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을 겪는 중이다. 여름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게 귀가 있을까, 슬퍼했을까. 낱말을 그렇게 고르지 말걸. 후회한다.
2 평화로운 밤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낮을 잘 보내야 한다. 성실하게, 부끄럽지 않게. 조금 용감했다면, 얇은 이불을 덮고 혼자서 어깨를 으쓱할 수도 있다.
3 햇빛과 햇볕을 몸에 많이 쌓았다. 내가 발광체가 되었다고 상상해 볼까. 앉아도 서도,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환하고 따뜻하다. 어두워진 사람이 옆으로 오면, 내가 조금 안아 줄게요.
4 여름이라 그런지 식물들이 자란다고 난리법석이다. 그 북새통이 좋아 오래 들여다본다. 잎마다 사랑받는 방법이 다르다. 그렇다면, 나에게 묻기: 다르게 사랑할 자신이 있니. 식물을 아끼는 내가 좋다. 초록이 되는 기분이다.
5 사랑: 맹렬한 여름이 목덜미를 태운다. 당하기만 하지 않아야지. 사랑을 뚝뚝 흘리며 당신에게 도착해야지.
6 사랑: 너에게도 분명히 있겠지. 터널을 지나가듯 해야 할 시간 말이야. 그럴 땐 우리, 손을 잡자. 그러면 어두컴컴한 곳을 더듬더듬 걸어도, 돌부리를 만나도, 그저 고꾸라지지는 않을 테니까. 혹여 그러더라도, 서로 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러니 우리 손잡자. 함께 지나가자. 작은 빛이 우리를 향해 쏘듯 달려올 때까지. 조금 더 가까이 있자.
7 사랑: 많이 사랑하자. 뭐, 여러 번 사는 것도 아니고.