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6

by영주






































1

한 해의 반이 지났다는 말을 부러 흘려들었다. 붙잡을 만한 말인가 싶었다. 자꾸만 시간을 토막 내 의미를 부여하니 버겁기도 했다. 나는 생활인이라, 매일 성실했던 나의 하루하루가 내게는 보석이다. 하지만 세상이 말하는 보란 듯이 꺼내 놓을 만한 무엇인가가 이런 것은 아닐 테니까. 그럼 어때. 나만 알도록 반짝거리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으니 충분하다. 나는 그렇게 충만하다. 다만 한 해의 반이 지났다는 말에, 조금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더 많이 보지 못했다. 하루 채워 하루 쓰고, 비축이랑은 거리가 먼 체력 탓에 주춤거리며 물러났던 날들이 많았다. 가까워지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었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조금 더 아껴 쓰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는 동안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요.






2

이별은 마음의 세계를 즉시로 날려 버리는 사건이다. 이별한 사람은 향방 없이 걸어야 하는 공허에, 징검돌을 놓듯 '영원'이라는 상상과 믿음을 놓아야 한다. 그것을 밟고 긴 터널을 지나가도록. 그렇게라도 건너 간다면, 받아들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든 통과하게 한다면. 죽음을 오해하였다 한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말이 거짓이고 속임이라도 무엇이 문제일까.





3

남의 마음이 내 마음 같지 않다. 당연한 일이다. 당신 마음 같지 않은 나의 마음을 조금만 더 알아주면 좋겠는데. 바라지만 드러낼 수 없다. 자칫 폭력적일 수 있으니. 가까이 지내려는 의지가 서로에게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걸까. 그 놀라운 확률을 뚫고 나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음, 내 마음, 조금만 더 알아줄래.






4

자주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정처가 없고 헤매고 있다는 감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나이가 든다고 단단해지고 튼튼해지고 든든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그러기를 오래 기대하는 과오를 범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나이가 들어 나아지는 게 있다면, 그럼에도 나에게 조금씩은 너그러워진다는 거. 들들 볶아 괴롭혀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하는 에너지도 아껴야 할 판이니까. 다행히 체념이나 포기보다는 분수와 만족이라는 낱말을 가까이 둔다. 오늘도 몇 번이나 후자들을 되뇌었다. 다정한 일들이 종종 있어 그래도 견딘다. 웃게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이다. 복이다. 나도 웃게 해야지. 팍팍한 일상에 흠뻑은 아니더라도, 촉촉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5

좀 기대고 살면 어때, 어깨가 닳는 것도 아닌데.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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