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3

by영주














1 한 바리스타의 말을 예찬함

"다행히 저는 누군가에게 커피를 해 주는 것도 좋아해요."

커피를 해 준다는 말이 사랑을 만들어 준다는 말처럼 들려 사랑스러웠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 주는 것이 좋다는 말은, 매번 곁을 내주는 이의 다정함처럼 보드랍다.

무엇보다 깊이 박인 것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말. 어떻게 그런 일이 내게 다행한 일이 될 수 있을까. 내게 이로워서가 아니라, 너를 위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말. 속 깊은 어른의 품 같다. 듣고 놓칠까 봐 종일 붙잡았다. 이 뜨거운 날 너의 사늘하고 깊은 편안이, 여름 아침 햇살처럼 환해질 기쁨이 내 다행의 기준. 나도 그런 것을 다행으로 알고 살아야지.






2

필요에 응할 수는 있지. 다만,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거, 그거 들키지는 말아 줄래.






3 사랑:

사랑받으려는 게 뭐 나쁜가.






4 사랑:

많이 사랑하자. 뭐, 여러 번 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5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내려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그 조금의 기준이 내게 있고, 그 정도가 나만 알 정도면 된다는 것.






6

우리는 참 위로하는 방법도 다르지. 그러면 위로받는 방법도 다를 텐데. 그런데 어찌 저찌 서로 위로가 됐잖아. 여지껏 말이야. 그게 신비인가 싶기도 해.






7

외롭지 않으려고 무얼 자꾸 하려고 한다. 그게 더 나를 외롭게 하는데. 아는데도 그런다. 그게 무섭지. 방법이 더는 없는 것 같으니까.






8 사랑: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해 줄래.






9 사랑: 바다

왜인지 사랑은 영원해야 할 것 같고

영원을 말하기에 바다만큼 적당한 곳이 없으니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바다로 바다로

나란히 나란히 그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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