것 같은데?







월요일 연재
이전 06화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